"더는 못하겠다, 한국 떠나겠다" 그때 말리지 않았더라면…KBO 역수출 신화도 없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10.30 05: 30

만약 그때 한국을 떠났다면 지금 KBO 역수출 신화가 있었을까. 
한국시리즈와 월드시리즈 모두 승리투수가 된 최초의 선수, 메릴 켈리(35·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KBO리그 커리어는 4년이 아닌 2년이 될 수도 있었다. 2015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계약하며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 온 켈리는 2016년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9탈삼진 1실점으로 제압하며 애리조나의 9-1 완승을 이끈 켈리의 스토리를 전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KBO리그 성공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 데뷔 꿈을 켈리인데 2년 만에 한국을 떠날 뻔한 사연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 애리조나 메릴 켈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애리조나 메릴 켈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K 시절 메릴 켈리. /OSEN DB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켈리는 2016년 자신의 에이전트 아담 카론에게 “한국 생활에 한계가 왔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 브리와 친형 리드에게도 같은 말을 할 만큼 한국을 떠나고 싶은 의지가 확고했다. 
그때 에이전트 카론이 제동을 걸었다. 아내와 친형에게 연락해 “켈리가 그렇게 하도록 놔두지 말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한국에 남는 게 마이너리그 계약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켈리는 메이저리그 이목을 끌 수준은 아니었다. 
에이전트의 만류로 마지 못해 한국에 남은 켈리는 2018년까지 2년을 더 뛰고 미국으로 갔다. KBO리그 4년 커리어를 인정받아 애리조나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하면서 31세의 늦은 나이에 빅리거가 되는 꿈을 이뤘다. 그리고 5년의 시간이 흐른 올 가을, 월드시리즈라는 꿈의 무대에 올라 최고 투구로 주인공이 됐다.
[사진] 애리조나 메릴 켈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K 시절 메릴 켈리. /OSEN DB
2015년 3월 한국 입국 당시 메릴 켈리. /OSEN DB
7년 전 한국을 떠나겠다던 켈리를 뜯어말렸던 에이전트 카론도 켈리의 가족과 함께 이날 경기가 열린 텍사스 글로브라이프필드를 찾았다. “어제 일처럼 기억난다”며 그 당시를 떠올린 카론은 “켈리는 보통의 선수들과 달리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을 때까지 한국에서 버틸 만큼 강인하고 똑똑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1년만 잘하면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켈리에겐 4년의 시간이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열망이 그 무엇보다 컸다. 켈리는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한국에 오래 머물며 안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 선택 사항이 아니었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SK와 옵션이 포함된 다년 계약이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끝났고, FA가 된 켈리는 애리조나로부터 2+2년 보장 550만 달러 오퍼를 받으며 마침내 빅리거가 되는 꿈을 이뤘다. 이후 5년째 애리조나의 주축 선발로 꾸준히 안정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시즌 전에는 2025년 구단 옵션 포함 2+1년 보장 1800만 달러 연장 계약까지 성공했다. 
켈리는 이날 월드시리즈 2차전 승리 후 ‘폭스스포츠’와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을 때도 이런 날을 꿈꿨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저 꿈에 불과했다”며 “이런 기회를 준 애리조나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애리조나 메릴 켈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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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애슬레틱은 ‘한국에서 4시즌 동안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메이저리그 야구를 보던 켈리가 상상하던 그런 밤이었다’고 이날을 묘사했다. 켈리는 “솔직히 말해 26살에 한국으로 건너가는 것이 빅리그나 월드시리즈에서 투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갔을 때는 말 그대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되돌아봤다. 
아득히 멀게만 보였던 메이저리그였는데 켈리는 올 가을 이 무대의 가장 주목받는 투수가 됐다. 월드시리즈 포함 이번 포스트시즌 4경기(24이닝) 3승1패 평균자책점 2.25 탈삼진 28개 WHIP 0.83으로 위력을 떨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켈리와 애리조나에서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는 동료 투수 잭 갤런은 “켈리가 인정받은 게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당연한 일이다. 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투수라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사진] 애리조나 메릴 켈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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