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가고 싶었는데…" 무려 3번이나 퇴짜 맞은 그 선수, 애리조나 우승 주역되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10.31 09: 00

LA 다저스로부터 퇴짜를 맞은 선수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복덩이로 떠오른 외야수 토미 팸(35)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롭다. 
미국 ‘LA타임스’는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간) 팸이 다저스에 오고 싶어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로 풀린 팸은 에이전트에게 다저스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운영사장에게 두 번 전화하라”는 지시도 했다. 친분이 있는 다저스 선수들에게도 팀에 들어갈 수 있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프리드먼 사장은 팸의 에이전트에게 두 번 연락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좌타 외야수를 찾고 있던 다저스는 우타 외야수 팸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결국 팸은 지난 1월말 뉴욕 메츠와 1년 600만 달러에 FA 계약했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난 뒤 다저스는 좌타 외야수 데이비드 페랄타를 1년 650만 달러에 FA 영입했다. 

[사진] 애리조나 토미 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애리조나 토미 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8월초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다저스와 인연이 닿을 뻔했다. 일찌감치 가을야구가 멀어진 메츠가 팸을 트레이드 매물로 올렸고, 다저스행 가능성이 피어올랐다. 다저스에서 팸을 영입 후보 중 한 명으로 고려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주축 선수 무키 베츠와 J.D. 마르티네스가 팸에게 이 같은 구단 분위기를 귀띔하기도 했다. 
내심 다저스행을 기대한 팸이지면 또 외면받았다. 다저스는 메츠가 팸을 트레이드 하기 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키케 에르난데스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서 아메드 로사리오를 데려오며 우타자 보강을 완료했다. 다저스에 3번 퇴짜 맞은 팸은 트레이드 마감시한 몇 시간을 남겨두고 애리조나로 트레이드됐다. 
이 트레이드가 애리조나와 팸 모두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애리조나 이적 후 50경기 타율 2할4푼1리(195타수 47안타) 6홈런 32타점 OPS .720으로 메츠 때보다 성적이 떨어졌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13경기 타율 2할7푼5리(51타수 14안타) 3홈런 3타점 OPS .779로 표면 성적은 눈에 띄지 않지만 다저스 상대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홈런 포함 4안타를 폭발하더니 2차전도 5타수 2안타로 활약하며 3연승 스윕을 이끌었다.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도 2루타 2개 포함 4타수 4안타로 임팩트를 보여준 팸은 “다저스에 나쁜 감정은 전혀 없다. 내가 더 잘해야 한다. 내가 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 다저스에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 애리조나 토미 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애리조나 토미 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팸은 개성이 강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선수다. 지난해 5월 신시내티 레즈 시절 판타지 풋볼리그에 대한 의견 차이로 경기 전 상대 선수였던 작 피더슨(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을 찾아가 뺨을 때리는 돌출행동으로 3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징계를 받았고, 샌디에이고 시절인 2020년 10월에는 식당에서 시비가 붙은 뒤 허리 아래를 흉기에 찔려 100바늘 이상 꿰매는 아찔한 사고도 겪었다.
올 시즌 초에도 메츠 선수 중 일부가 열심히 뛰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구단 고위층에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요구하는 등 다루기 힘든 선수로 인식되고 있다. 2014년 데뷔 후 10년간 7개 팀을 오간 저니맨이 된 이유로 꼽힌다. 선수의 실력만큼 기질과 성향, 품성을 중요시하는 다저스가 이런 부분 때문에 팸을 꺼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애리조나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다른 6개 구단도 팸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이런 불안 요소 때문인지 대가가 그리 비싸지 않았다. 팸에 대해 조금 더 면밀하게 조사한 애리조나는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와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발견했고,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17세 마이너리그 내야수 제레미 로드리게스를 메츠에 주는 조건으로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사진] 애리조나 토미 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애리조나 토미 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이크 헤이즌 애리조나 단장은 “우리 팀에는 열심히 뛰는 선수들로 가득차 있으니 팸이 와도 문제될 게 없을 것으로 봤다”고 돌아보며 “문화적으로 그는 우리 팀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매우 진지한 일꾼이자 야구 선수로 완벽주의자가 되길 원한다. 팀원들에게도 열심히 하면서 발전하길 요구한다. 최고가 되길 원하는 팸이 클럽하우스에서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애리조나 신인 외야수 코빈 캐롤은 “팸의 블루칼라 정신이 다른 선수들에게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테랑 3루수 에반 롱고리아도 “팸은 내가 함께한 어떤 동료들만큼 준비가 잘 돼 있고, 배려심이 깊다.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베테랑 선수라는 점에서도 영감을 준다”고 칭찬했다. 월드시리즈 최초 5타수 5안타 기록 달성이 가능했던 2차전 9회 마지막 타석을 팀 동료 제이스 피터슨에게 양보한 팸은 남다른 동료애로 팀을 뭉치게 하고 있다.
[사진] 애리조나 토미 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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