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실책·실책 씻는 속죄포 폭발…“너무 잘하려는 마음에” 148억 3루수, 누구보다 승리에 진심이다 [PO]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1.04 06: 00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실책이 나오는 것 같다.”
KT에서 두 차례의 FA 계약을 통해 148억 원을 거머쥔 3루수 황재균(36). 이와 더불어 통산 1951경기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지만 이번 가을은 그에게 참으로 가혹했다. 적어도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는 그랬다. 리드오프 김상수의 뒤를 잇는 강한 2번타자 임무를 맡아 1차전 4타수 무안타 2삼진에 이어 2차전과 3차전에서 각각 1개씩의 안타를 치는 데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수비에서 발생했다. 3주의 긴 휴식기가 독이 됐는지 시즌 최소 실책 1위(99개)에 기여한 3루수답지 않게 실책을 연거푸 기록했다.

4회초 무사 선두타자로 나선 KT 황재균이 달아나는 좌월 솔로포를 날리고 있다. 2023.11.03 / dreamer@osen.co.kr

KT 위즈 황재균이 4회초 좌월 솔로 홈런을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3.11.03 / foto0307@osen.co.kr

10월 30일 수원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3회초 수비 상황이었다. 0-2로 뒤진 가운데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선두 박민우에게 평범한 뜬공 타구를 유도했지만 ‘마이볼’을 외친 황재균이 낙구 지점을 찾는 데 헤매다가 이를 놓치는 치명적 포구 실책을 범했다. 흔들린 쿠에바스는 박건우(2루타), 권희동 상대로 적시타를 맞고 2점을 더 헌납했다. 상대에게 승기를 내준 순간이었다. 
이튿날 2차전에서는 0-3으로 끌려가던 5회 실책을 기록했다. 2사 후 박민우의 강습 타구가 야속하게도 배를 맞고 튀어나온 가운데 재빠르게 공을 집어 1루를 바라봤지만 이미 박민우가 1루를 밟은 뒤였다. 황재균은 한동안 고통을 호소했지만 그렇다고 실책이 내야안타로 바뀌는 건 아니었다. 
30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3회초 무사 선두타자로 나선 NC 박민우의 뜬공 타구를 KT 3루수 황재균이 놓치는 실책을 범하고 있다. 2023.10.30 / dreamer@osen.co.kr
황재균은 3차전 무실책의 기쁨도 잠시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4차전에서 또 다시 실책의 주인공이 됐다. 2-0으로 앞선 1회 선두 손아섭의 땅볼 타구를 한 번에 포구하지 못했고, 글러브에 튀어나온 공을 잡아 1루에 뿌렸지만 이미 손아섭이 1루 베이스를 지나친 뒤였다. 이번 시리즈 황재균의 3번째 실책이었다. 다행히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실점 없이 1회를 끝냈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황재균은 “경기 시작하자마자 좋지 못한 실책을 했는데 쿠에바스가 깔끔하게 잘 막아줘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물론 오늘도 해서는 안 되는 실책이었지만 잘 막아준 쿠에바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덕분에 상황을 잊고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3일 오후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1회말 무사 선두타자로 나선 NC 손아섭의 내야 땅볼 때 KT 3루수 황재균이 타구를 놓치는 실책을 범하고 있다. 2023.11.03 / dreamer@osen.co.kr
황재균은 이날 타석에서 앞선 수비 실책을 모두 만회했다. 1회 무사 3루에서 투수 땅볼을 칠 때만 해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3-0으로 앞선 2회 1사 1, 3루 찬스에서 1타점 2루타를 날리며 승기를 가져왔고, 6-0으로 리드한 4회 솔로홈런을 쏘아 올리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NC 두 번째 투수 이재학의 볼 2개를 지켜본 뒤 3구째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황재균은 “2볼이어서 실투 또는 카운트 잡으려는 공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체인지업을 생각했는데 그 구종이 실투가 돼서 놓치지 않았다”라며 “지금까지 타격감은 계속 괜찮았는데 결과가 안 나와서 답답했다. 그래도 3, 4차전에서 좋은 타구가 나와서 남은 5차전도 기분 좋은 마음으로 들어갈 것 같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KT 위즈 황재균이 1회말 NC 다이노스 손아섭의 타구를 놓치고 아쉬워하고 있다. 2023.11.03 / foto0307@osen.co.kr
2021년 통합우승 당시 주장이었던 황재균은 이번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선수단을 모아 사기를 끌어올리는 메시지를 전하며 분위기 전환에 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주장 박경수는 “미팅을 할지 고민했는데 (황)재균이가 나서서 선수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줘서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3일 오후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4회초 무사에서 KT 황재균이 좌월 솔로포를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3.11.03 /jpnews@osen.co.kr
황재균은 “어차피 2패 했으니 편하게 마음 먹고 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올 시즌 꼴찌부터 2위까지 너무 잘했다. 만일 3차전에서 지더라도 이게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KT는 저력이 있고 할 수 있는 팀이다. 너무 쫓기지 말고 오늘을 편하게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다. 지더라도 마음 쓰지 말자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서 기분 좋다”라고 밝혔다. 
사령탑도 황재균의 실책을 만회하는 2루타와 홈런이 나온 것에 반색했다. 이강철 감독은 “황재균의 경우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실책이 계속 나왔다. 그래서 조금 가라앉혔는데 오늘은 타격을 잘해줬다. 본인 얼굴이 밝아지는 걸 보니 나 또한 좋다”라고 흡족해했다. 
/backlight@osen.co.kr
3일 오후 창원 NC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4회초 무사 선두타자로 나선 KT 황재균이 달아나는 좌월 솔로포를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며 최만호 코치와 인사 나누고 있다. 2023.11.03 /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