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의 '믿을 수 없는' 메시지"...첼시전 1-4 대패 아픔 씻어냈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11.09 14: 10

캡틴 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이 팬들에게 '믿을 수 없는' 메시지를 남겼다.
토트넘은 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에서 첼시에 1-4로 역전패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데스티니 우도지, 두 명이나 퇴장당한 게 뼈아팠다.
이로써 시즌 첫 패를 당한 토트넘은 승점 26(8승 2무 1패)에 머무르며 선두 탈환에 실패했다. 맨체스터 시티(승점 27)가 그대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첼시는 승점 15(4승 3무 4패)를 만들며 10위로 점프했다.

[사진] 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손흥민.

[사진] 손흥민이 팬들에게 남긴 메시지.

비디오 판독(VAR) 9번, 골 취소 5번, 부상 2명, 퇴장 2명, 페널티킥 하나. 치열한 '런던 더비'답게 정신없는 경기였다. 결과만 보면 첼시의 대승이지만, 경기 내용은 팽팽했다.
[사진] 데얀 쿨루셉스키.
토트넘은 기분 좋게 출발했다. 전반 6분 행운이 따른 선제골로 일찌감치 리드를 잡았다. 오른쪽에서 때린 데얀 쿨루셉스키의 슈팅이 수비에 맞고 크게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손흥민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반 13분 파페 사르-이브 비수마-브레넌 존슨으로 이어지는 깔끔한 패스 플레이로 왼쪽 측면이 열렸다. 존슨은 그대로 박스 중앙으로 낮고 빠른 얼리 크로스를 보냈고, 뛰어들던 손흥민이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사진] 퇴장당하는 크리스티안 로메로.
하지만 이후로는 악몽 같은 밤이었다. 전반 27분 로메로가 박스 안에서 공을 걷어내다가 엔소 페르난데스의 발목을 거칠게 밟았다. 마이클 올리버 주심은 직접 온필드 리뷰를 본 뒤 페널티킥과 다이렉트 퇴장을 선언했다. 
콜 파머가 키커로 나섰고, 그의 슈팅은 굴리엘모 비카리오 손에 맞고 들어가며 동점골이 됐다. 순식간에 리드도 잃고, 선수도 잃게 된 토트넘. 10명으로 싸워야 하는 토트넘은 곧바로 브레넌 존슨을 빼고 에릭 다이어를 투입하며 수비 라인 정비에 나섰다. 다이어의 올 시즌 첫 출전이었다.
치명적인 부상 악재까지 연달아 닥쳤다. 핵심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과 핵심 수비수 미키 반 더 벤 모두 부상으로 쓰러졌다.
전반 41분 매디슨이 혼자 발목을 잡고 드러누웠고, 3분 뒤엔 반 더 벤이 스프린트하던 도중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급하게 달리다가 햄스트링 근육에 문제가 생긴듯했다. 토트넘은 급하게 두 선수를 빼고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와 우측 풀백 에메르송 로얄을 넣었다. 반 더 벤은 절뚝이며 의료진 부축을 받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사진]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꺼내 든 극단적 전술 / ESPN FC 소셜 미디어.
[사진] 스포츠 바이블 소셜 미디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9분 우도지까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경기장 위 토트넘 선수는 9명이 됐다. 이미 옐로카드를 받았던 그는 무리한 태클로 라힘 스털링을 넘어뜨리며 두 번째 경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수비 라인을 내리지 않고 맞서 싸웠다. 순식간에 핵심 선수 4명을 잃고 9명이 된 만큼 최대한 수비에 집중하며 무승부를 노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달랐다. 그는 오히려 수비 라인을 중앙선 부근까지 높이 올리고 비카리오에게 스위퍼 키퍼 역할을 맡기며 뒷공간 커버를 부탁했다.
그 결과 극단적인 대형이 탄생했다. 바로 손흥민을 제외한 나머지 7명 모두가 중앙선에 붙어있는 모습. 홀로 공격진에 위치한 손흥민만 상대 수비수 가까이 자리하고, 미드필더 3명과 수비수 4명은 오프사이드 트랩을 만들기 위해 라인을 맞췄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승부수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비카리오의 맹활약으로 잘 버티던 토트넘은 뒷공간을 노출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니콜라 잭슨이 세 번이나 토트넘 골망을 흔들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사진] 제임스 매디슨.
[사진] 미키 반 더 벤.
결과만 보면 이보다 최악일 수가 없다. 홈에서 라이벌 첼시에 4골을 허용하며 10경기 무패 행진이 끊겼고, 로메로와 우도지는 퇴장 징계로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다. 특히 로메로는 다이렉트 퇴장인 만큼 3경기를 빠질 전망이다. 반 더 벤과 매디슨의 부상도 치명적이다.
그러나 토트넘 팬들은 오히려 선수들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팬들은 경기장 위에 남아있는 9명의 투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것. '스퍼스 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트넘 팬들은 자랑스러워하며 경기장을 떠났다. 그들은 선수들이 보여준 용감한 노력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랑스러워했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도 진심을 담은 메시지로 팬들에게 화답했다. 스퍼스 웹은 "주장 손흥민은 첼시전 패배 후 토트넘 팬들에게 '믿을 수 없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자신과 팀이 실수에서 배우고, 이번 패배를 딛고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약속을 팬들과 공유했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어젯밤 여러분의 응원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여러분의 에너지와 분위기를 정말 많이 느꼈다. 우리는 팀으로서 실수를 저질렀고,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실수들로부터 배울 것이고, 다시 일어설 것이고, 함께 더 강해질 것"이라며 "선수들도 팬들도 자랑스럽다. 곧바로 훈련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기쁘다. COYS(Come on your spurs)"라며 감사 인사를 남겼다.
이를 본 스퍼스 웹은 "잊고 싶은 밤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경험도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토트넘 선수들이 회복력을 키우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게 우리가 경기하는 방식이라고 팬들과 그들 자신에게 증명하기 위해서 말이다. 뼈아픈 패배지만,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 선수들은 바로 다음 경기에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페드로 포로.
[사진] 굴리엘모 비카리오.
손흥민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일제히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페드로 포로는 "여러분을 위해, 우리를 위해, 우리의 클럽을 위해. 우리는 계속 밀고 나아간다. 토트넘 팬들, 우리와 함께해줘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선방쇼를 펼친 비카리오도 "이런 경기를 치르고 나선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심지어 9명으로 싸우게 됐지만, 우리는 정말 노력했다. 1-4로 졌는데도 결국 모든 팬들이 그렇게 박수를 보내준 건 처음이다.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토트넘은 11일 밤 9시 30분 울버햄튼 원정에서 반등에 도전한다. 코리안리거 손흥민과 황희찬의 맞대결도 큰 관전 포인트다. 두 팀 모두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에서 패배한 만큼,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사진] 울버햄튼과 맞대결을 앞두고 있는 토트넘.
/finekosh@osen.co.kr
[사진] 토트넘 홋스퍼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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