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홈런왕도 인정한 일본 괴물 투수, 사구 후 모자 벗고 사과까지 "너무 아파해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11.18 06: 02

한국의 이의리도 잘 던졌지만 일본에는 그보다 더 잘 던진 투수가 있었다. 세이부 라이온즈의 2년차 좌완 투수 스미다 치히로(24)가 한국 야구에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한국은 지난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치러진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두 번째 경기 일본전에서 1-2로 패했다. 선발투수 이의리가 최고 153km 강속구를 앞세워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지만 9회 2사 후 터진 김휘집의 솔로 홈런이 유일한 득점으로 경기 내내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일본 좌완 선발 스미다에게 완전히 묶인 경기였다. 스미다는 7이닝 3피안타 1사구 7탈삼진 무실점 승리로 한국 타선을 봉쇄했다. 3회까지 26개 공만으로 퍼펙트 행진을 펼치는 등 7회까지 투구수 77개에 불과했다. 최고 149km 직구에 체인지업, 커브, 스플리터 등 떨어지는 변화구를 원하는 곳에 구사해 한국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두 번째 경기 일본전에 1-2로 패했다.5회초 1사에서 일본 스미다가 자신의 투구에 맞은 대한민국 김주원에 모자를 벗어 사과하고 있다. 2023.11.17 / jpnews.osen.co.kr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1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경기를 가졌다.5회초 1사에서 일본 스미다 투구에 맞은 대한민국 김주원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2023.11.17 / jpnews.osen.co.kr

1회 김도영을 3구 삼진 잡을 때는 초구 커브, 2구 체인지업, 3구 스플리터로 각기 다른 공 3개를 모두 스트라이크존에 넣었다. 2회 노시환도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배트가 헛돌아 삼진 아웃됐다. 3회 박승규는 1~2구 연속 커브를 지켜보다 투스트라이크를 먹은 뒤 3구째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최지훈도 2구째 바깥쪽에 걸친 체인지업을 지켜보다 3구째 더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배트가 따라나왔지만 맞히지 못하면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직구와 커브로 카운트를 잡은 뒤 떨어지는 체인지업, 스플리터를 결정구로 썼다. 140km대 중반 직구에서 120km대 느린 체인지업이 존 근처로 형성되자 타자들이 타이밍을 못 맞췄다. 스플리터는 체인지업보다 속도가 더 나오는 대신 낙폭이 컸다. 올해 KBO리그 홈런왕인 한국의 4번타자 노시환은 4회 스미다의 초구 가운데 몰린 체인지업을 깨끗한 좌전 안타로 연결했지만 6회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3개에 배트가 헛돌면서 삼진을 당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1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경기를 가졌다.1회초 무사에서 일본 선발투수 스미다가 역투하고 있다. 2023.11.17 / jpnews.osen.co.kr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1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경기를 가졌다.2회초 무사에서 대한민국 노시환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있다. 2023.11.17 / jpnews.osen.co.kr
이날 스미다에게 3타수 1안타 2삼진을 기록한 노시환은 경기 후 “4회 안타를 칠 때는 변화구를 노렸는데 원하는 코스에 와서 친 것이다”며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투수인데 제구가 엄청 좋다. 실투가 거의 없었다. 높이도 낮게 잘 떨어져 좋았다. 내게는 거의 체인지업 위주였는데 잘 떨어지는 공이라 치기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류중일 한국 감독도 공식 인터뷰에서 스미다를 극찬했다. 류 감독은 “공을 쉽게 던진다.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다 변화구로도 잡는다. 마지막 삼진을 잡을 때 포크볼(체인지업·스플리터) 떨어지는 게 좋다. 아주 휼륭한 선수”라며 “영상으로 본 것보다 제구도 더 잘 되고, 좋은 투수인 것 같다. 타자가 유리한 카운트에도, 불리한 카운트에도 변화구를 던진다. 구종이 굉장히 많더라. 5~6가지는 되는 것 같은데 불리한 카운트에도 스트라이크 잡는 능력 때문에 공략이 쉽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볼넷을 하나도 주지 않은 스미다이지만 몸에 맞는 볼이 하나 있었다.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주원 상대로 던진 6구째 148km 직구가 손에서 빠져 꼬리뼈 쪽을 맞혔다. 김주원이 주저앉은 채 통증을 호소하자 스미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통증을 다스리며 1루로 걸어나가는 김주원을 향해 모자를 벗고 미안해하는 스미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두 번째 경기 일본전에 1-2로 패했다.5회초 1사에서 일본 스미다가 자신의 투구에 맞은 대한민국 김주원에 모자를 벗어 사과하고 있다. 2023.11.17 / jpnews.osen.co.kr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1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경기를 가졌다.5회초 1사에서 대한민국 김주원이 일본 스미다 투구에 맞고 있다. 2023.11.17 / jpnews.osen.co.kr
경기 후 스미다는 사구 상황에 대해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김주원이) 너무 아파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다시 한 번 사과를 전했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감독은 “사구 이후 초구가 괜찮아서 안심했다. 사구가 마음이 걸릴 수 있었는데 변함없이 좋은 투구를 이어간 점이 훌륭하다”며 “어떤 공이라도 스트라이크 잡을 수 있다. 더할나위 없이 좋은 투구했다”고 칭찬했다. 
177cm, 76kg으로 작은 체구에도 다양한 변화구를 갖춘 기교파 투수인 스미다는 올해 직구 구속을 150km까지 끌어올리며 구위도 뽐내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고. 2021년 드래프트에서 4개 구단 경합 끝에 세이부에 1순위로 입단했다. 데뷔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첫 승 이후 10연패를 당했지만 16경기(81⅔이닝) 평균자책점 3.75로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올해는 22경기(131이닝) 9승10패 평균자책점 3.44로 활약하면서 세이부 주축 선발로 자리잡았다. 
이번 APBC를 통해 처음으로 사무라이 재팬의 일원이 됐고, 한국을 상대로 성공적인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스미다는 “처음 나가는 국제대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었다. 긴장을 하진 않았다. 처음 만나는 타자들과 대결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면서 리듬감 있게 던질 수 있었다. 떨어지는 공이 내 장점인데 자신 있게 던졌다”며 “이렇게 큰 무대에서 던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1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경기를 가졌다.7회초 1사 1루에서 일본 스미다가 대한민국을 더블 아웃 처리하고 환호하고 있다. 2023.11.17 / jpnews.osen.co.kr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1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경기를 가졌다.3회초 일본 선발투수 스미다가 역투하고 있다. 2023.11.17 /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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