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보상선수 신화였는데…보호선수 제외→광주행 “KIA에서 뛰어보고 싶었다…두산 팬들에겐 죄송” [오!쎈 인터뷰]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1.26 12: 40

한때 보상선수 성공신화로 이름을 날렸던 이형범(29)이 정든 두산을 떠나 KIA로 향한다. KIA는 전라남도 화순이 고향인 이형범이 어릴 때부터 동경해왔던 팀이다. 
이형범은 지난 22일 개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0순위로 KIA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았다. 두산 베어스의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그는 마운드 보강이 필요했던 KIA의 선택을 받으며 커리어 3번째 이적을 맞이했다. 
OSEN과 연락이 닿은 이형범은 “이천 마무리캠프 도중 소식을 들었다”라며 “보호선수에서 풀리지 않을까 예상은 했는데 막상 정든 팀을 떠나게 되니 아쉽다. 있는 동안 더 잘하지 못했기에 마음이 무겁다. 두산 팬들에게 미안하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갔어야하는데 아쉽다”라고 지명 소감을 전했다. 

이형범 / OSEN DB

이형범 / OSEN DB

이어 “두산에서 정이 많이 들었다. 좋은 선후배들이 많은 팀이다”라며 “이제 KIA에서 새로운 동료들과 어떻게 어울려야할지 걱정이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KIA에서 기회가 올 수도 있으니 내가 잡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화순고 출신인 이형범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 특별 23순위로 프로에 입단, 2018년 12월 NC로 이적한 양의지의 FA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이형범이 포토데이 행사를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두산에 오기 전까지 4시즌 통산 성적이 39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4.60에 그쳤던 이형범은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보상선수 신화를 제대로 썼다. 2019년 66경기 6승 3패 19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67의 깜짝 호투를 펼치며 통합우승 주역으로 당당히 거듭났다. 당시 이형범은 보상선수가 아닌 두산의 우승 마무리였다. 
갑작스럽게 투구수가 늘어난 탓이었을까. 이형범은 두산 2년차인 2020년 27경기서 1승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7.71의 부진을 겪었다. 스프링캠프부터 마무리투수로 낙점된 믿을맨이 슬럼프에 빠지며 두산 뒷문은 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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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범은 설상가상으로 시즌 도중 우측 팔꿈치 후내방 충돌증후군 진단을 받으며 10월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당시 재활기간만 3개월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고, 이듬해 2군 스프링캠프와 퓨처스리그 실전을 거쳐 6월 감격의 1군 복귀에 성공했지만 단 4경기(2⅔이닝 무실점)만 뛰고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이형범은 2022년 31경기 1패 평균자책점 4.35, 그리고 올해 23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6.51을 남겼지만 필승조가 아닌 패전조에 편성돼 주로 '가비지 이닝'을 담당했고, 결국 보호선수 제외와 함께 5년의 두산 생활을 마무리 짓게 됐다. 
이형범은 “2019년에 잘 던졌는데 이듬해 팔이 조금 안 좋았다. 관리를 잘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 미리미리 치료를 하거나 수술을 했어야 했는데 곧바로 마무리 보직 맡고 시즌을 시작했다. 잘 막아봐야겠다는 마음이 커서 그걸 안고 간 게 화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지난 5년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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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범에게 KIA행은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 일단 선수의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KIA는 전라남도 화순초-화순중-화순고를 나온 이형범이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던 팀이며, KBO리그 최고의 팬덤을 자랑한다. 이형범은 마무리, 필승조, 추격조 등 다양한 보직을 소화할 수 있어 활용 가치가 높은 선수다.
이형범은 “초중고를 다 전라도 화순에서 나왔다. KIA를 보면서 야구를 했다. KIA에서 한 번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IA 팬분들이 정말 열성적이라고 들었다. 지금부터 몸을 잘 만들어서 욕 먹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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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함께한 두산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형범은 “처음에 왔을 때 열성적인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잘할 수 있었다. 통합우승을 함께했고, 그렇게 좋은 추억을 안고 떠난다”라며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그래도 좋은 것만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 또한 KIA맨이 된 이형범의 밝은 앞날을 기원했다. 이 감독은 “올해 이형범에게 많이 기대를 걸었는데 못 올라왔다. 구위는 좋은데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다”라며 “아쉽다기보다 (이)형범이를 위해서라면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 팀에 가서 후회 없이 해보라고 했다. 돌고 도는 게 야구계다. 언제 또 만날지 모른다. 가서 최선 다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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