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별명은 오지배, 언제 수비로 인정받나…” 15년 마음고생 씻었다, 韓 유격수 수비 달인으로 ‘우뚝’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1.28 08: 40

‘오지배’ 오지환(33·LG)이 KBO리그 최고의 수비수를 가리는 수비상 유격수 부문 초대 수상자로 선정되며 2009년 데뷔 후 15년 동안의 마음고생을 말끔히 씻어냈다. 
지난 2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 신인왕, MVP 못지않게 시선을 끌었던 시상이 하나 있었으니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올해부터 신설한 ‘한국판 골드글러브’ KBO 수비상이었다. 
KBO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수비의 가치를 인정하고, 리그 전반의 수비 능력 향상을 장려하기 위해 리그 공식 수비상을 제정했다. 정규시즌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능력을 발휘한 각 포지션별 1명씩 총 9명을 선정했고, 수상자는 투표 점수 75%와 수비 기록 점수 25%를 합산해 결정했다.

LG 오지환이 KBO 수비상을 수상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3.11.27 / jpnews.osen.co.kr

LG 오지환, KIA 박찬호가 KBO 수비상을 수상하고 있다. 2023.11.27 / jpnews.osen.co.kr

투표는 각 구단 감독, 코치 9명, 단장 1명 등 구단 당 11명씩 총 110명이 투표인단이 됐다. 투표인단은 자신이 속한 구단의 선수에게는 투표할 수 없었고, 비공개 투표로 진행됐다.
수비 기록은 KBO 공식 기록 업체인 스포츠투아이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한 수비 지표가 활용됐으며, 포지션별 2~3개 수비 항목의 점수를 합산해 총점을 산출했다. 수비율과 레인지팩터가 반영된 공식기록 점수가 전 포지션에 공통 반영됐고, 투수는 번트타구 처리 및 견제, 포수는 포수무관 도루를 제외한 도루저지율과 블로킹율, 내야수와 외야수는 기록되지 않은 호수비와 실책 등을 보정한 조정 KUZR(KBO Ultimate Zone Rating) 점수가 반영됐다. 포수 무관도루 및 KUZR 보정 관련 집계에는 KBO 공식기록원이 시즌 중 별도 축적한 데이터가 활용됐다.
두산 양의지가 KBO 수비상을 수상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3.11.27 / jpnews.osen.co.kr
투수는 팀 경기 수(144경기)의 1/3이닝(48이닝) 이상 투구한 선수에게 후보 자격이 주어졌다. 선발투수 외에 중간계투, 마무리투수 등 불펜투수 또한 후보에 오를 수 있도록 투수 후보 기준을 선정했다. 
포수는 팀 경기 수의 1/2(72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가 후보로 선정됐다. 내야수 및 외야수는 팀 경기 수에 5이닝을 곱한 720이닝 이상 해당 포지션에서 수비를 한 선수가 대상이 됐으며, 외야수의 경우 좌익수, 우익수, 중견수 부문으로 구분해 후보가 선정됐다. 두 개 이상의 포지션에서 경기하여 합산 720이닝 이상 출장한 경우에는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포지션의 후보로 선정됐다. 
KT 박병호가 KBO 수비상을 수상하고 있다. 2023.11.27 / jpnews.osen.co.kr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각 포지션별 초대 수상자가 된 선수들은 하나 같이 수비상 제정을 주도한 KBO 허구연 총재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 상이 신설된다고 했을 때 꼭 받고 싶었다”라는 속내를 밝혔다.
박찬호(KIA)와 함께 유격수 부문에서 공동 수상한 오지환(LG)은 “이 상이 언제 만들어질지 내가 가장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내 별명이 결정적인 실수를 해서 ‘오지배’다. ‘언제 수비력을 인정받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항상 노력했는데 이렇게 가치 있는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많은 은사님들께 감사하다. 류지현 감독님(시상자)과 염경엽 감독님께 좋은 가르침을 받았다. 앞으로도 투수들을 멋진 수비, 안정된 수비로 돕도록 하겠다. LG 팬들에게도 너무 감사하다”라고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152억 FA 계약 첫해 포수 부문 초대 수상자가 된 양의지(두산)는 “이렇게 초대 수상하게 돼서 개인적으로 너무 영광이다. 이 상이 신설될 때 꼭 받고 싶었는데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받게 돼서 기분이 좋다”라며 “개인적으로 아쉬운 시즌이었다. 개인 성적이 안 좋았는데 준비 잘해서 우리 두산이 조금 더 높은 순위에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두산 허경민이 KBO 수비상을 수상하고 있다. 2023.11.27 / jpnews.osen.co.kr
1루 수비의 달인이라 불리는 박병호(KT) 또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박병호는 “수비상을 신설해주신 허구연 총재님, KBO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골든글러브라는 큰 시상식이 있지만 수비상을 새로 만들어서 시상한다는 게 정말 좋은 취지 같다. 1루수 부문 첫 수상해서 너무나 영광이다”라며 “올 시즌 KT 위즈가 꼴찌부터 우승을 목표로 끝까지 올라갔는데 내가 조금 많이 부족했다. 그런 부분을 잘 챙겨서 내년에 다시 한 번 우승 도전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핫코너에서 명품 수비를 펼치며 수상자가 된 허경민(두산)은 “내게 수비는 경기에 뛸 수 있는 이유이자 자부심이다. 받을 수 있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펑고 쳐주신 조성환 코치님께 감사드린다”라며 “내년에는 이승엽 감독님을 많이 웃게 해드리고 싶다. 야구만 할 수 있게 도와준 가족에게 고맙고 내년 시즌도 이 자리 올라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LG 박해민이 KBO 수비상을 수상하고 있다. 2023.11.27 / jpnews.osen.co.kr
경쟁이 뜨거웠던 중견수 수비상은 명품 수비로 LG를 29년 만에 우승으로 이끈 박해민(LG)에게 돌아갔다. 박해민은 “이 상을 만들어주신 KBO 허구연 총재님과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이 상을 받을 수 있게끔 투표해주신 관계자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신설되고 나서 정말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중견수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아서 수상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아내가 꼭 초대 수상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해줘서 동기부여가 됐다. 먼 길을 함께해주신 부모님, 동생, 아내, 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너무 사랑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투수들이 중견수 쪽으로 타구를 많이 맞아줬기 때문에 내가 더 빛났고,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다. 내년에도 투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중견수가 될 테니 마음 놓고 중견수 쪽으로 타구를 보내 달라”라는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을 덧붙였다. 
KBO 수비상 초대 수상자
에릭 페디(NC 다이노스·투수), 양의지(두산 베어스·포수), 박병호(KT 위즈·1루수), 김혜성(키움 히어로즈·2루수), 허경민(두산 베어스·3루수), 오지환(LG 트윈스), 박찬호(KIA 타이거즈·이상 유격수),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좌익수), 박해민(LG 트윈스·중견수), 홍창기(LG 트윈스·우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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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허구연 총재가 수상자들과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2023.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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