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피의자→태극마크 정지' 황의조, 30야드 '슈퍼 스트라이크' 쾅...논란에도 2G 연속골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11.29 11: 46

 한동안 태극마크를 달 수 없는 황의조(31, 노리치 시티)가 2경기 연속골을 쐈다. 심지어 입이 떡 벌어지는 '원더골'이었다.
노리치는 29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5시 영국 런던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리시 챔피언십 18라운드에서 왓포드에 2-3으로 역전패했다. 
선발 출전한 황의조는 4-2-3-1 포메이션에서 최전방 원톱을 책임졌다. 지난달 선덜랜드전을 시작으로 어느새 리그 5경기 연속 선발 출전이었다.

[사진] 두 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황의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9일 오전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2차전 중국과의 경기를 치르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황의조가 출국장으로 향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2023.11.19  /sunday@osen.co.kr

노리치는 이른 시간부터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전반 3분 애덤 배스가 선제골을 터트리며 팀에 리드를 안겼다.
여기에 황의조까지 폭발했다. 전반 12분 동료 미드필더 가브리엘 사라가 상대 패스를 끊어낸 뒤 최전방으로 패스했다. 공을 받은 황의조는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2-0을 만들었다. 골키퍼를 지나쳐 뚝 떨어지는 환상적인 득점이었다.
2경기 연속골이자 올 시즌 3호 골이다. 황의조는 지난 26일 퀸스파크레인저스(QPR)와 홈 경기에서도 전반 21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1-0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당시 그는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다만 황의조는 이날 득점 직후 허벅지 뒤쪽에 통증을 호소했다. 결국 그는 부상을 우려해 전반 17분 애슐리 반스와 교체되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황의조가 빠진 노리치는 두 골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전반 30분 이스마엘 코네, 전반 33분 밀레타 라요비치에게 연달아 실점하며 전반이 끝나기 전 2-2 동점을 허용했다. 여기에 후반 32분 야세르 아스프리야에게 역전골까지 얻어맞으며 2-3, 충격적인 역전패에 빠졌다.
팀 패배와 별개로 황의조는 한창 좋았던 시절을 연상케 하는 득점을 터트리며 최고의 폼을 보여주고 있다. 노리치 공식 소셜 미디어도 "세상에나! 엄청난 골이야!"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도 "황의조가 30야드(약 27.4m) 거리에서 '슈퍼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었다"라고 감탄했다.
최근 불거진 불법 촬영 논란에도 끄떡하지 않는 모습이다. 황의조는 전 연인과 성관계 영상을 불법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그는 최근 피의자로 전환돼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사진] A씨가 올렸던 소셜 미디어 게시글.
사건은 지난 6월 시작됐다. 자신을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소개한 A씨는 소셜 미디어에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황의조는 상대와 애인관계인 것처럼 행동하면 잠자리를 취하고, 다시 해외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관계 정립을 피하는 방식으로 수많은 여성들을 가스라이팅 하였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황의조뿐만 아니라 피해 여성의 모습까지 담긴 영상과 사진을 게시했다. A씨는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몇 개의 증거사진 및 영상을 올립니다. 이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며 여성분들은 최대한 보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지만, 해당 여성에게도 2차 가해를 입히는 명백한 불법 유포였기에 논란을 빚었다.
[사진] UJ 스포츠 입장문.
황의조 측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11월 그리스에서 분실한 휴대전화를 통해 영상이 유출된 것 같다며 폭로 내용은 모두 허위라고 해명했다. 또한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협박받았다며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당시 황의조의 매니지먼트사 'UJ 스포츠'는 "근거 없는 루머"라며 "성적인 비방이 유포된 것을 확인했고, 직후부터 사실무근의 루머를 생성・확산한 유포 행위자에 대한 수사 의뢰를 진행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황의조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경찰에 A씨를 고소했으며 "수사기관이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조해 사생활 영상 유포행위를 차단 중에 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허위 게시물 작성 및 유포, 사생활 영상의 보관, 시청, 유포 등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행위이고, 해당 행위에 대해 황의조 본인과 법률대리인은 어떠한 선처도 고려하지 않고 법적 조치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사진] 황의조 소셜 미디어.
자필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황의조는 "자신을 제 여자친구라고 칭하는 자에 의해 허위 게시물이 업로드되고 사생활 영상이 유포됐다. 저는 제 사생활과 관련해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것과 같은 불법적인 행동을 한 사실이 없다"라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 최초 유포자를 포함해 2차 피해에 가담하거나 연루된 분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절대 선처하지 않고 엄정한 법적 처벌을 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사건은 황의조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은 이달 들어 그를 불러 조사했고,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는 등 불법촬영 혐의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A씨가 황의조의 친형수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경찰은 A씨를 협박 및 사생활 영상 유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일단 황의조 측은 "영상 유포 및 협박이 동일인의 소행이 아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고 전문적, 조직적인 자들의 소행일 확률을 의심하고 있다"라며 형수의 결백을 믿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황의조는 전 연인과도 진실 공방을 펼치고 있다. 황의조의 전 연인 측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과거 잠시 황의조와 교제한 적은 있지만, 민감한 영상 촬영에 동의한 바는 없으며 계속해 삭제를 요청했다"라며 "당초 황의조가 불법촬영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불법촬영한 영상을 유포하기 전에 삭제했다면 피해자가 불법촬영으로 상처 입고 유포로 인해 두 번, 세 번 인격을 난도질당할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A씨와 황의조를 모두 정식으로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황의조의 입장은 다르다. 황의조 측은 "해당 영상에서 과거 황의조와 교제했던 여성 모습이 담겨 있으나, 분명한 것은 당시 연인 사이의 합의된 영상"이라며 "여성이 볼 수 있는 곳에 휴대전화를 세워놓았고, 여성에게 영상을 공유까지 했다면 이를 불법촬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불법촬영 자체를 정면 부인한 것.
[사진] 다비트 바그너 감독.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비트 바그너 노리치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은 황의조 기용을 멈추지 않았다. 바그너 감독은 QPR전을 앞두고 "솔직히 말하자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두 파악하기엔 정보가 부족하다. 결국엔 벤 내퍼 단장이 황의조, 그의 대리인들과 함께 대처할 것"이라며 "내가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 본 그의 모습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황의조는 팀과 함께할 것이다. 난 내가 직접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없는 한 경기장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라며 "황의조는 돌아왔고, 훈련에 참여했다. 토요일(QPR전)에 출전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실제로 바그너 감독은 두 경기 연속 황의조를 선발로 내세웠다.
한국이 손흥민(31, 토트넘)의 멀티 골로 중국을 완벽하게 제압했다.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1일 오후 9시 중국 선전의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지역 2차예선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중국과 맞대결을 펼쳐 3-0으로 완승했다. 이로써 한국은 승점 6점(2승)으로 C조 1위를 지켰다. 승점 추가에 실패한 중국은 3점(1승 1패)으로 3위에 자리했다.경기 종료 후 대한민국 황의조가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3.11.21 /sunday@osen.co.kr
21일(한국시간)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2차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가 열렸다.후반 한국 황의조가 돌파를 펼치고 있다. 2023.11.21 /sunday@osen.co.kr
클린스만 감독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그는 지난 21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2차전 중국과 맞대결에서 후반 27분 조규성(미트윌란) 대신 황의조를 교체 투입했다. 그 결과 황의조는 추가시간 포함 약 22분간 경기장을 누볐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는 우리 선수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라며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득점을 올리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길 바란다. 노리치에서도 컨디션을 잘 유지하라고 말해줬다"라고 황의조를 감싸 안았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중국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를 거둔 축구대표팀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2023.11.22 /sunday@osen.co.kr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바람과 별개로 황의조는 내년 1월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이 어려워졌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일시적으로 그의 국가대표 자격을 정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
KFA는 28일 윤리위원회와 공정위원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논의기구를 꾸려 논의한 결과 "불법 촬영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황의조 선수에 대해 사실관계에 대한 수사기관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윤남 윤리위원장은 "국가대표는 고도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자기관리를 해야 하며, 국가대표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위치에 있다"라며 "선수가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점, 이에 따라 정상적인 국가대표 활동이 어렵다는 점, 국가대표팀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기대 수준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황의조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오직 우승만을 외쳐온 클린스만 감독의 아시안컵 구상에도 차질이 생긴 셈. 그는 부임 이후 계속해서 조규성과 황의조, 오현규(셀틱) 3인방으로 공격진을 꾸려왔지만, 황의조 발탁이 어려워진 만큼 계획이 꼬이게 됐다. 일단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며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며 KFA의 결정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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