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과 13년' 전설 염기훈, 눈물의 강등 그리고 은퇴..."이 선택에 후회는 없다"[오!쎈 수원]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12.03 11: 51

수원 삼성을 위해 왼발을 썼던 수원 삼성의 사나이. 염기훈(40)의 선수 생활은 '새드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한마디는 여전히 "선택에 후회는 없다"였다.
수원 삼성은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파이널 B 최종전에서 강원 FC와 0-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각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수원FC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
이로써 최하위는 수원의 몫이 됐다. 수원은 8승 9무 21패, 승점 33점으로 수원FC와 승점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다득점에서 35골대44골로 밀리면서 12위를 벗어나지 못하며 '다이렉트 강등'이라는 잔인한 현실을 받아들게 됐다.

수원 삼성이 결국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창단 28년 만에 역사상 처음으로 강등됐다.수원 삼성은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파이널 B 최종전에서 강원 FC와 0-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각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수원FC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경기 종료 후 수원 염기훈 감독 대행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12.02 / ksl0919@osen.co.kr

2019 KEB 하나은행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염기훈.

수원 삼성이 결국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창단 28년 만에 역사상 처음으로 강등됐다.수원 삼성은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파이널 B 최종전에서 강원 FC와 0-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각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수원FC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경기 종료 후 수원 삼성 선수단이 관중들의 야유를 받고 있다.  2023.12.02 / ksl0919@osen.co.kr

수원 구단 역사상 첫 강등이다. 수원은 1995년 창단 이후 줄곧 1부리그를 지켜왔다. K리그 우승 4회, FA컵 최다 우승(5회, 전북과 동률)에 빛나는 전통의 명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감독을 두 번이나 교체하고도 꼴찌로 추락하며 2024년은 K리그2에서 맞이하게 됐다.
수원 삼성이 결국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창단 28년 만에 역사상 처음으로 강등됐다.수원 삼성은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파이널 B 최종전에서 강원 FC와 0-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각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수원FC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경기 종료 후 수원 삼성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3.12.02 / ksl0919@osen.co.kr
수원 삼성이 결국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창단 28년 만에 역사상 처음으로 강등됐다.수원 삼성은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파이널 B 최종전에서 강원 FC와 0-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각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수원FC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경기 종료 후 수원삼성 관중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2023.12.02 / ksl0919@osen.co.kr
마지막 경기에서 강원을 꺾었다면 자력으로 꼴찌를 벗어날 수 있었던 수원. 하지만 수원은 90분 승부가 끝나도록 강원 골문을 열지 못했고, 결국 2부 추락을 피하지 못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빅버드 N석은 침묵에 빠졌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수원 팬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자리에 선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올 시즌 자주 볼 수 있었던 야유와 고함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나의 수원은 죽었다'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원 선수들은 경기장 위에 주저앉거나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멍한 표정으로 충격을 되새김질할 뿐이었다. 염기훈 감독대행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관중석 앞으로 다가가 한동안 고개를 숙였고, 마이크를 쥐고 "팬분들에게 정말 죄송하고 사과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눈시울을 붉혔다. 
염기훈 감독대행은 지난 9월 26일 김병수 감독의 뒤를 이어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올 시즌에만 두 차례나 감독을 경질한 수원 구단의 마지막 선택은 '구단 전설' 염기훈이었다. 플레잉코치로 뛰고 있던 그는 사실상 지도자 경험이 전무함에도 시즌 7경기만 남은 상황에서 '꼴찌 탈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수원 삼성이 결국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창단 28년 만에 역사상 처음으로 강등됐다.수원 삼성은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파이널 B 최종전에서 강원 FC와 0-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각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수원FC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후반전 수원 삼성 염기훈 감독 대행이 관중을 향해 사과의 말을 전하고 있다. 2023.12.02 / ksl0919@osen.co.kr
수원 삼성이 결국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창단 28년 만에 역사상 처음으로 강등됐다.수원 삼성은 2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파이널 B 최종전에서 강원 FC와 0-0으로 비겼다. 같은 시각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수원FC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경기 종료 후 수원 염기훈 감독 대행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12.02 / ksl0919@osen.co.kr
하지만 결말은 비극이었다. 수원은 시즌 막판 수원 더비와 슈퍼매치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드라마를 쓰는가 싶었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염기훈 감독대행은 기자회견장에서도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팬분들한테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선수들도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다. 선수단에게도 미안하고, 팬분들에게도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염기훈 감독대행은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지 않았냐는 지적에 "경기를 하다 보면 언제나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부족함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내가 너무 부족해서 그런 상황이 나왔다. 내 잘못이 크다. 내 부족함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라며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결과적으로 '선수' 염기훈의 마지막 시즌은 2부 강등으로 마무리됐다. 그는 지난 2006년 전북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K리그 통산 77골 110도움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어시스트 기록을 보유한 전설이다.
특히 수원에서 엄청난 기록을 쌓았다. 염기훈은 2010년 수원으로 이적한 뒤 단 한 번도 팀을 떠나지 않고(경찰청 군 복무 기간제외), 333경기 49골 87도움을 터트렸다. FA컵 우승 3회와 FA컵 최초 MVP 2회 수상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그러나 염기훈은 제대로 된 은퇴식도 하지 못한 채 이대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그와 수원의 13년 동행은 2부 강등이라는 역사에 남을 비극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수원 삼성와 강원FC 경기가 열렸다. 수원 염기훈 감독대행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3.12.02 / ksl0919@osen.co.kr
그럼에도 후회는 없었다. 염기훈 감독대행의 마지막 한마디는 여전히 수원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는 "작년에 은퇴하려다 플레잉코치를 하게 됐다. 항상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많은 분들이 말렸지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라며 "비록 이런 상황에서 은퇴하게 됐지만, 앞으로 언제나 수원을 사랑하고 응원할 것이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도우면서 수원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응원하겠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한편 염기훈 감독대행은 지도자로서 수원과 동행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그는 올해 P급 지도자 자격증 교육을 이수했고, 지도자 생활 의지도 강하다. 그는 "언제나 지도자를 하고 싶은 생각이 가장 컸다. 어디서 다시 시작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지도자의 꿈을 안고 나아갈 것이다. 내 미래는 구단과 다시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다. 어떻게 되든 지도자의 삶을 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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