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바람의 손자입니다, 아버지에게 배운 것은…" SF에 뜬 이정후, 영어로 자기 소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12.16 09: 50

“헬로 자이언츠, 마이 네임 이스 정후리. 그랜드손 오브 더 윈 프롬 코리아(Hello Giants, My name is Jung hoo lee. Grandson of wind from Korea).”
‘바람의 손자’ 이정후(25)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서 영어로 이렇게 자기 소개를 했다.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입단식을 통해 51번이 새겨진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쓴 이정후는 취재진을 향해 “잘 생겼나(handsome)?”이라고 물어볼 정도로 여유도 넘쳤다. 
이날 이정후의 입단식에는 샌프란시스코 프런트 수장인 파르한 자이디 야구운영사장과 함께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함께했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전 LG 코치, 어머니 정연희 씨도 참석해 아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키움 히어로즈에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이정후는 지난 13일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 합의 소식이 전해졌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한국인 선수 중 역대 최고액 조건으로 아시아 출신 타자로는 역대 최고 대우를 받았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역대 4번째로 큰 계약이기도 했다. 
15일 공식 발표된 계약 조건에 따르면 이정후는 계약금 500만 달러를 받으며 연봉은 내년 700만 달러로 시작해 2025년 1600만 달러, 2026~2027년 각각 2200만 달러, 2028~2029년 각각 2050만 달러를 받는다. 4년 뒤인 2027시즌을 마치고 FA가 될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도 넣었다. 계약 기간 56만5000달러를 구단 자선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컬러인 오렌지색 넥타이를 매고 입단식에 모습을 드러낸 이정후는 기자회견 시작 전 영어로 꽤 길게 자기 소개부터 했다. 그는 “안녕하세요, 자이언츠. 내 이름은 이정후다. 한국에서 온 바람의 손자다. 나를 영입한 샌프란시스코 존슨 구단주 가문과 래리 베어 CEO, 자이디 사장,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에게 특히 감사하다. 어머니, 아버지에게도 감사하다”며 “어릴 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게 꿈이었고, 항상 베이에어리어(샌프란시스코 지역 명칭)를 좋아했다. 이곳에 이기기 위해 왔다. 동료들과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레츠고 자이언츠”라고 인사했다. 영어 솜씨가 유창하진 않지만 진심이 담긴 인사에 박수가 나왔다. 
다음은 이정후와 현지 취재진의 일문일답.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샌프란시스코 계약을 선택한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MLB를 시청한 팬으로서 샌프란시스코는 역사도 깊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 선수도 많다. 최근에 우승을 많이 한 팀이고, 역사적으로 전통이 있어 좋아하는 팀이었다. 그런 팀에서 나를 선택해줘서, 이렇게 역사가 큰 구단에서 뛰게 돼 영광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힘들 게 뭘까. 
▲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게 큰 숙제다. 새로운 투수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야구장 그리고 한국에선 항상 버스로 이동했지만 여기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시차가 달라진다. 전부 다 적응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첫 시즌 가장 기대되는 것은?
▲ 미국에 있는 야구장을 올해 초 스프링 트레이닝 때 키움 히어로즈 구단에 있을 때 견학을 한 번 간 적이 있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홈구장 체이스필드). 그때 이후로 처음 온 게 오라클파크이고, 모든 구장이 다 처음이라 그런 메이저리그 필드에서 뛰게 된 게 가장 기대된다. 
-아버지가 야구하는 것을 보며 배운 것은?
▲ 야구적으로 배운 것은 없다(웃음). 아버지한테는 인성이라든지 좋은 사람으로서 클 수 있는 것을 배웠다. 항상 선수가 잘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웠다. 
-오라클파크에서 뛰는 게 기대되는 부분은?
▲ 한국에선 돔구장에서 뛰었는데 천연잔디 구장을 홈으로 뛰게 돼 좋다. 특색 있는 야구장이고, 스플래시 히트(우측 담장 밖 맥코비만에 떨어지는 홈런)가 기대된다. 
-7월에 발목 수술을 받았는데 현재 상태는?
▲ 그 부분에 대해선 완전히 100% 회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를 위해 재활 기간 도와주셨던 분들이 많다.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내년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하성(샌디에이고)과는 이제 상대팀으로 만나게 됐는데?
▲ 하성이형은 한국에서 같은 팀메이트로 뛰었다. 나한테 있어 정신적 지주가 된 형이었다. 항상 한국에 있을 때 부터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이렇게 큰 꿈을 키울 수 있었다. 함께 뛴 시절을 뒤로하고 맞대결을 하게 돼 신기하고 설레기도 한다. 형도 항상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는데 계속 많이 물어보고 해야 할 것 같다. 
-팬들을 위해 당신이 어떤 선수인지 말해달라. 
▲ 우선 난 어리다. 나도 내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와서 나의 기량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 항상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최선을 다하고,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선수라고 말하고 싶다. (공격과 수비에 대해선) 내 입으로 말씀드리기 부끄러운데 내년 오프닝 데이 때부터 내가 보여드리면 그때 팬분들께서 평가해주시면 좋겠다. 
-공을 맞히는 기술이 좋은데?
▲ 어렸을 때부터 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게 뭘지 생각했는데 공을 잘 맞힐 수 있는 능력이었다. 잘 맞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풀스윙을 돌리면서 잘 맞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삼진은 정말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이지만 어떻게든 공을 컨택해서 그라운드 안으로 넣기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그런 것을 생각하며 연습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남들보다 컨택이 좋아진 것 같다.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은 누가 지었나?
▲ 아버지 선수 시절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었다. 태어나니까 난 자연스럽게 바람의 손자가 됐다. 한국에서 뛰었을 때는 뭔가 바람의 손자라는 말이 조금 오글거리기도 했는데 영어로 말하니까 멋있더라. 
-아버지보다 빠른가?
▲ 아빠는 정말 빠르셨다. 지금은 이기는데 같은 나이대 뛰어보라고 하면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야구를 안 할 때는 무엇을 하나. 
▲ 넷플릭스, 유튜브 보는 거 좋아한다. 거의 집에서 잠 자고, 맛있는 거 먹는 것 좋아한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피트 푸틸라 단장이 시즌 막판 직접 보기 위해 한국까지 갔는데?
▲ 생각지도 못했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너무 감사했다. 한국에 와주셔서 나의 플레이를 지켜봐주신 것만으로도 나한테 행복한 기분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첫 시즌 목표가 있다면. 
▲ 부딪쳐봐야 할 것 같다. 목표를 잡는 것도 좋지만 내가 우선 적응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적응을 최우선으로 삼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것이다. 팀이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팀 승리를 위해 뛸 것이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데뷔를 위해 스윙에 변화를 줬는데 결과가 안 좋았는데?
▲ 잘하고 싶다면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을 통해 오히려 나의 메커니즘이라든지 스윙에 있어 더욱 더 내가 좋은 걸 갖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시간들이 안 좋은 시간만은 아니었다.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해 도와주신 분들에 미안하지만 처음 겪어보는 시간으로 인해 더욱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나에 대한 믿음이 더욱 확고해지는 시간이었다. 
-김하성이 뛴 샌디에이고를 맡았던 밥 멜빈 감독과 함께하게 됐는데?
▲ 하성이형이 소식을 듣고 정말 축하한다고, 좋은 구단에 가서 축하한다고 해줬다. 제일 많이 해준 말이 좋은 감독님 밑에서 야구를 하게 돼 정말 잘됐다는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은?
▲ 너무 유명한 선수들이 많은데 윌리 메이스가 있다. 너무 옛날 야구는 잘 모른다. 가장 최근 기억에 남는 건 2010년, 2012년, 2014년 우승했을 때다. 그 우승을 이끈 중심에는 버스터 포지 선수가 있었다. 
-등번호 51번은 어떤 의미인가?
▲ 어릴 때 야구를 처음 시작하고 봤던 선수가 스즈키 이치로였다. 좋아하던 선수의 등번호를 달고 어릴 뛰부터 경기를 뛰었다. 
-여기 와서 만난 선수가 있다면? 어릴 때 좋아하던 자이언츠 선수는?
▲ 오늘 오전에 운동을 잠깐 했는데 오스틴 슬레이터 선수랑 만나 이야기도 나눴다. 어릴 때 내가 유격수였기 때문에 제일 좋아하던 자이언츠 선수는 브랜든 크로포드였다. 
-샌프란시스코 라이벌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했는데?
▲ 일단, 어…열심히 하겠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입단식.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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