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감격스러울까, 이정후 SF 입단식에 이종범까지 화제 "스피드로는 절대 아버지 못 이긴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12.16 15: 39

“한국에서 온 바람의 손자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가 된 이정후(25)는 공식 입단식에서 자신을 이렇게 영어로 소개했다. 직접 ‘바람의 손자(Grandson of wind)’라는 표현을 쓰며 미소를 지었다. 현역 선수 때 ‘바람의 아들’로 불린 아버지 이종범(53) 전 LG 코치의 아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붙은 별명이 입단식에서 또 화제가 됐다.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입단식과 기자회견에는 이종범 코치가 아버지의 자격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내 정연희 씨와 함께 입단식을 찾았고, 오라클파크에서 기념으로 가족사진도 찍으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운데)가 입단식에서 아버지 이종범 코치(오른쪽), 어머니 정연희 씨와 함께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운데)가 입단식에서 아버지 이종범 코치(왼쪽), 어머니 정연희 씨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입단으로 이종범 코치의 전설적인 선수 커리어도 회자되고 있다. 지난 1994년 해태 시절 타격왕(.393)에 오르며 역대 한 시즌 최다 84도루로 MVP에 등극한 이종범 코치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5툴 플레이어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로부터 28년의 세월이 흘러 2022년 아들 이정후가 대를 이어 MVP를 수상하며 KBO리그 최초 부자 MVP의 역사가 쓰여졌다. 
이런 부자 관계가 미국에도 소개됐고, 이날 기자회견에선 이정후에게 아버지 관련 질문도 3개나 나왔다. ‘아버지가 야구하는 것을 보면서 배운 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정후는 “야구적으로 배운 건 없다. 인성 면에서 좋은 사람으로 클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선수가 잘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배웠다”며 최고 스타였던 아버지에게 야구 외적인 면에서 가르침을 받았다고 답했다. 실제 이정후는 출중한 실력만큼 바른 인성으로 야구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정후는 “아버지의 선수 시절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었다. 태어나니까 난 자연스럽게 바람의 손자가 됐다. 한국에서 뛸 때는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이 조금 오글거리기도 했는데 영어로 말하니까 멋있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샌프란시스코 파르한 자이디 사장이 이정후에게 유니폼을 입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아버지보다 발이 빠른지에 대한 추가 질문까지 나왔다. 이에 이정후는 “아버지는 정말 빠르셨다. 지금은 내가 이기지만 같은 나이대에 뛰면 내가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다”며 이종범 코치를 한껏 치켜세웠다. 
실제 스피드, 주력에 있어 이정후는 이종범 코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종범 코치는 KBO리그에서 16시즌 통산 510도루를 기록했다. 역대 통산 2위 기록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1993년 데뷔 첫 해부터 73도루를 기록하는 등 50도루만 5시즌을 기록했다. 1루에 나가면 사실상 2루타로 간주될 만큼 나갔다 하면 한 베이스 추가를 보장한 발이었다. 
반면 이정후는 KBO리그 7시즌 통산 69도루로 주력에 특화된 선수는 아니다. 2017년 데뷔 후 5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했지만 2019년 13도루가 최다 기록. 스피드에 있어선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이 무색하지만 컨택 능력은 아버지를 능가한다. 통산 타율 3할4푼은 3000타석 이상 기준으로 KBO리그 역대 1위에 빛나는 기록이다. 이종범 코치의 통산 타율은 2할9푼7리. 일본 진출 전 최전성기였던 1993~1997년 해태 시절 5년간 기록한 3할3푼2리보다 이정후의 타율이 더 높다. 
2009년 한국시리즈 1차전 KIA 선수 시절 이종범 코치와 아들 이정후. 2009.10.16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승리한 한국대표팀 이종범 코치와 이정후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spjj@osen.co.kr
2022년 KBO 올스타전에 앞서 40인 레전드 선수 시상식에서 이정후와 이종범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2.07.16 /sunday@osen.co.kr
이정후가 2022년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을 수상하며 시상자로 나선 아버지이자 LG 이종범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1.12.10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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