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이 직접 요청” 참스승에서 조력자로…61세 타격 1타강사, 두산 어떻게 바꿀까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2.21 14: 41

지도자 첫해를 맞아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며 힘겹게 한 시즌을 마친 두산 이승엽 감독이 옛 스승에게 SOS를 요청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주 박흥식, 조인성, 가득염, 김동한 코치 영입을 공식 발표하며 2024시즌 코칭스태프 구성을 사실상 완료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두산은 9위로 처진 팀을 일으킬 감독으로 이승엽 KBO 총재특보를 선임했다. 왕조를 이끈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지도자 경험이 없는 이승엽 특보에게 3년 총액 18억 원에 지휘봉을 맡기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현역 시절 이승엽 감독(좌)과 박흥식 코치 / OSEN DB

롯데 자이언츠 박흥식 코치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2023.03.28 / foto0307@osen.co.kr

두산이 이 감독 선임과 함께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코칭스태프 구성. 이 감독이 2017년 현역 은퇴 후 5년 동안 야구계를 떠나지 않았지만 지도자 경험을 하지 못했기에 풍부한 현장 경력을 보유한 코치 위주로 영입을 제의했다.
그 결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역임한 김한수 코치를 비롯해 고토 고지, 세리자와 유지, 조성환, 박정배, 정수성, 이영수 등 경험 많은 지도자들이 대거 두산에 합류했다. 기존 정재훈, 김주찬, 고영민 코치도 팀에 남아 이승엽호를 돕기로 결정하며 그야말로 초호화 코치 군단이 결성됐다. 
이승엽 사단은 첫해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시즌 종료 후 해체를 피하지 못했다. 김주찬 1군 타격보조코치, 고영민 1군 주루코치, 정수성 1군 작전코치, 정재훈 2군 투수코치, 김우석 2군 작전/수비코치, 유재신 2군 작전/주루 코치 등 무려 코치 6명이 팀을 떠났기 때문. 김주찬, 고영민, 유재신 코치는 김태형 전 두산 감독이 부임한 롯데 자이언츠, 정재훈 코치는 KIA 타이거즈, 김우석 코치는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정수성 코치는 구단과 합의 하에 재계약이 불발됐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가 24일 경기도 이천 두산베어스파크에 2022 시즌을 마무리하는 캠프를 차리고 구슬땀을 흘렸다.두산 김한수 수석코치, 이승엽 감독, 조성환 코치(왼쪽부터)가 오전 훈련을 마치고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10.24 / dreamer@osen.co.kr
두산은 올해 역시 스토브리그 개장과 함께 가장 먼저 코칭스태프 인선 작업에 착수했고, 조웅천 투수코치에 이어 박흥식, 조인성, 가득염, 김동한 코치를 영입하며 공백을 메웠다. 기존 김한수, 고토, 세리자와, 조성환, 권명철, 박정배 코치 등과 함께 이승엽호의 두 번째 시즌을 이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지도자는 환갑이 넘은 박흥식(61) 코치다. 단순히 나이와 풍부한 경력 때문이 아니다. 박 코치는 과거 삼성 코치 시절 국민타자 이승엽을 있게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신일고-한양대 출신인 박 코치는 1985년 프로에 데뷔해 1993년 은퇴했다. 1군 통산 성적은 660경기 타율 2할5푼6리 12홈런 189타점이다. 
경기에 앞서 KIA 박흥식 감독대행이 미소 짓고 있다./  soul1014@osen.co.kr
박 코치는 지도자로 변신해 비로소 커리어의 꽃을 피웠다. 삼성, KIA, 넥센, 롯데 등에서 30년 가까이 타격코치 및 2군 감독을 맡아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고, 이에 힘입어 KBO리그의 타격 1타강사로 불렸다. 
박 코치는 이 감독이 삼성에서 홈런타자로 활약할 때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었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이 감독이 국민타자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지도자이며, 이 감독 또한 현역 시절 박 코치를 ‘스승’으로 모셨다.
박흥식 코치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선수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 / foto0307@osen.co.kr
이번 박 코치 영입은 이 감독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두산 관계자는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코칭스태프 인선 작업 과정에서 감독님이 박흥식 코치 영입을 직접 요청하셨다”라고 밝혔다. 
지도자 경험 없이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첫해 자신의 의견보다 코치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한 시즌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코치들의 의견을 듣고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내년 시즌은 1년 경험을 한 이 감독의 리더십이 조금 더 발휘될 것으로 예상되나 이 감독은 마무리캠프 당시 “내가 부족한 게 있으면 도움을 주는 코치, 코치들이 부족하다면 내가 도움을 주는 감독이 돼야 한다”라며 “5위 하려고 (두산에) 온 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좋은 경기, 팬들을 만족시키는 야구를 하기 위해 필요한 코치를 데려오겠다”라고 밝혔다.  
스승에서 조력자 변신을 결심한 박 코치가 두산을 어떻게 바꿀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현역 시절 이 감독에게 그랬듯 감독 이승엽 또한 올바른 길로 인도해 제2의 성공시대를 열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backlight@osen.co.kr
2일 일본 오키나와 우루마 구시카와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가 진행 됐다.롯데 박흥식 코치가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3.0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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