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kg 감량에도 제자리걸음…우승 주역 은퇴→좌완 기근 심화, ‘롯데 에이스 동생’ 어깨가 무겁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2.31 17: 40

통합우승 주역이자 좌완 스페셜리스트 조현우(29)의 이른 은퇴로 좌완투수 기근 위험에 직면한 KT 위즈. 7년 전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아직까지 알을 깨지 못하고 있는 박세진(26)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박세진은 인간승리의 아이콘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면서 95kg에서 82kg까지 13kg을 감량하는 폭풍 다이어트에 성공한 뒤 마무리캠프에 합류했기 때문. 복무지가 어린이집으로 배정된 박세진은 퇴근 후 대구의 한 트레이닝센터로 향해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소집해제 후 곧바로 훈련이 가능한 몸 상태를 만들었다. 
당시 익산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박세진은 “살이 많이 빠져서 그런지 형들이 다 못 알아봤다”라고 웃으며 “사회복무요원을 하면서 아는 형이 운영하는 트레이닝센터에서 운동했는데 다이어트를 제안 받았다. 몇 년 동안 성적이 좋지 못했고, 나 또한 살을 빼고 싶어서 변화를 줘봤다”라고 절치부심의 배경을 설명했다. 

KT 박세진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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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는 공을 던지는 체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체중 감량 이후 지속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다시 힘을 키웠고, 그 결과 5~60개만 던져도 체력 저하를 호소하던 그가 7~80개도 거뜬히 던질 수 있는 투수로 성장했다. “프로 생활을 되돌아봤는데 고교 시절보다 나태했던 것 같다. 야구를 안 하다 보니 야구하고 싶은 마음도 이전보다 커졌다”라는 달라진 마음가짐도 들을 수 있었다. 
KT 박세진 / OSEN DB
박세진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거쳐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지만 의욕과 달리 복귀 첫 시즌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4월 2일 LG전에서 ⅔이닝 동안 볼넷을 3개나 내주는 제구 난조에 시달린 뒤 9일 친형 박세웅이 속한 롯데전에서 0이닝 4피안타 3실점 난조를 겪었다. 
박세진은 이후 1군과 2군을 오가는 입대 전의 생활을 반복했고, 16경기 승리 없이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86의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팀 내 좌완 불펜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승선하지 못했다. 
KT 박세진 / OSEN DB
KT는 10개 구단 중 좌완 기근이 가장 심각한 팀이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12인 투수 엔트리에서 왼손은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이 유일했다. 함덕주, 김윤식, 손주영, 이우찬 등 좌완이 무려 4명인 LG와 확연히 대조됐다. 
물론 KT는 2021년 창단 첫 통합우승에 기여한 조현우가 부상을 당한 이후로 우투수로 좌타자를 막아온 팀이다. 그러나 2023 한국시리즈에서는 좌타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LG 타선을 만나 좌투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이강철 감독이 “저기(LG) 안 쓰는 왼손투수를 우리에게 한 명만 줬으면 좋겠다. 왼손투수 1명이 절실하다. 내년에는 어떻게든 좌완 불펜투수를 만들거나 구해봐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KT 박세진 / OSEN DB
그럼에도 KT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좌완 불펜진을 보강하지 않았다. FA 시장에 우승반지가 4개인 함덕주가 나왔지만 협상에 나서지 않았고, 2차 드래프트에서는 우완투수 우규민, 이태규와 내야수 김철호를 지명했다. 오히려 오매불망 기다렸던 우승 주역 조현우가 은퇴를 선언하며 안 그래도 없는 전력에 손실이 생겼다. 
KT는 대신 내부 육성으로 좌완 불펜 전력을 보강하겠다는 플랜을 세웠다. 나도현 단장은 “이강철 감독님께서 지금 나와 있는 선수들보다 박세진, 전용주, 김건웅 등을 육성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을 보이셨다. 프런트 또한 이에 공감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KT 박세진 / OSEN DB
나 단장이 언급한 선수들 가운데 핵심이자 기대주는 박세진이다. 세 선수 가운데 가장 1군 경험이 풍부하고, 그래도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는 23경기 2승 5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43의 안정감을 뽐냈다. 아무리 개인운동을 철저히 했다고 해도 상무가 아닌 사회복무요원으로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기에 소집해제 후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2016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박세진이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KT의 새로운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세진의 어깨가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이번 오프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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