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과 호날두의 각축은 무승부… 2023 세계 득점왕 타이틀 하나씩 나눠 가져[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4.01.03 10: 58

그러나 모든 과실이 신기루처럼 사라지지는 않았다. 한결같이 불태운 열망에 걸맞은 결실이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울고 웃으며 2023년을 떠나보낸 케인이다.
흥미진진했던 2023년 세계 축구 득점왕 각축전이다. 뜨겁기만 한 열기를 내뿜었던 세계 으뜸 골잡이 다툼은 막판 반전이 빚어지며 더욱 흥을 자아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이제 한물갔다”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였다. 호날두가 막판 역전극을 빚어내며 마지막 한 점을 찍음으로써 2023년 세계 최고 골잡이로 자리매김했다.
호날두의 마지막 역주에, 자리하던 선두를 내줘야만 했던 케인은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하나만은 결코 놓치거나 빼앗기지 않았다. 최후의 보루는 세계 톱 디비전 득점왕이었다. 유럽 5대 리그 가운데 하나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올린 개가라 더욱더 뜻깊은 등극이라 할 만하다. 분명 아시아로 활동 무대를 옮겨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에서 보다 손쉽게 골을 사냥하는 호날두에 비하면 가치가 돋보이는 왕좌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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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은 톱 디비전 으뜸, 호날두는 연간 최고… 승패를 2024년으로 미뤄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에서, 케인(21골)은 여유 있게 득점 레이스를 끌어가고 있다. 17골을 터뜨리고 뒤를 쫓는 세루 기라시(27·VfB 슈투트가르트)를 네 걸음 차로 앞섰다. 분데스리가에 새로 둥지를 튼 첫 시즌에, 빼어난 득점력을 뽐내며 득점왕 고지에 다가서고 있다.
이에 앞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22-2023시즌, 케인은 ‘준득점왕’이었다. 30골 고지를 밟았지만, EPL 마당에 뛰어든 ‘신성’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의 엄청난 돌풍(36골)에 휘말려 득점왕 등극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이 시즌 후반부인 2023년에, 케인은 17골을 뽑아냈다. 그리고 분데스리가에 뛰어들어 처음 맞이한 2023-2024시즌 전반부에 역량을 한껏 분출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4개월 남짓한 기간에, 21골을 터뜨리는 거센 격랑을 일으켰다. 유럽 5대 리그 제일의 득점 감각을 떨치고 있다.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는 케인은 EPL 17골과 분데스리가 21골을 합쳐 2023년 한 해에 모두 38골을 사냥했다. 당대 으뜸을 다투는 킬리안 음바페(25·파리 생제르맹)와 호날두를 모두 제치는 발군의 골 솜씨가 무척 돋보였다(표 참조). 또한, 2022-2023시즌 EPL 역사에 새 장을 열며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한 홀란마저도 케인의 무서운 기세에 한쪽으로 비켜설 정도였다.
사실, 케인은 2023년 한 해 각종 대회를 망라한 연간 득점왕 타이틀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케인이 모든 경기를 끝마쳤을 때, 나타난 골 수는 52였다. 리그 38골을 비롯해 내셔널 컵 1골, 국제 클럽 대항전 4골, 국가대표로 소화한 A매치 9골 등으로 이뤄진 득점이었다. 마찬가지로, 2023년 경기 스케줄을 끝낸 음바페와 함께 맨 윗자리를 차지한 모양새였다.
그러나 호날두가 남긴 경기 수가 변수로 작용하며 케인을 덮쳤다. 리그 3경기를 남기고 있던 호날두가 4골을 터뜨리며, 선두가 요동쳤다. 두 골 차로 3위를 달리던 호날두가 54골 고지까지 치고 올라가며 역전극이 연출됐다. 공동 1위 케인과 음바페가 2위로 내려오고, 반면 호날두가 그 빈자리로 뛰어올랐다. 호날두는 리그 34골에 내셔널 컵 1골, 국제 클럽 대항전 9골, A매치 10골을 엮어 54골을 만들었다. 프로페셔널리그 2023-2023시즌 득점 레이스에서도, 호날두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편, 홀란(50골)도 기회는 있었다. 호날두와 매한가지로,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1경기와 EPL 2경기 등 모두 3경기를 남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홀란은 단 한 골도 추가하지 못했다. 좋지 않은 몸 상태에 발목을 잡혀 단 한 경기도 출장하지 못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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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이 시작됐다. 올 한 해 펼쳐질 승부의 끝자락에서, 누가 득점왕의 영예를 누릴까?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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