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바페, “나도 지존”… 21세기 세 번째 10년 주기 득점왕 [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4.01.11 15: 30

킬리안 음바페(25·파리 생제르맹)는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고 한탄할지 모르겠다. 당대 세계 축구계에서, 손꼽히는 골잡이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한 시대를 주름잡는 첫손으로 꼽기엔,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 석연찮은 느낌을 자아냄도 사실이다. “세계 으뜸 골잡이에 ‘버금가는’ 존재”라는 평가가 더 어울리는 듯싶은 배경이다.
음바페는 프랑스 리그 1을 바탕으로 독보적 경지에 올라서려 애썼다. 2015-2016시즌 리그 1에 뛰어든 뒤, 2018-2019시즌 경기당 평균 1.14골의 놀라운 골 수확으로 첫 득점왕(33골)에 오르며 그 징조를 알렸다. 이후 2022-2023시즌까지 득점 고지 5연속 정상(18→ 27→28→29골)을 밟으며 “리그 1에 ‘음바페 시대’가 활짝 열렸다”라고 외쳤다.
그러나 외연을 세계로 넓히면, 펼쳐진 판도는 달랐다. 현대 축구사 골잡이 계보를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만한 걸물들이 잇달아 나왔기 때문이다. ‘신계의 사나이’로 불리는 두 거성,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 CF)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가 한창때 거닐던 경지를 넘보기에는 다소 벅찼다. 메시와 호날두의 왕성한 기운이 쇠잔해질 기미를 보이는 순간, 이번엔 ‘신성’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이 솟아올랐다. 생각지 못한 장벽이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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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3시즌, 음바페는 상당한 골을 쓸어 담으며 리그 1 득점왕 5연패를 이뤘다. 한솥밥을 먹던 메시(16골)를 넘어섰다. 아울러 시즌 도중, ‘축구 변방’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로 떠난 호날두도 거뜬히 추월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걸림돌에 걷어채었다. ‘괴물’처럼 튀어나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경악케 한 홀란의 골 사냥(36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다. 2022-2023시즌, 유럽 5대 리그 최다골 득점왕 영예는 음바페를 멀리하고 홀란의 품에 안겼다.
음바페는 주저앉지 않았다. ‘비장의 한 수’로 대응했다. 한결같은 골 결실로, 한 영역에서 ‘지존’의 자리에 올랐다. 21세기 세 번째 10년(2021~2030) 주기 득점왕 타이틀을 손안에 거머쥐었다. 정상에서, 눈물을 씻고 대소(大笑)를 터뜨린 음바페다. 비로소 메시도, 호날두도, 홀란도 굽어볼 수 있는 높다란 옥좌에 앉음으로써, 기쁨은 더욱 배가됐다.
홀란도, 호날두도, 메시도 능가하며 ‘음바페 시대’ 개창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0일(이하 현지 일자),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는 의미 있는 통계 자료를 발표했다. 금세기 세 번째 10년 주기 최다 득점 순위를 집계해 내놓은 이 발표에서, 음바페가 2년(2021-2022) 동안 1위를 고수했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5·바르셀로나)를 내려앉히며 정상에 올랐다.
지난 3년(2021-2023) 동안, 음바페는 51-56-52골을 엮어 159골로 맨 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활약한 무대별로 보면, ▲ 국내 리그(DL) 90골 ▲ 국내 컵대회(DC) 17골 ▲ 국제 클럽 대항전(ICC = International Club Competitions) 22골 ▲ 국가대표팀(NT = National Team) 간 경기 30골을 각각 뽑아냈다(표 참조).
음바페는 3년간 기복 없는 골 사냥으로 여유 있게 등정을 이뤘다. 3년 연속 50골 고지를 밟은 유일한 골잡이였다. 50골 고지를 두 번 밟은 골잡이도 음바페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음바페는 역전극을 창출하며 개가를 올렸다. 그래서 더욱 짜릿할 수밖에 없다. 2022년까지, 음바페는 레반도프스키의 기세에 휘말려 좀처럼 선두를 넘볼 수 없었다. 2022년이 끝났을 때, 2년간(2021년~) 최다골 사냥의 영예는 레반도프스키의 몫이었다. 111-107골로, 네 걸음 차였다. 이 기간에, 100골 고지 최초 등정 주인공도 레반도프스키였다. 스페인 라리가 2022-2023시즌 5라운드 카디스전(9월 10일·누에보 미란디야)에서, 후반 20분 추가골을 뽑아내 1년 253일 만에 가장 먼저 100골 고지를 밟은 바 있는 레반도프스키였다.
독주하던 레반도프스키는 조연으로, 그것도 3위(139골)로 밀려났다. 2023년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며, 단 28골밖에 추가하지 못한 데 발목을 잡혔다. 활동 영역으로 보면, DL 90골, DC 6골, ICC 24골, NT 19골이었다.
홀란은 2022-2023시즌 각종 골 기록을 쏟아 내며 ‘득점 천하’를 평정했다. 그랬건만 3년 합산에선, 음바페의 한결같은 ‘대풍’에 밀렸다. 홀란은 모두 145골(49-46-50)을 잡아내며 2위에 자리했다. 음바페와 14골 차였다. 홀란으로선 처음으로 한 해 50골 고지에 올라섰다는 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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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는 6위(117골·47-16-54골)에 올라 체면치레했다. 메시는 8위(106골·43-35-28골)에 그쳤다.
토트넘 홋스퍼 시절, 손흥민과 ‘찰떡궁합’을 이뤘던 해리 케인(30·바이에른 뮌헨)은 4위(131골·44-35-52골)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2023년, 음바페와 어깨를 나란히 한 최다골(52골) 풍작이 밑받침이 됐다.
2024년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음바페가 역전의 기세를 살려 그대로 내달릴까, 아니면 상대적으로 연부역강한 홀란이 ‘괴물’의 잠재력을 분출하며 새로운 판도를 그릴까? 무척 볼 만한 득점 각축전이 펼쳐질 올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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