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만큼은 꼭 삼성에서 멋진 모습으로 선수 생활의 마침표 찍기를... [채태인의 채럼버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4.01.12 08: 40

스마트폰을 꺼내 야구 뉴스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삼성 라이온즈 관련 기사를 맨 먼저 찾아본다. 최근 들어 오승환에 대한 기사가 부쩍 눈에 띈다. 삼성과 FA 협상에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FA 계약은 과거에 대한 보상이 아닌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라고 한다. 구단과 오승환의 의견차가 존재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구단의 제시안과 오승환의 요구 조건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삼성에는 오승환이 필요하다. 
삼성이 FA 투수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하며 불펜 보강에 나섰지만 오승환이 있고 없고 다르다. 150km를 넘나드는 돌직구를 마구 뿌려대던 전성기 만큼의 엄청난 퍼포먼스는 아니지만 여전히 타자를 압도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창 좋을 때보다 구속은 떨어졌으나 '관록'이라는 무기를 새롭게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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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한다. 오승환이 예전 같지 않다고. 작년에 혹평을 받으면서도 보란 듯이 30세이브를 달성했다. 최종 순위 8위에 불과한 팀 성적을 고려하면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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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오승환의 가장 큰 장점은 한결같다는 점이다. 2007년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소위 말해 야구 좀 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도 한데 오승환은 예외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와 현재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 그리고 따듯한 마음씨까지 그대로다. 스타병에 걸린 선수들이 허다한 한국 야구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케이스다.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왕조 시절을 이끌었던 삼성 선수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게 된 게 너무나 아쉽다. 언제나 함께 할 수 없지만 삼성만의 훌륭한 팀 컬러는 팀을 오랫동안 지켜온 이들에 의해 후배들에게 이어져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퇴색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자부심이 강한 오승환이 영원한 삼성맨이 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과 오승환의 FA 협상이 길어지면서 일부 팬들 사이에서 '오승환이 과한 요구를 한다'는 억측도 나온다. 샐러리캡 제도 시행 이후 구단이 선수의 요구 조건을 모두 들어줄 수 없다. 영리한 오승환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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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은 김재윤, 임창민 등 외부 FA 선수 영입에 몰두하느라 오승환에게 소홀하게 대했던 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팀에 대한 애정이 큰 선수들을 스마트폰 장기 가입 고객 대하듯 해선 안 된다.  
선수 생활을 되돌아보면 삼성에서 뛸 때 가장 행복했다. 삼성을 마지막으로 은퇴하지 못한 게 한처럼 남아 있다. 오승환 만큼은 꼭 삼성에서 멋진 모습으로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구단 투수 최초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되길 응원한다. 
/채태인 타격 연구소 대표
# 채태인 타격연구소 대표는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KBO리그에 데뷔해 삼성, 넥센, 롯데, SK에서 뛰었다. 통산 124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8리 1162안타 127홈런 678타점 481득점을 기록했다. 현역 은퇴 후 아마추어 지도자를 거쳐 현재 부산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야구 교실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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