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 KIA 김종국 전 감독-장정석 전 단장, 가까스로 구속은 피했지만…불씨 남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1.31 01: 10

후원사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KIA 타이거즈 김종국(51) 전 감독과 장정석(51) 전 단장이 가까스로 구속을 모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당초 이날 오후 중으로 영장심질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졌고,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은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왔다. 
심리를 진행한 유창훈 판사는 “금품수수 시기 이전의 구단에 대한 광고 후원 실태, 본건 후원 업체의 광고 후원 내역, 시기 등 일련의 후원 과정 및 피의자의 관여 행위 등을 관련자 진술에 비춰볼 때 수수 금품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에 관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30일 오전 KIA 타이거즈의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를 위해 서울지방법원으로 출석했다.KIA 김종국 전 감독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4.01.30 / rumi@osen.co.kr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장정석 전 단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01.30 /cej@osen.co.kr

이어 유 판사는 “혐의 관련 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된 점, 물의를 야기한 책임을 통감하는 피의자들의 심문 태도, 피의자들의 경력 등에 의할 때 증거 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은 KIA 구단 후원사인 한 커피 업체로부터 2022년 8월부터 각각 1억원대, 수천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수사부는 두 사람이 금품을 받고 후원사 선정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영창을 청구했다.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취한 행위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장 전 단장은 FA 포수 박동원(LG)과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혐의가 지난해 3월 드러나며 해임된 바 있다. KBO도 장 전 단장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검찰은 지난해 11월 장 전 단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감독이 후원 업체로부터 받은 뒷돈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 전 감독은 2022년 6월 문제의 후원 업체 회장을 만나 선수단 유니폼에 붙이는 견장 광고를 제안했고, 그로부터 한 달 뒤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100만원권 수표 60장으로 6000만원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김 전 감독은 이 같은 내용을 장 전 단장에게 전달했고, 이 업체는 같은 해 8월부터 KIA와 후원 계약을 맺고 유니폼에 광고를 붙였다. 
6일 광주 서구 기아 오토랜드 대강당에서 KIA 김종국 감독 취임식이 열렸다.KIA 김종국 감독이 장정석 단장으로부터 꽃다발을 전달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01.06 /sunday@osen.co.kr
19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팀에 합류한 나성범의 입단식이 열렸다.KIA 장정석 단장과 김종국 감독이 입단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2.01.19 /sunday@osen.co.kr
지난 25일 제보를 통해 이 사실을 접한 KIA 구단은 27일 김 전 감독과 면담 자리에서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KIA는 28일 김 전 감독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지만 구속 영장까지 청구되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하루 만인 29일 김 전 감독과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황에서 해임한 것이다. 
현직 프로야구 감독이 개인 비위로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 KIA 구단은 수사 결과에 관계없이 품의손상행위로 판단해 김 전 감독과 관계를 끝냈다. 이어 구단 명의 사과문을 발표하며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사태의 장본인들인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은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심문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장 전 단장이 먼저 왔고, 김 전 감독이 뒤이어 모습을 드러냈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팬들을 향한 사과의 말도 없었다. 2시간가량 심문을 마치고 나온 뒤에도 두 사람 모두 묵묵부답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차량에 탑승하며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장정석 전 단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01.30 /cej@osen.co.kr
30일 오전 KIA 타이거즈의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를 위해 서울지방법원으로 출석했다.KIA 김종국 전 감독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4.01.30 / rumi@osen.co.kr
만약 구속이 결정되면 프로야구 초유의 사태가 될 수 있었다. 대가성 여부가 입증되지 않으면서 가까스로 구속은 피했지만 향후 검찰이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추가 조사로 두 사람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 수 있어 이 사태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KIA는 2년 연속 프런트와 현장의 수장이 연이어 비위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쑥대밭이 됐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를 떠난 KIA 선수단도 충격 속에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었다. 출국 전 취재진 앞에 선 KIA 주장 나성범은 “아무래도 분위기가 조금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너무 고개 숙이고 침울한 것보다 똑같이 행동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누가 오실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오셔서 팀이 다시 시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우승 후보로 큰 기대를 모은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터지면서 팬들의 실망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KIA는 일단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호주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1월말 캠프를 앞두고 감독이 공석인 상황은 KBO리그 43년 역사상 최초로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KIA 구단의 움직임도 복잡해졌다. 구단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비판 속에 사태를 수습할 새 감독 선임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만 개막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시기상 문제로 인해 신중하되, 서둘러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29일 오후 진갑용 KIA 타이거즈 감독 대행이 2024 전지훈련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캔버리로 출국했다. KIA 진갑용 감독 대행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2024.01.29 / ksl0919@osen.co.kr
30일 오후 프로야구팀 KIA 타이거즈가 2024 전지훈련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로 출국했다.KIA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떠나고 있다. 2024.01.30 /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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