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아픈 손가락' 린가드의 K리그행, 종착역인가 재도약의 발판인가 [정승우의 킬러패스]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4.02.02 19: 18

프리미어리그에서 존재만으로도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제시 린가드(32)가 K리그로 향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픈 손가락이자 미운 오리. 제시 린가드의 FC 서울행이 임박했다.
영국 'BBC'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담 기자 사이먼 스톤은 2일(이하 한국시간) "전 맨유 선수이자 잉글랜드 대표팀 미드필더 린가드는 FC 서울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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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스포츠'를 비롯한 다수 매체와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는 "린가드의 다음 행선지는 한국의 FC 서울"이라며 "그는 서명을 앞두고 있다"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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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가드는 1992년생 미드필더로 지난 2000년 맨유 유스팀에 입단했다. 꾸준히 성장한 그는 2011년 맨유와 프로 계약을 맺었고 이후 레스터 시티, 버밍엄 시티,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등으로 임대 생활을 경험했다.
린가드가 맨유에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2015-2016시즌. 당시 맨유를 이끌던 루이 반 할 감독은 유스 출신인 린가드를 자주 기용했고 해당 시즌 공식전 40경기(선발 32경기)에 출전, 6골 4도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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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시즌 린가드는 새 사령탑 조세 무리뉴 감독 지휘 아래서도 핵심으로 활약했다.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과 성실한 전방 압박-수비가담 능력으로 주전 입지를 유지했다. 당시 포지션 경쟁자였던 후안 마타, 헨릭 미키타리안에 비해 기술적인 능력이 부족했지만, 자신만의 강점으로 해당 시즌에도 공식전 42경기에 출전해 5골 3도움을 기록했다.
잦은 사령탑 교체에도 불구하고 린가드는 2017-2018시즌 공식전 48경기, 2018-2019시즌 36경기에 출전하는 등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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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가드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9-2020시즌이다. 당시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린가드를 다른 감독과 마찬가지로 종종 기용했으나 2020년 1월 플레이메이커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영입했고 린가드의 출전 시간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결국 그는 2020-2021시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임대를 떠났다. 
신의 한 수였다. 6개월간의 짧은 임대였지만, 린가드는 웨스트햄 유니폼을 입고 리그 16경기에 나서 9골과 5도움을 기록했다. 사실상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웨스트햄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행을 지휘했다.
자신감을 찾은 린가드는 임대 종료 후 맨유로 복귀했으나 이번에도 솔샤르 감독은 린가드를 외면했다. 결국 그는 2022년 7월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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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가드의 하향 곡선은 이어졌다. 팀 내 최고 급여 수령자로 이름 올렸지만, 경기장 안에서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결국 그는 2023년 6월 노팅엄에서 방출당하며 자유계약(FA) 신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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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가드는 지난해 8월 중 인터 마이애미에서 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후엔 웨스트햄 이적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의 알 에티파크에서 훈련한다는 발표와 함께 이적도 이뤄지는 듯했으나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았다.
린가드의 마지막 프리미어리그 출전은 2023년 4월 17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다. 당시 린가드는 후반 43분 교체로 출전해 약 2분간 뛰었다.
이후 FC 바르셀로나, 에버튼 등과 연결되던 그의 차기 행선지는 맨유 이적시장에 정통한 사이먼 스톤 기자의 보도처럼 FC 서울이 유력한 상황이다.
아직 전성기 나이에 있는, 한때 맨유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던 선수가 K리그로 향한다는 소식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축구 팬들 사이에서도 충격적인 소식이다. 리그의 수준 차를 떠나 급여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사우디 리그를 거절한 뒤 서울행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투성이다. 
2일 영국 '스카이 스포츠' 뉴스 패널로 참석했던 이들은 "사우디의 뒤를 이어 선수들이 돈을 쫓아 가는 곳인가?"라며 다소 어처구니 없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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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가드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32경기에 출전했던 선수다. 특히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엔 3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 잉글랜드의 4강행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영국 BBC를 비롯해 '스카이 스포츠', '디 애슬레틱' 등 공신력이 상당한 영국 현지 매체들은 2일 앞다퉈 린가드의 서울 이적 소식을 전했다. 이들의 보도에 따르면 린가드는 서울 이외의 클럽에서 온 이적 제안은 모두 거절한 상태다.
특히 같은 날 OSEN과 전화통화를 진행한 서울 관계자는 "린가드와 접촉 중인 것이 맞다"라며 이 사실을 인정했고 "극비리에 서울 측 관계자가 맨체스터에서 린가드의 상태를 확인했다. 린가드 측 관계자 역시 서울에서 환경을 확인한 것이 맞다. 조만간 입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FA 신분이 된 이후 6개월 이상의 시간을 개인 훈련에 쏟은 린가드는 지난해 6월 인터뷰 당시 "어떤 구단도 배제하지 않는다. 나에게 알맞은 팀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축구를 하고 싶을 뿐"이라며 "난 꾸준한 출전 시간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축구가 하고 싶다'는 이유로 서울행을 택한 린가드,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기동 감독과 어떤 시너지를 내게 될까.
우선 린가드의 축구 스타일을 볼 때 김기동 감독이 좋아하는 유형의 선수인 것은 맞다. 
'K리그 테크니컬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김기동 감독이 이끌었던 포항은 2023시즌 전방 압박의 강도를 나타내는 '압박강도'(PPDA)에서 7.91을 기록, 전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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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한 활동량과 수비 가담이 장점인 린가드는 활발한 압박을 선호하는 김기동 감독에게 딱 맞는 선수일 수 있다. 또한 공격 2선 모든 지역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 역시 큰 장점.
지난 1월 3일 서울 부임 기자회견을 진행했던 김기동 감독은 "포항에서 많이 하다 보니 ‘김기동은 포항에 적합한 지도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신 모양이다. 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팀에서도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증명'이 서울을 택한 많은 이유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린가드 역시 축구, 그리고 증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 남자의 '절실함'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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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의 보도에 따르면 린가드와 서울의 계약 기간은 2+1년 계약이다. 1992년생인 린가드는 만 나이로 31세. 2년, 3년 뒤엔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된다. 
K리그를 택한 린가드는 수많은 것을 포기했다. 사우디 측에서 제안했던 수백 억의 연봉을 거절했고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잉글랜드 하부 리그로 이적하지 않으면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의 시선에서도 벗어났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물론 K리그가 린가드 축구 인생의 종착역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오르샤' 미슬라프 오르시치가 있다. 지난 2015년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한 오르시치는 꾸준히 K리그 그라운드를 누볐고 2017년 울산 현대로 이적했다. 2018년까지 꾸준히 활약한 그는 이후 2019년 디나모 자그레브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이후 오르시치는 2020-202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토트넘 홋스퍼와 경기에서 출전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토트넘에 탈락의 쓴맛을 안기는 등 맹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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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끝내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서 크로아티아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고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3위로 이끌기도 했다.
다만 오르시치의 K리그 도전은 훨씬 어린 나이에 시작됐다. 린가드와 동갑인 오르시치는 린가드가 맨유 1군에 데뷔하던 2015년 전남 유니폼을 입었다. 이 부분에서는 큰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최근 유럽 다수 스카우터들이 K리그를 주시하는 만큼,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다면 다시 유럽 무대로 돌아가는 것도 영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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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국  ‘데일리 스타’는 2일 린가드의 서울행 소식을 전하면서 “며칠 내로 린가드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라 전했다.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4일 일본 가고시마로 2차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번 계약이 더욱 속도를 받는다면 린가드가 일본 전지훈련에서 곧바로 팀에 합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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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린가드가 문제 없이 FC 서울에 합류할지, 이적이 이뤄진다면 김기동 감독의 목표 달성에 린가드가 무슨 역할을 하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보자.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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