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민이 형, PK 제가 차고 싶어요"...황희찬의 '황소 심장'은 남달랐다[오!쎈 알와크라]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2.03 06: 07

"내가 흥민이 형한테 차고 싶다고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일 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하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기적 같은 승리였다. 한국은 전반 42분 황인범의 패스 실수로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후반전에도 계속해서 공을 쥐고 몰아쳐 봤지만, 소득을 얻지 못했다.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에 위치한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가 열렸다. 연장 전반 손흥민이 역전골을 만든 뒤 황희찬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4.02.03 / jpnews.osen.co.kr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에 위치한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가 열렸다.후반 추가시간에 황희찬이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만든 뒤 환호하고 있다. 2024.02.03 / jpnews.osen.co.kr

탈락이 눈앞이던 후반 추가시간 4분 드라마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손흥민이 상대 태클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황희찬이 강하게 차 넣으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전에서도 황희찬과 손흥민이 차이를 만들었다. 연장 전반 12분 황희찬이 박스 바로 바깥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손흥민이 환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한국은 더 이상 실점하지 않으면서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에 위치한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가 열렸다.연장 전반 추가시간 에이든 오닐이 황희찬의 공을 뺏으려다가 위험한 태클로 발목을 가격했다. 황희찬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024.02.03 / jpnews.osen.co.kr
걱정되는 장면도 있었다. 연장 전반 추가시간 황희찬이 에이든 오닐의 거친 태클에 발목을 가격당해 쓰러졌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누워있다가 다시 뛰었지만, 연장 전반 종료 휘슬이 불리자마자 경기장 위에 엎어졌다. 허리를 붙잡고 절뚝이던 그는 결국 오현규와 교체됐다.
경기 후 황희찬은 "살이 조금 파여서 너무 놀랐다. 아직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이따 들어가서 체크를 해봐야 한다. 당시에는 진짜 너무 아팠다. 막 욕도 나왔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는 괜찮았다. 상대가 퇴장당하면서 우리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됐다"라고 말했다.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에 위치한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호주에 2-1로 승리했다.경기를 마치고 대한민국 황희찬이 기뻐하고 있다. .2024.02.03 / jpnews.osen.co.kr
황희찬은 전반 32분에도 골망을 흔들었다. 이강인의 정확한 대각선 침투 패스를 받은 설영우가 간결하게 컷백 패스를 건넸고, 황희찬이 그대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황희찬은 "정말 좋은 장면이었다. 강인이 패스도 좋았고, 영우도 잘 줬다. 나도 잘 들어가서 잘 마무리했다. 너무 아쉽지만, 우리가 계속해서 더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이 생겼다. 오늘은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저번 경기부터 그런 장면을 계속 만들어냈고, 후반에도 그랬다. 우리가 마땅히 승리할 만한 경기였지 않나 싶다"라고 전했다.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에 위치한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가 열렸다.후반 추가시간에 황희찬이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만든 뒤 환호하고 있다. 2024.02.03 / jpnews.osen.co.kr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에 위치한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가 열렸다.후반 추가시간에 황희찬이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만들고 있다. 2024.02.03 / jpnews.osen.co.kr
직접 페널티킥을 차게 된 이유도 공개했다. 황희찬은 "내가 흥민이 형한테 차고 싶다고 했다. 형도 바로 오케이 해줬다. 그래서 나도 자신 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대표팀 선수로서 언제나 모든 동작 하나하나에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페널티킥도 당연히 나만의 슈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든 국민분들께서 응원해 주시고 있었고, 우리 팀원들의 노력이 다 들어가 있는 순간이었다. 더 집중해서 무조건 마무리한다고 생각했다. 잘 마무리해서 너무 기뻤다"라고 밝혔다.
만약 실축했다면 한 순간에 역적이 될 수도 있던 상황. 하지만 황희찬은 "조금이라도 그런 부담을 느끼면 페널티킥을 차선 안 된다. 당연히 자신 있었다. 또 그렇게 페널티킥을 차게 되기까지 많은 노력과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나서서 찰 수 있었다"라며 강심장다운 면모를 보였다.
엉덩이 부상으로 고생하던 황희찬은 이번 경기가 대회 첫 선발 출전이었다. 그는 "당연히 매 경기 뛰고 싶다. 그동안 아파서 뛰지 못했는데 우리가 원하던 결과를 챙기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더 잘 준비해왔다. 어쨌든 골을 넣었고,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너무 기쁘다. 항상 말하듯이 이게 전부가 아니다. 앞으로 큰 두 경기가 남아있다. 목표를 향해 더 열심히 뛰고 더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크다"라고 다짐했다.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에 위치한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호주에 2-1로 승리했다.경기에서 승리한 대한민국 황희찬이 셀카를 찍고 있다. 2024.02.03 / jpnews.osen.co.kr
몸 상태는 어떨까. 황희찬은 "솔직히 100%는 아니다. 하지만 그냥 100%라고 생각하고 계속 뛰고 있다.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다. 무조건 스프린트해야 하는 상황이면 스프린트를 해야 하고, 내려가야 할 때는 내려가야 한다. 지금은 그냥 막 뛰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제 클린스만호의 다음 상대는 요르단이다. 한국은 오는 7일 0시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4강전을 치른다. 조별리그에서 2-2로 비겼던 아쉬움을 씻어낼 기회다.
황희찬은 4강전 각오를 묻자 "일단 오늘 너무 기뻐서 다음 경기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 회복 등 오늘 해야 할 것부터 잘해야 한다. 우리가 원했던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꼭 승리해야 한다. 우리는 그럴 준비도 돼 있고, 자격도 있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더 좋은 장면, 더 재미있는 축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 남은 두 경기도 더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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