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한마디 해도 될까?” KIA에 외인 투수코치 등장! 13억 에이스, ML 풀타임 경험 전수한다 [오!쎈 캔버라]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4.02.08 12: 40

“의리, 내가 한마디 해도 될까?”
KIA 타이거즈의 새 외국인 듀오 윌 크로우(30), 제임스 네일(31)은 지난 7일 호주 캔버라의 나라분다볼파크에서 열린 KIA 1차 스프링캠프 6일차 훈련에서 두 번째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가 불펜장 뒤편에 자리했고, 진갑용 수석코치도 옆에 서서 이들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봤다.

KIA 타이거즈가 7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다.KIA 제임스 네일과 윌 크로우가 이의리의 불펜 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2024.02.06 / soul1014@osen.co.kr

KIA 타이거즈가 7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다.KIA 크로우가 정해영의 불펜 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 2024.02.06 / soul1014@osen.co.kr

에이스를 맡게 될 크로우는 45개의 공을 던졌다. 포심패스트볼을 비롯해 슬라이더, 싱커(투심), 스위퍼, 커브, 체인지업 등 본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구종을 스크라이크 존 안에 넣는 연습을 했다. 포수와 구종마다 사인을 맞춰보며 실전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작업도 진행했다. 
2선발 네일은 30개를 던졌다. 싱커(투심), 스위퍼, 체인지업, 커터 등 변화구를 구사했고, 역시 포수와 사인을 점검했다. 구속은 약 146km로 측정됐다. 크로우보다 네일의 컨디션이 더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불펜피칭을 마친 크로우와 네일은 보강 운동에 이어 점심을 먹는 일정이 잡혔지만 두 선수 모두 다시 불펜장에 들러 KIA 영건들의 투구를 지켜봤다. ‘포스트 양현종’ 이의리가 이들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왔고, 네일은 이의리의 그립을 바꾼 뉴 체인지업에 “오마이갓(Oh my god)! 지저스(Jesus)!”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KIA 타이거즈가 7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다.KIA 정재훈 코치가 윌 크로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02.06 / soul1014@osen.co.kr
네일과 달리 크로우는 이의리의 투구를 진중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 못지않게 공 하나하나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크로우는 투구를 마친 이의리를 향해 “의리, 내가 한마디 해도 될까”라고 말하며 다가갔고, 통역을 통해 불펜피칭을 리뷰했다. 
크로우는 “변화구를 조금 더 위쪽으로 던지면 좋을 것 같다. 조금 더 방향을 바꿔서 영점을 잡아봐라. 그래야 조금 더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갈 수 있다”라며 “지금 영점으로 맞춰서 던지면 볼밖에 안 나올 것 같다. 체인지업은 어쨌든 타자를 속이기 위해 던지는 거라 스윙을 유도하려면 영점을 조정해라”라는 체계적인 조언을 건넸다. 
외국인투수의 조언을 들은 이의리는 취재진에 “원래 크로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이렇게 조언을 해준 건 처음이다.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KIA 타이거즈가 7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다.KIA 네일이 정해영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2024.02.06 / soul1014@osen.co.kr
크로우는 마무리 정해영의 불펜피칭에도 ‘매의 눈’을 가동했다. 그리고 피칭을 마친 정해영에게 다가가 조언을 건넨 뒤 “내가 8이닝을 책임질 테니 넌 1이닝을 책임져 달라”라고 말하며 정해영과 승리공식을 만들었다.
정해영은 “크로우가 말하기를 내가 직구는 너무 좋은데 포크볼은 너무 낮게 던진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타점이 조금 흔들리는 거 같다고 했다”라며 “직구는 높게 던지고 포크볼은 포수 마스크 정도를 보고 던져도 충분히 헛스윙이 나올 수 있다는 조언을 해줬다. 앞으로 그렇게 연습해보라고 했다”라고 크로우와 나눈 대화 내용을 전했다. 
총액 100만 달러(약 13억 원)에 KIA 에이스로 낙점된 크로우는 2020년 워싱턴 내셔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 지난해까지 4시즌 통산 94경기(선발 29경기) 10승 21패 평균자책점 5.30(210⅔이닝 125자책)을 기록했다. 2021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풀타임 선발을 맡아 26경기(선발 25경기) 4승 8패 평균자책점 5.48(116⅔이닝 71자책)을 남긴 경력이 있다. 빅리그 풀타임 선발이 이례적으로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KIA 타이거즈가 7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다.KIA 크로우가 정해영에게 조언을 건네고 있다. 2024.02.06 / soul1014@osen.co.kr
크로우는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 출신답게 개인보다 팀을 중시하며 캠프를 보내고 있다. 국내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를 걸고 장난을 치는 건 기본이고, 어린 선수들의 투구와 훈련 방식을 지켜본 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건넨다. 빠른 KBO리그 적응을 위해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KIA 관계자는 “이렇게 밝고 친화력이 좋은 외국인선수들은 처음인 것 같다. 일단 지금까지는 크로우, 네일 모두 성격이 너무 좋아 보인다”라고 전했다. 두 선수는 관계자를 향해 “구단 공식 유튜브에 우리 영상을 올려줘서 너무 고맙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고.
KIA 타이거즈가 7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다.KIA 김태군 포수가 윌 크로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02.06 / soul1014@osen.co.kr
KIA는 최근 투타 신구조화를 이루고도 외국인투수의 잇따른 부진으로 비상에 제동이 걸렸다. 2020년 나란히 11승을 책임진 애런 브룩스와 드류 가뇽을 끝으로 3년 연속 10승 외국인투수 배출에 실패했다. 그 동안 보 다카하시, 다니엘 멩덴, 로니 윌리엄스, 토마스 파노니, 션 놀린 등 수많은 투수들이 KIA를 거쳤지만 모두 부상과 부진에 신음하며 용병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외국인농사 또한 철저한 실패였다. 숀 앤더슨-아도니스 메디나 듀오를 영입하며 야심차게 시즌을 출발했지만 두 선수 모두 웨이버 공시로 팀을 떠났고, 대체 외인 파노니와 마리오 산체스로 시즌을 마감했다. 외인 원투펀치 덕을 보지 못한 KIA는 막바지 주축 선수들의 부상까지 겹치며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KIA는 크로우-네일 원투펀치가 외인 잔혹사를 끊어낼 적임자로 바라보고 있다. 정재훈 투수코치는 “캠프 초반인데 두 선수 모두 불펜에서 집중력, 구위가 좋아 보인다. 무엇보다 빨리 KIA의 일원이 되려고 하는 자세, 마인드가 좋아 보인다. KBO리그가 미국과 타자들 성향,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그것만 잘 적응해서 흡수하면 무난하게 잘할 것 같다”라고 성공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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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가 7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다.KIA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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