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보셨잖아요"...운명 바뀐 쇼케이스, 151km 원석은 어떻게 다듬어질 수 있을까 [오!쎈 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4.02.17 21: 40

롯데 자이언츠 4년차 투수 우강훈(22)은 2023년 10월 5일 사직 LG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누구나 그렇듯 우강훈도 데뷔전을 치른 이날을 잊지 못한다. 
1군 데뷔전을 치르는 사이드암 투수가 패기있게 강속구를 뿌렸다. 151km의 뱀직구를 뿌리면서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경기를 틀어막았다. 그런데 이날 경기를 지금의 김태형 감독이 해설위원 자격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김태형 당시 해설위원은 우강훈의 피칭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의 순간을 떠올리면 우강훈은 “김태형 감독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주위에서 연락도 많이 받았다”라고 웃으면서 “그날 정말 운이 좋았다. 감독님도 저를 알게 되셨고 저를 몰랐던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주목해주시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았다”라고 웃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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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김태형 감독이 롯데로 부임하게 됐고 우강훈도 관심 받는 선수가 됐다. 그리고 현재 1군 스프링캠프까지 합류하게 됐다. 그때는 몰랐던 쇼케이스를 펼친 셈이 됐고 우강훈은 이 쇼케이스를 강렬하게 통과했다.
우강훈의 데뷔 첫 1군 스프링캠프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에 지명을 받았다. 2021년 동기생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전국구 1차지명으로 포수 유망주 손성빈이 입단했고 당시 투수 최대어 좌완 김진욱이 1라운드, 메이저리그에서도 눈독 들였던 재능 나승엽이 2라운드에 지명 됐다. 우강훈이 5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2021년 드래프트 지명자 11명 가운데 4명이 현재 1군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고 우강훈도 그 중 한 명이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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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이후 착실하게 몸을 만들었고 2군에서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린 우강훈이었다. 16경기 승패 없이 3홀드 평균자책점 4.38의 기록을 남겼다. 9월23일 퓨처스리그 마지막 등판 이후 1군에 올라왔다. 그리고 데뷔전에서 운명이 바뀌었다. 뜻하지 않게 당시의 해설위원, 현재의 감독 앞에서 쇼케이스까지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1군 스프링캠프까지 합류했다. 
우강훈의 데뷔전은 동료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동료 투수 이인복에게 우강훈에 대해 묻자 “작년에 보셨잖아요”라는 짧고 굵은 한 마디로 답했다. 그만큼 짧은 기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신예이자 비밀병기가 됐다.
우강훈은 “전역 이후 4~5달 만에 1군에 올라왔으니까 충분히 빨랐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강훈의 몸은 근육질이다. 혹독한 다이어트로 스스로를 바꿨다. 그는 “원래는 살이 좀 많이 쪄있었다. 그래서 팔꿈치가 아픈 것 같다는 생각에 다이어트를 했고 살을 뺀 김에 유지하고 싶어서 근육량을 늘리려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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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광 투수코치는 “와일드하다. 사이드암과 스리쿼터 궤적 사이인 것 같은데 거칠지만 볼에 힘은 있다”라면서 “아직 영점은 왔다갔다 한다.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매력있는 투수인 것은 분명하다”라면서 원석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김태형 감독도 우강훈을 나름 눈여겨보고 주목하고 있다. 실전에서 충분히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확인했다. 우강훈과 당시 중계를 했던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우강훈에게 이따금씩 조언도 건넨다. 우강훈은 “감독님께서 직구가 좋으니까 직구 위주로 피칭을 많이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변화구도 직구처럼 비슷하게 던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코칭스태프와 주위 선배들의 얘기도 비슷하다. 그는 “저는 직구보다 변화구 연습을 많이 했는데,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는 장점을 더 극대화 시키는 게 낫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라면서 “변화구도 직구처럼 각이 안 크더라도 직구처럼 던지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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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1군 투수진 경쟁을 펼쳐야 하고 갈 길이 멀다. 지난 16일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우강훈은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25개. 맞바람을 뚫고 던지면서 최고구속은 143km를 기록했다. 김태형 감독은 “(우)강훈이는 지금 공 자체는 좋은데 좋은 카운트를 잡으려고 못 들어간다. 유리한 카운트가 안되면 자연스럽게 확률이 떨어지고 공이 몰린게 된다”라면서 “요즘은 150km 던져도 타자들이 다 때려내지 않나. 유리한 카운트일 때 빠르게 승부를 해야 한다”라면서 구위 자체는 칭찬하면서도 보완해야 할 점을 언급했다.
지난해 3경기에 나섰다면 올해는 좀 더 많은 경기에 나서고 또 팀의 가을야구 무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그는 “작년에는 무조건 1군 올라와 보는 게 목표였는데 이제는 1군 자리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가을야구에 갈 수 있도록 제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쑥스러워하면서도 1군 잔류를 강하게 다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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