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가 많다" 정몽규 회장, 왜 클린스만과 말 다를까...뜬금없는 진실공방 터졌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2.20 06: 31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여러 오해가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여론의 비판을 잠재우고자 내놨던 해명이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전 감독의 말은 또 달랐다. 과연 둘 중 진실을 말한 이는 누구일까.
KFA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클린스만 감독을 공식 경질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지휘봉을 잡았지만, 부임 직후 5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며 부진을 거듭했다. 게다가 언제나 본 무대로 강조했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졸전 끝에 4강 탈락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를 마치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는 정몽규 회장 및 주요 임원진이 참석해 위르겐 클린스만(60)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경질 여부를 논의했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비롯한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2024.02.16 / dreamer@osen.co.kr

6일 오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경기가 열렸다.경기를 앞두고 한국 클린스만 감독이 피치를 바라보고 있다. 2024.02.06 / jpnews.osen.co.kr

여기에 선수단 내 불화까지 터지면서 여론의 비판이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KFA도 칼을 빼 들 수밖에 없었다. 아시안컵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정몽규 회장이 임원회의를 진행한 뒤 직접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를 마치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는 정몽규 회장 및 주요 임원진이 참석해 위르겐 클린스만(60)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경질 여부를 논의했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임원진이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비롯한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24.02.16 / dreamer@osen.co.kr
마이크를 잡은 정몽규 회장은 "종합적인 책임은 축구협회,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 원인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더 자세히 해 대책을 세우겠다"라며 "차기 대표팀 감독에 관해서는 국적 등 상의된 바 없다.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린 뒤 조속히 알아보겠다"라고 밝혔다.
본인이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깊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내놨다. 정몽규 회장은 사퇴 의사를 묻자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여러 오해가 있다. 벤투 감독 선임 때와 마찬가지로 프로세스를 진행했다"라고 다소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여론의 비판을 크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정몽규 회장은 "벤투 감독 역시 1순위, 2순위 후보가 답을 미뤄 다음 순위 감독으로 결정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에도 61명에서 23명으로 좁힌 뒤 뮐러 위원장이 5명으로 우선 순위를 정했다. 5명의 후보를 인터뷰했고 우선 순위 1~2번을 2차 면접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으로 결정됐다"라고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클린스만 감독이 1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2024.01.19 / jpnews.osen.co.kr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말은 달랐다. 독일 '슈피겔'은 아시안컵 조별리그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21일 클린스만 감독의 심층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는 한국 사령탑으로 부임하게 된 배경, 정몽규 회장과 친밀했던 관계 등을 공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아들이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나서면서 정몽규 회장과 인연을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둘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도중 경기장 VIP 구역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한국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사임하면서 감독직이 공석인 상황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정몽규 회장을 향해 "감독을 찾고 있나?"라고 물었고, 이게 계기가 됐다. 그는 자신은 '농담조'로 한 말이었으나 정몽규 회장이 당황하면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둘은 다음날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만나 커피를 마셨다. 클린스만 감독은 정몽규 회장에게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해본 말이니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달라고 말했고, 정몽규 회장이 몇 주 후 실제로 그에게 연락을 보내면서 선임 작업이 시작됐다. 그렇게 한국 축구는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게 됐다.
대한축구협회(KFA)가 1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축구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는 정몽규 회장 및 주요 임원진이 참석하며 위르겐 클린스만(60)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경질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회의결과 발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회의를 앞두고 생각에 잠겨 있다. 2024.02.16 / dreamer@osen.co.kr
대한축구협회(KFA)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했다. 전력강회위원회 위원들과 화상으로 참여하는 클린스만 감독이 회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2024.02.15 / dreamer@osen.co.kr
사실상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는 사실상 정몽규 회장의 입김이 컸다는 이야기다. 모든 게 정몽규 회장이 혼자서 그를 후보를 올리면서 시작된 것. 클린스만 감독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회장이 그를 선택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이유도,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선임이 강행된 이유도 설명이 된다.
누구 말이 맞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결론적으로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회장의 이야기가 다른 상황. 둘 중 한 명은 거짓을 말했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냉정히 생각했을 때는 클린스만 감독의 말이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 그가 굳이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게다가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 커리어가 끝나가던 인물이었다. 그는 지난 2016년 미국 대표팀에서 성적 부진과 불화로 경질됐고, 마지막으로 몸 담았던 2020년 헤르타 베를린에서도 약 3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그것도 소셜 미디어 라이브 방송을 통해 독단적으로 사퇴를 발표했다. KFA가 그런 클린스만 감독에게 높은 점수를 줬으리라고 상상하긴 어렵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KFA 관계자와 연락이 닿지 못했다. 크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어찌 됐건 클린스만 감독과 한국 축구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났다. 그는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되면서 한국 축구가 전임제 감독을 시작한 뒤 가장 빨리 잘린 감독이 됐다. 한국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꿈꾸던 한국은 황금 세대를 갖고도 4강에서 탈락했고, 총 100억 원에 가까운 위약금까지 물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이 공식발표되기 직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는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든 한국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시안컵 준결승에 진출하며 여러분이 보내준 성원에 감사드리며 지난 12개월 동안 13경기 연속 무패의 놀라운 여정을 함께해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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