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연일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이정후는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시범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해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이정후(중견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J.D. 데이비스(1루수)-패트릭 베일리(포수)-데이비드 비야(3루수)-파블로 산도발(지명타자)-닉 아메드(유격수)-브렛 위슬리(2루수)로 선발 라이업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는 우완투수 스펜서 하워드가 나섰다.
콜로라도는 우완 다코타 허드슨이 선발투수로 나섰다. 메이저리그 6시즌 통산 114경기(470⅔이닝) 38승 20패 1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84 탈삼진 315개를 기록한 허드슨은 지난해 18경기(81⅓이닝) 6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4.98로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고, 시즌 후 논텐더로 풀려 세인트루이스를 떠났다. 지난 1월 콜로라도와 1년 150만 달러(약 20억원)에 FA 계약하며 선발 후보로 경쟁 중이다. 평균 시속 91.6마일 싱커(147.4km)가 주무기로 땅볼 유도 능력이 우수한 투수.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허드슨을 상대로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어냈다. 초구 91마일(146.5km) 패스트볼이 존을 통과한 것을 지켜본 이정후는 2구째 90마일(144.8km) 패스트볼을 잡아당겼다. 땅볼이었지만 타구 속도가 103.5마일(166.6km)로 빨랐다. 콜로라도 2루수 브렌든 로저스가 백핸드로 타구를 잡은 뒤 1루로 러닝스로하며 이정후를 아웃 처리했다.
3회 2사 2루에 들어선 두 번째 타석에선 볼넷으로 1루에 나갔다. 허드슨을 상대로 초구 89마일(143.2km) 높은 볼, 2구째 81마일(130.4km) 낮게 잘 떨어진 볼, 3구째 86마일(138.4km) 높은 볼을 연이어 골라낸 이정후. 4구째 90마일(144.8km)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5구째 87마일(140.0km) 슬라이더가 높게 벗어나자 1루로 걸어나갔다. 시범경기 두 번째 볼넷으로 2경기 연속이었다. 2사 1,2루 찬스를 연결한 이정후는 후속 야스트렘스키의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뜬공으로 잡히면서 잔루로 남았다.
4회 무사 1,3루 찬스에서 맞이한 3번째 타석에서 이정후의 안타가 나왔다. 상대 투수는 메이저리그 3시즌 통산 32경기(31선발·147이닝) 6승14패 평균자책점 6.06 탈삼진 128개를 기록한 우완 라이언 펠트너. 초구 96.5마일(155.3km) 몸쪽 낮은 포심 패스트볼에 스윙을 낸 이정후는 타구가 자신의 오른쪽 종아리 쪽을 맞고 3루 쪽으로 튀었다. 파울. 이어 2구째 몸쪽 86.7마일(139.5km) 체인지업에 배트가 헛돌았다.
투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이정후의 대응력은 불리할 때 빛났다. 펠트너의 3구째 바깥쪽 높게 들어온 87마일(140.0km) 체인지업을 밀어쳐 좌측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보냈다. 콜로라도 좌익수 샘 힐리아드가 뒤로 타구를 쫓아가 낙구 지점을 잡는 듯했으나 강한 햇빛에 가렸는지 갑자기 몸을 웅크렸다. 타구는 힐리아드를 넘어 좌측 펜스 쪽으로 향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아메드가 홈을 밟아 이정후의 타점이 기록됐다. 시범경기 3타점째. 하지만 뜬공으로 잡힐 줄 알았던 1루 주자 위슬리가 2루에서 멈췄고, 이정후도 1루에서 2루 사이 절반 지점까지 갔다 1루로 돌아갔다. 약간의 행운이 따른 안타이긴 하지만 투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에서 만들어낸 4번째 안타로 이정후의 대응력이 다시 한 번 돋보였다.
타구의 질도 무척 좋았다. 시속 96.6마일(155.5km), 발사각 29도로 352피트(107.3m)를 날아간 장타성 타구였다. 좌익수 힐리아드의 실수가 겹치긴 했지만 안타 확률 33%로 힘이 잘 전달된 타구였다.
이정후는 1루에 나간 뒤 대주자 체이스 핀더로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쳤다. 3타석을 소화하긴 했지만 4회로 비교적 이른 시점에 빠졌다. 앞서 초구 파울 타구에 오른쪽 종아리 쪽을 맞은 여파다.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을 보여 놀라게 했지만 이정후는 이내 밝은 미소로 “괜찮다. 한국에서 이렇게 많이 맞아봤다”는 말로 취재진을 안심시키며 근육통 수준이라고 밝혔다.
KBO리그 통산 884경기 타율 3할4푼(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OPS .898을 기록하며 한국 최고의 타자로 군림한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07억원)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한 타석도 뛰지 않은 이정후에게 1억13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안긴 샌프란시스코의 행보에 많은 전문가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왜 샌프란시스코가 자신에게 버스터 포지(9년 1억6700만 달러), 자니 쿠에토(6년 1억3000만 달러), 맷 케인(6년 1억2750만 달러), 배리 지토(7년 1억2600만 달러)에 이은 구단 역대 5위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을 안겼는지 증명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두고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 5경기에 출전한 이정후는 5경기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 3득점 OPS 1.302를 기록하며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애틀전에서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른 이정후는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정후는 이후에도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갔다. 지난 1일 애리조나전에서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둘렀고 2일 텍사스전(3타수 1안타), 3일 클리블랜드전(2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에 이어서 이날 경기에서도 안타를 때려내며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 계속됐다.
이날 경기 인터뷰에서 “운동 열심히 했다. 한국에 있을 때도 타구 스피드는 좋았다”라며 웃은 이정후는 “타구 스피드에 신경을 많이 썼다. 내가 (노)시환이나 (이)재원이, (강)백호 그런 친구들처럼 최고 타구 속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평균적으로 150~170km 사이의 타구를 정말 많이 쳤다. 그 정도 타구 스피드에 미국에선 투수들의 공이 더 빠르고 하니까 중심에 맞으면 그만큼 빠르게 날아가는 것 같다”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는 비결을 밝혔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