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최대 72억원(4+2년)을 들여 FA 영입한 내야수 안치홍(34)이 시범경기에서 타율 최하위(.069)로 마쳤다. 조금 불안할 순 있어도 과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다.
안치홍은 시범경기 최종전이었던 지난 19일 대전 두산전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3회에는 3루 병살타를 쳤고, 7회 1사 1,3루 찬스에선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시범경기 10경기 모두 3번타자로 선발출장한 안치홍은 29타수 2안타 타율 6푼9리에 홈런 없이 2타점으로 마무리했다. 시범경기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17명 중 가장 낮은 타율. 시범경기 후반에는 경기 후 특타를 할 정도로 떨어진 타격감을 회복하기 위해 애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 내부적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 타격감이야 항상 올라갔다 내려가는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다. 주전 또는 1군 엔트리 경쟁 선상에 있는 선수라면 당장 뭔가 보여줘야 하지만 안치홍처럼 검증된 FA 선수에겐 페이스를 조절하는 시기. 타율 같은 기록은 참고 사항일 뿐이다. 해마다 경기수가 다르긴 하지만 10경기 남짓한 시범경기는 어떤 평가를 하기에도 표본이 적다.
팀 내 입지가 확고한 주전 타자가 시범경기에선 잠잠하다 시즌이 개막과 함께 맹타를 치는 경우는 흔하게 볼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19년 롯데 소속이었던 손아섭(NC)이 있다. 당시 시범경기 타율 9푼5리(21타수 2안타)로 규정타석 19명 중 꼴찌였지만 시즌 들어가선 규정타석 55명 중 타율 20위(.295)로 평균 이상을 쳤다.
메이저리거가 된 이정후(샌프란시스코)도 2018년 넥센 시절 시범경기 타율 9푼5리(21타수 2안타)로 1할도 넘기지 못하며 잠시마나 우려를 산 적이 있다. 규정타석 42명 중 타율 41위로 2년차 징크스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기우였다. 시즌 들어가선 타격왕 경쟁을 펼치면서 타율 3위(.355)로 맹활약했다.
2014년 시범경기 타율 꼴찌(.208)였던 삼성 박한이도 정규시즌에는 3할대(.331를 쳤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 LG 이병규는 시범경기 타율 1할4푼으로 규정타석 43명 중 42위에 그쳤지만 시즌을 마쳤을 때는 타율 5위(.323)로 이름값을 했다. 2003년 현대 정성훈도 시범경기에선 타율 6푼8리(44타수 3안타)로 꼴찌였지만 시즌 때는 3할대 중반의 고타율(.343)로 활약했다.
안치홍은 이전에도 시범경기 타율 꼴찌 경험이 있다. 2009년 KIA 신인 시절 시범경기 타율 7푼3리(41타수 3안타)로 규정타석 20명 중 가장 낮았지만 개막 엔트리에 들더니 풀타임 주전 2루수로 뛰었다. 123경기 타율 2할3푼5리(371타수 87안타) 14홈런 38타점 OPS .701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그로부터 15년 만에 다시 시범경기 타율 꼴찌로 마쳤지만 이제는 경험 풍부한 베테랑이다. 지난겨울 FA로 영입된 선수로 시범경기 기록에 큰 의미를 부여할 입지가 아니다. 시범경기 중반부터 파울 홈런이 나오는 등 타구의 질도 조금씩 좋아졌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컨디션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지만 타격 파트에서는 괜찮다고 한다. 안 좋다고 (라인업에) 안 넣을 선수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