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헬·다이어 들으라고 하는 소리?..."꼴찌팀 이기고 행복해하지 마" 뮌헨 전설 쓴소리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3.21 10: 24

'바이에른 뮌헨 전설' 카를하인츠 루메니게(69)가 신나 있는 친정팀을 향해 경고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달 올 시즌 최대 위기를 겪었다. 우승 경쟁을 펼치던 레버쿠젠을 상대로 0-3으로 대패한 것도 모자라 라치오와 보훔을 상대로도 무릎 꿇으며 3연패에 빠진 것. 분데스리가 12연패는 물론이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진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여기에 토마스 투헬 감독과 조기 작별까지 공식 발표하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커졌다. 원래 계약 기간은 2025년까지였지만, 그는 바이에른 뮌헨과 합의하에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기로 했다. 

[사진]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

[사진] 친정팀에 경고를 날린 카를하인츠 루메니게.

이후 바이에른 뮌헨은 점차 반등에 성공했다. 분데스리가 12연패는 여전히 어렵지만, 공식전 3연승을 챙기며 미소를 되찾았다.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홈에서 라치오를 3-0으로 잡아낸 게 시발점이었다.
만약 패했다면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 독일 '키커'는 라치오전을 앞두고 "프라이부르크전 무승부는 바이에른 팀이 여전히 얼마나 약한지 다시 한번 입증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아직도 헤매고 있다. 라치오전에서 시즌 전체가 위태로워진다"라고 우려했다. 다행히 바이에른 뮌헨은 라치오를 압도하며 UCL 8강행에 성공했다.
기세를 탄 바이에른 뮌헨은 리그에서도 마인츠(8-1)와 다름슈타트(5-2)를 상대로 연달아 대승을 거뒀다. 수비에서는 실점을 막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골 폭죽을 터트리며 팬들을 기쁘게 했다. 
투헬 감독도 활짝 웃었다. 그는 다름슈타트전을 마친 뒤 "우리는 당연히 자격 있는 원정 승리에 기쁘다. 경기 내내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었고, 5골보다 더 많이 넣을 자격이 있었다"라며 "팀 내 분위기도 좋고, 훈련 태도도 좋다. 연승을 달릴 수 있어서 기쁘다. 이제는 모든 선수들이 A매치에서 다치지 않고 돌아오길 바랄 뿐"이라며 흡족해했다.
투헬 감독이 택한 변화가 통했다. 그는 플레이스타일 자체를 이전보다 소극적으로 바꿨고, 수비진을 대폭 물갈이했다.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를 벤치로 내리면서 에릭 다이어와 마테이스 더 리흐트 듀오를 선발로 내세웠고, 요주아 키미히를 미드필더가 아닌 우측 수비수로 배치하면서 효과를 봤다.
독일 현지에서는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다이어와 더 리흐트 조합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단단한 수비를 펼치고 있다는 호평이 지배적이다. 자연스레 김민재는 3옵션 센터백으로 밀려났다. '빌트'는 그를 '새로운 투헬 체제의 패배자'라고 칭하기까지 했다.
투헬 감독 역시 지금으로선 김민재를 기용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름슈타트전을 앞두고 "다이어와 더 리흐트는 경기에서 승리하고, 호흡도 잘 맞는다. 풀백이나 수비형 미드필더와도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 둘 사이 의사소통도 매우 잘되고 있다. 지금은 변화를 줄 이유가 거의 없다"라고 밝혔다. 
다이어도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 같은 팀에서 뛰고 있고, 잘하고 있다면 좋은 기회가 있어야 한다. 왜 안 되겠는가?"라며 잉글랜드 대표팀 복귀를 꿈꿨고, "분명히 내 개인적인 상황과 팀 상황에는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난 내게 주어진 상황에 만족한다.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한다! 뮌헨은 런던보다 훨씬 조용하고, 교통도 나쁘지 않다. 난 내가 필요한 모든 걸 갖고 있고, 이곳에서 매우 행복하다"라며 밝게 웃기도 했다.
하지만 루메니게는 바이에른 뮌헨에 경고장을 날렸다. 빌트는 "루메니게는 토마스 투헬 감독과 바이에른 뮌헨을 향해 경고했다. 바이에른 뮌헨 스타들은 이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라고 보도했다.
루메니게는 지난 2021년까지 바이에른 뮌헨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는 외부인의 시각으로 냉정하게 상황을 진단하며 "진지한 태도로 현재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유럽 최고의 팀이 아니라 라치오와 경기를 했다. 또 분데스리가 최하위 팀(마인츠)을 8-1로 이겼고, 또 다른 꼴찌 다름슈타트를 상대로 5-2 승리를 거뒀다"라고 꼬집었다.
세리에 A 9위 라치오와 분데스리가 최하위권 마인츠, 다름슈타트를 상대로 승리한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는 지적이다. 유럽 정상을 목표로 해야 하는 바이에른 뮌헨이 이들을 이겼다고 지나치게 도취돼선 안 된다는 뜻.
또한 루메니게는 "이제 우리는 무기력함 대신 행복감을 느껴선 안 된다. 안정을 취해야 한다. 우리는 올 시즌 대부분 그런 적이 없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아스날과 두 차례 큰 경기에서 최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바이에른 뮌헨과 UCL 준결승 진출을 놓고 다툴 아스날.
이제 바이에른 뮌헨은 아스날과 UCL 8강에서 맞붙는다. 루메니게는 "어려운 경기를 예상한다.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우연이 아니다"라며 "과거를 생각해선 안 된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경기일 수도 있다. 이젠 모든 강점을 발휘해서 의심할 여지 없이 어려운 일일 가능케 만들 때"라고 강조했다.
루메니게의 말대로 아스날전이 바이에른 뮌헨의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3월 A매치 휴식기가 끝나면 도르트문트와 데어 클라시커를 치른 뒤 아스날과 UCL 준결승 티켓을 놓고 다툰다. 강팀과 맞대결인 만큼 다이어-더 리흐트 조합의 실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다. 혹은 뒷공간 커버에 강점을 가진 김민재가 선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아스날전 결과와 상관없이 투헬 감독과 결별은 확정된 상황. 루메니게는 "전혀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 일찍 결정했다. 시즌이 끝나면 투헬 감독과 헤어지기기로 한 것에 대해 이미 생각했다. 이제 상황이 명확해지고 결정됐다. 막스 에베를 단장과 얀크리스티안 드레젠 CEO가 차분하게 토론을 진행할 것이다. 또한 울리 회네스 명예회장과 내가 조언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