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을 3년으로 단축할까?…케인의 분데스리가 한 시즌 최다골 둘러싼 갑론을박, 흥미로워[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4.03.23 10: 07

“가능하다.” Vs “불가능하다.”
요즘 독일 분데스리가를 뜨겁게 달구는 화두다. ‘득점 기계(Goal Machine)’ 해리 케인(29·바이에른 뮌헨)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갑론을박이다. 케인이 과연 분데스리가 역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능가하며 새 지평을 열지를 놓고 펼쳐지는 공방전은 흥미롭기만 하다.
‘49년에서 3년으로!’ 케인이 역대 최고 기록을 작성하면, 분데스리가 역사에 아로새겨질, 암호를 연상케 하는 표제다. 기록의 단축에 소요된 시간을 말한다. 곧, 종전 기록을 깨고 현 기록이 세워지기까지 얼마나 걸렸는가를 보여 주는 상징적 타이틀이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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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역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5·바르셀로나)가 갖고 있다. 지금은 스페인 라리가로 둥지를 옮긴 레반도프스키가 분데스리가를 누비던 시절인 2020-2021시즌에 41골을 터뜨리며 세웠다. 이 ‘신기록의 꽃’이 피어나기까지, 49년이라는 오랜 인내의 시간이 밑거름으로 들어갔다(표 참조).
그 이전 이 부문 으뜸 영예는, 2021년에 영원히 눈을 감은 ‘불멸의 골잡이’ 게르트 뮐러의 품속에 있었다. 14년(1965~1979년)간 공들인 작품으로 분데스리가 통산 득점왕(365골)에 빛나는 뮐러가 1971-1972시즌에 40골을 뽑아내며 새 기록을 창출했다. 뮐러는 역시 자신이 1969-1970시즌에 세웠던 종전 기록(38골)을 2시즌 만에 2골 능가하는 뛰어난 역량을 뽐냈다.
분데스리가 이번 시즌 후반부 8경기를 남겨 놓은 케인이 만약 대망의 새 지경을 개척한다면, 3년 만에 일신한 모습으로 형태를 드러낼 금자탑이다.
케인, 경기 수와 부상 변수 딛고 금자탑 쌓아 올릴지 궁금
22일 현재(이하 현지 일자), 케인은 31골을 사냥했다. 26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19골을 차곡차곡 사냥 포대에 담아 왔다. 분데스리가는 물론, 유럽 5대 리그를 통틀어 최상의 쾌조를 보이는 무서운 질주다.
토트넘 홋스퍼를 둥지로 삼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마당에서 뛰놀던 2022-2023시즌에 대비하면 더욱 놀라운 발걸음과 몸놀림임을 금세 읽을 수 있다. 지난 시즌 프로 무대에서, 케인은 모두 46경기를 소화하며 31골(경기당 평균 0.67골)을 넣었다. EPL 30골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골을 엮어 만든 사냥물이다. 이번 시즌엔, 괄목한 만한 성장세가 단연 눈에 띈다. 35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밟으며 37골(경기당 평균 1.06골)을 쓸어 담았다. 경기당 평균에서, 두 배에 가까운 골을 수확했다.
한 시즌에 팀당 34경기씩 대장정을 펼치는 분데스리가는 이제 막바지를 향한 행보를 옮기고 있다. 18개팀 모두 26경기를 치러 앞으로 8경기씩만을 남겨 놓았다. 케인의 신기록 도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변수다. 종전 기록을 깨뜨리는 데 필요한 득점은 11골이다. 이를 남은 8경기에서 실현하려면 경기당 평균 1.38골의 페이스를 펼쳐야 한다. 이번 시즌에, 케인이 뽑아낸 경기당 평균 1.19골과 다소 거리가 있다. 기록 경신 불가능을 내다보는 측의 주장 근거다.
그러나 기록 경신 옹호 측은 “평균 수치를 단순화한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신기록 도래를 낙관한다. 이들은 케인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점을 그 근거로 든다. 최근 5경기에서, 케인은 한 차례 해트트릭을 비롯해 7골(경기당 평균 1.4골)이라는 놀라운 득점포의 맹위를 떨쳤다. 즉, 기록 경신에 필요한 페이스를 상회하는 폭발력을 나타냈다. 옹호 측은 케인이 기록한 세 차례 해트트릭도 청신호로 내세운다. 몰아치기에 능한 케인에게 8경기 11골은 결코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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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은 이미 분데스리가에서 오래된 기록을 능가하는 발걸음을 내디딘 바 있다. 지난 16일, 원정 SV 다름슈타트 98전 대승(5-2)에 일익을 맡는 1골을 터뜨림으로써 분데스리가 데뷔 시즌 최다골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종전 기록은 전설적 스트라이커인 우베 젤러가 60년이나 갖고 있었다. 젤러는 함부르크 SV에 몸담았던 1963-1964시즌에 30골 고지에 오르며 첫 시즌을 환상적으로 장식했었다.
기록 경신 여부를 좌우할 또 하나의 변수는 부상이다. 현지 언론 매체는 ‘삼사자 군단’(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케인이 부상으로 말미암아 A매치 기간에 벌어지는 브라질(23일)-벨기에(26일) 친선 2연전에 결장할지 모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름슈다트 98전에서 입은 발목 부상이 어느 정도인가는 케인의 기록 도전에 암초로 떠오를 가변적 요인이다.
케인은 득점왕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득점 레이스 2위인 세루 기라시(28·VfB 슈투트가르트)를 9걸음 차(31-22골)로 멀찍이 따돌리며 1위를 기정사실화했다. 여유 있는 독주를 즐기는 케인이 분데스리가 기록사를 새로 쓰며 득점왕을 상징하는 키커 토어예거카노네(Kicker Torjägerkanone)를 품에 안을지 궁금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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