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우승 도전 포기' 투헬 정신 나갔다... 뮌헨에 '뒤집을 수 있는' 7G 있지만 "레버쿠젠 분데스리가 우승 축하한다"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4.03.31 07: 50

"레버쿠젠의 분데스리가 우승 축하한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도르트문트전 굴욕패를 당하고 나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 2위 뮌헨이 리그 우승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먼저 나서 우승 도전 포기를 선언했다. 선두 레버쿠젠의 우승을 축하했다. 
뮌헨은 31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27라운드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0-2로 완패했다. 뮌헨이 리그 기준 홈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패한 건 지난 201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사진] 토마스 투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식전 3연승이 끊긴 뮌헨은 승점 60점에 머무르며 리그 우승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선두 레버쿠젠(승점 73)과 격차는 무려 13점. 이제는 오히려 한 경기 덜 치른 3위 슈투트가르트(승점 56)와 4위 도르트문트(승점 53)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뮌헨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해리 케인, 자말 무시알라-토마스 뮐러-리로이 사네, 레온 고레츠카-콘라트 라이머, 알폰소 데이비스-에릭 다이어-마테이스 더 리흐트-요주아 키미히, 스벤 울라이히(골키퍼)가 선발로 나섰다.
도르트문트는 4-3-3 포메이션을 택했다. 카림 아데예미-니클라스 퓔크루크-제이든 산초, 율리안 브란트-엠레 잔-펠릭스 은메차, 이안 마트센-니코 슐로터벡-마츠 후멜스-율리안 뤼에르손, 알렉산더 마이어(골키퍼)가 선발 명단을 꾸렸다.
벤치에서 출격한 김민재는 끝내 결장했다. 그의 4경기 연속 선발 제외다.
[사진] 김민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르트문트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10분 중원에서 패스가 끊기며 역습 기회를 허용했다. 브란트가 왼쪽으로 공을 내줬고, 아데예미가 속도를 살려 박스 안으로 파고든 뒤 슈팅했다. 공은 골키퍼 손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빠른 발을 자랑하는 김민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뮌헨이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전반 23분 키미히가 오른쪽을 돌파한 뒤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올려줬다. 케인이 달려들며 공을 머리에 맞혔지만, 슈팅은 왼쪽으로 빗나갔다. 케인도 그대로 골대에 대롱대롱 매달리며 아쉬움을 삼켰다.
다이어가 뮌헨 데뷔골을 터트릴 뻔했다. 전반 35분 왼쪽에서 공을 잡은 키미히가 반대편으로 크로스했고, 뮐러가 헤더로 연결했다. 이를 다이어가 골대 바로 앞에서 다시 머리를 갖다 댔지만, 후멜스가 발을 쭉 뻗어 골라인 바로 앞에서 막아냈다.
전반은 도르트문트가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도르트문트는 아데예미의 속도를 활용해 뮌헨 뒷공간을 공략했으나 추가골까지 만들진 못했다. 뮌헨도 사네와 무시알라를 앞세워 동점골을 노렸지만, 후멜스를 중심으로 한 수비에 모두 가로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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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라이히가 환상적인 선방으로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후반 7분 도르트문트가 조직적인 패스 플레이로 뮌헨 우측면을 허문 뒤 중앙으로 컷백 패스를 보냈다. 은메차가 뛰어들면서 슈팅했지만, 울라이히가 몸을 날려 옆으로 쳐냈다.
뮌헨은 후반에도 경기력이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다이어는 물론이고 팀 전체적으로 패스 미스가 너무나 많았다. 후반 20분엔 라이머가 공을 뺏기며 위기를 맞았다. 마트센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뮌헨 선수들을 모두 따돌리고 슈팅했지만, 공이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났다.
위기에 몰린 투헬 감독은 후반 17분 무시알라, 사네, 뮐러를 모두 빼고 세르주 그나브리, 킹슬리 코망, 마티스 텔을 한 번에 투입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후멜스의 철벽 수비에 번번이 막히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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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가 두 골 차로 달아났다. 후반 38분 알레가 박스 중앙에서 공을 잡은 뒤 오른쪽으로 패스했다. 뤼에르손이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해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패배를 직감한 뮌헨 팬들은 대거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팬들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후반 44분 케인이 드디어 헤더로 골망을 갈랐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결국 뮌헨은 홈에서 라이벌 도르트문트에 무릎 꿇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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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수비진에 김민재 대신 다이어를 선택한 투헬 감독의 판단이 좋지 못했다. 다이어와 '그의 짝꿍' 더 리흐트 둘 다 주력이 강점인 선수가 아니기에 뒷공간을 커버하는 데 애를 먹었다. 뮌헨이 수비 라인을 높이 올리면서 생기는 넓은 공간은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먹잇감이었다.
특히 다이어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 그는 189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상대 공격수 니클라스 퓔크루크와 힘싸움에서 힘없이 물러났다. 아무리 퓔크루크가 분데스리가 정상급 공격수라지만, 반칙이 아니면 막기 힘들어 보였다. 다이어는 그와 헤더 싸움에서 밀려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뒤 애꿎은 심판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다이어는 수비뿐만 아니라 황당한 패스 미스도 여러 차례 보였다. 그는 바로 왼쪽에 있는 알폰소 데이비스에게도 공을 주지 못하며 소유권을 헌납하곤 했다. 전반 16분엔 압박도 없는 상황에서 정확도 떨어지는 패스를 했다.
[사진] 토마스 투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SPN’에 따르면 경기 후 투헬 뮌헨 감독은 “분데스리가 우승 경쟁은 분명히 끝났다”면서 “오늘 경기가 끝나면 더 이상 승점을 계산할 필요가 없다. 레버쿠젠에 축하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산술적으로는 우승이 가능하단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직 뮌헨에 분데스리가 7경기가 남아있다. 역전 우승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헬 감독은 자포자기하는 인터뷰를 해 충격을 주고 있다. 도르트문트에 패해 낙담하고 있을 선수들에게 감독이 나서 악담한 것이나 다름없다.
투헬 감독은 “우린 경기에서 승리하는데 필요한 열정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매우 실망했다. 우리는 기본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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