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폼으로, 근처로만…포수를 맞혀" 김서현도 터질락 말락, 한화 '꿈의 마운드' 머지않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4.03 09: 50

류현진, 문동주, 황준서…그저 보기만 해도 배부른 한화 마운드에 2년차 ‘파이어볼러’ 김서현(20)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조심스럽게 밟은 첫 스텝이 아주 성공적이었다. 
김서현은 지난달 31일 대전 KT 위즈전에 시즌 첫 등판을 했다. 개막 엔트리에 들었지만 첫 7경기에선 한화 투수 중 유일하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여유 있는 상황에서 첫 스텝을 밟는 게 중요했다. 지난해 전체 1순위 신인으로 크게 주목받다 제구 난조로 흔들리며 성장통을 겪었던 김서현이기 때문에 올해는 작은 것부터 ‘성공 경험’을 쌓게 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추격조 임무를 받고 시작했는데 한화가 개막전 패배 후 연승 가도를 달리면서 김서현의 등판 시점이 잡히지 않았다. 지난 주중 문학 SSG 랜더스전에서 몸만 풀다가 나서지 못한 것만 두 번. 최원호 한화 감독은 “조금 더 쉬운 상황에 넣어주려다 보니 등판 타이밍이 잘 안 걸린다. 여유 있는 상황을 계속 기다리다간 경기를 아예 못 나가니 고민하고 있다. 상황을 보겠다”고 말했다. 

7회초 이닝종료 한화 김서현이 세리머니를 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

7회초 이닝종료 후 한화 최원호 감독이 2이닝 무실점 기록한 김서현 투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

다행히 31일 KT전에서 기다리던 타이밍이 왔다. 선발투수 황준서가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타선이 2회 7득점, 3회 4득점으로 대폭발했다. 11-1, 10점차 리드 상황에서 6회 시작부터 김서현이 투입됐다. 지난달 19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 시범경기 이후 12일 만에 실전 등판이었다. 
6회초 한화 두번째 투수 김서현이 그라운드로 등장하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
6회초 한화 두번째 투수 김서현이 로진백을 만지며 투구 준비를 하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
첫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좌익수 뜬공, 강백호르 3루 땅볼, 문상철을 유격수 뜬공 처리하며 공 8개로 KT 3~5번 중심 타선을 삼자범퇴했다. 7회에도 김민혁을 우익수 뜬공, 조용호를 2루 직선타, 김준태를 좌익수 뜬공 잡고 연속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2이닝 퍼펙트 투구. 탈삼진은 없었지만 공 16개로 2이닝을 삭제했다. 16개 공 중 스트라이크가 13개로 제구가 좋았다. 최고 154km, 평균 151km 직구(10개), 체인지업(6개) 투피치. 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이 없었고,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타자들의 배트를 잘 이끌어냈다. 
최원호 감독은 2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김서현에 대해 “오랜만에 등판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안정감 있는 투구를 했다. 시범경기 마지막에 던지고 열흘 넘게 못 나와서 걱정했는데 첫 단추를 잘 꿰었다. 본인도 자신감이 더 생겼을 것 같다. 조금 더 타이트한 상황에 차근차근 넣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6회초 한화 두번째 투수 김서현이 역투하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
6회초 한화 두번째 투수 김서현이 역투하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
김서현이 등판을 마친 뒤 최원호 감독이 덕아웃에 불러 직접 무언가 말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훈련 때부터 서현이가 박승민 투수코치와 함께 교정을 했다. 팔이 점점 내려가면서 좌우로 빠지는 공들이 많아졌다. 팔을 조금 올리면서 그런 부분을 잡고, 상하 쪽을 활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좋아졌다. 좋을 때는 폼을 바꾸지 말고 영상을 보면서 꾸준히 밀고 나가라는 얘기를 해줬다”고 말했다. 
또한 최 감독은 “서현이 공은 (존) 근처로만 던지면 연속해서 치기가 쉽지 않다. 볼 자체가 150km대 중반까지 스피드가 있고, 좌우 무브먼트도 좋다. ‘존 근처로만 던지라고 그냥, 캐처를 맞혀’라고 하는데 조금씩 잡혀가고 있다. 신장(188cm) 크고, 타자들에게 확실히 위압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서현도 첫 등판에 대해 “(2이닝) 퍼펙트를 할 줄 몰랐고, 공을 16개만 던질 줄 몰랐고, 제구가 잘 될 줄 몰랐고, 체인지업이 잘 떨어질 줄도 몰랐다”면서 “감독님과 박승민 코치님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선배님이나 형들과도 얘기를 많이 하는데 ‘가볍게 던져도 150km 나오는데 왜 굳이 세게 던져서 제구가 안 되게 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듣고 시즌에 들어가기 전 생각해보고 들어가니 작년보다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7회초 이닝종료 후 한화 박승민 투수 코치가 김서현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
한화 김서현과 박승민 투수코치가 캐치볼 훈련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3.10 / dreamer@osen.co.kr
최 감독 주문대로 KT전 투구 영상을 다시 본 김서현은 “난 세게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으로 보니 세게 안 던지는 것 같더라. 오히려 그렇게 하니 제구가 되고, 변화구도 잘 들어가더라. 혼자 영상도 보고, 코치님한테 물어보고 하는 것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며 “작년에는 팔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계속 바꿨는데 올해는 한 가지 폼으로 고정하기로 했다. 박승민 코치님이 ‘작년은 팔이 너무 크게 벌어졌다. 팔 돌리는 동작을 조금만 줄여보는 게 어떠냐’고 하셨다. 캐치볼을 할 때부터 그렇게 하면서 효과를 많이 보고 있다. 작년에도 첫 등판은 좋았지만 끝이 안 좋았다. 올해는 끝이 좋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화는 2020~2022년 3년 연속 10위로 힘겨운 리빌딩 과정을 거치면서 2022년 전국 1차 지명으로 문동주를, 2023~2024년 전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김서현과 황준서를 차례로 지명했다. 고교 최고의 투수들을 모두 품었는데 문동주는 우완 정통파, 김서현은 우완 스리쿼터, 황준서는 우완 정통파로 각기 다른 유형으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영건 트리오를 구축했다. 
지난해 신인왕을 받은 문동주는 이제 주축 선발로 우뚝 섰고, 황준서도 1군 데뷔전을 선발승으로 장식하며 첫 단추를 잘 뀄다. 여기에 김서현까지 불펜 주축으로 잠재력을 터뜨린다면 나머지 모든 팀들이 부러워할 최강 마운드를 완성하게 된다. 
6회초 한화 두번째 투수 김서현이 KT 공격을 막은 뒤 류현진, 문동주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4.03.31 / soul1014@osen.co.kr
한화 문동주, 황준서, 김서현. 2024.02.05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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