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투수’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데뷔 후 처음으로 고척스카이돔 마운드에 오른다. KBO리그 복귀 첫 승이자 통산 99승 재도전 장소가 대전 홈구장에서 고척 원정 돔구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프로야구 한화는 5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 선발투수로 좌완 류현진을 예고했다. 원래 일정이라면 지난 4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 등판 차례였지만 3일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변동이 생겼다.
당초에는 류현진의 루틴에 맞춰 일정을 미루지 않고 4일 롯데전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최원호 한화 감독이 류현진에게 직접 의사를 물었는데 “하루 더 쉬고 싶다”는 의견을 내면서 하루 미뤄졌다. 대전 롯데전에서 고척 키움전으로 복귀 첫 승이자 99승의 도전 장소와 상대가 모두 바뀌었다.
최원호 감독은 “본인이 하루 더 회복하고 들어가는 걸 생각한 것 같다. 그럼 하루 더 쉬어야 한다”며 웃은 뒤 “아무래도 나이도 있고, 수술을 하고 나서 첫 풀타임 시즌이다. 회복력이 젊을 때보다는 더딜 것이다. 쉴 수 있을 때 쉬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이었던 2022년 6월 팔꿈치 토미 존 수술을 받고 1년 넘게 재활한 류현진은 지난해 8월 빅리그에 복귀했다. 올해가 수술 이후 첫 풀타임 시즌으로 37세 나이를 감안하면 초반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다.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3⅔이닝 86구로 시작한 류현진은 29일 대전 KT 위즈전에서 6이닝 89구로 투구수를 조금 더 늘렸다. 최원호 감독은 “투구수는 거의 100구 가까이 올라왔는데 날이 아직 썩 좋지 않다. 날이 풀리기 전까지 조절해주는 게 데미지가 덜할 것이다”고 관리를 예고했다.
4월 봄이 왔지만 아직도 밤에는 꽤 쌀쌀하다. 시즌은 무척 길고, 부상 없이 시즌을 풀로 건강하게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화가 구단 최초로 개막 10경기를 8승2패로 잘 나가고 있는 만큼 팀 사정이 급하지도 않다. 최원호 감독 말대로 쉴 수 있을 때 쉬어주는 게 시즌을 길게 보면 팀이나 개인 모두에게 이로울 것으로 보인다.
하루 더 쉬고 나서는 류현진의 무대가 고척돔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은 2016년 개장한 고척돔 마운드에 처음으로 오른다. 야외 구장과 다르게 천장으로 인한 시야 확보와 실내 타구 소리에 적응해야 할 야수에 비해 투수는 돔구장에 크게 적응할 게 없지만 낯선 구장이란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래도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돔구장을 많이 경험해봤다. 4년간 홈으로 쓴 토론토의 홈구장 로저스센터가 개폐식 돔구장이었다. 그러나 천장을 닫고 치른 돔구장 경기에서 류현진은 통산 19경기 5승6패 평균자책점 5.81로 야외 구장(167경기 73승4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02)에 비해 성적이 크게 좋지 않았다는 점이 걸린다.
상대팀 키움이 개막 4연패 이후 4연승으로 급반등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류현진에겐 부담스런 요소. ‘제2의 이정후’로 불리는 외야수 이주형이 햄스트링 부상을 딛고 지난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에 복귀, 2경기에서 8타수 7안타 타율 7할5푼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어 류현진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한화는 류현진을 제외한 5명의 투수들이 모두 선발승을 거두며 강력한 선발야구를 펼치고 있다. 로테이션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류현진이지만 승리가 자꾸 미뤄져선 좋을 게 없다. 개인에게도 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비로 인해 문동주와 등판 순서가 바뀌면서 상대 1선발들과 당분간 맞물리지 않는다는 점도 류현진의 승리 확률을 높이는 요소다. 5일 키움 선발은 우완 하영민으로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에 비해선 확실히 무게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고척 LG전에서 5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등판에 선발승을 거둔 하영민이라 쉽게 볼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