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이주찬에게 2024년은 꿈 같은 한 시즌이 될 듯 하다. 야구 가문의 DNA가 이제 동시에 조명받을 수 있게 됐다
이주찬은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6-6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2사 2루에서 박승욱의 대타로 등장해 팀의 위닝시리즈를 이끄는 끝내기 안타를 뽑아내면서 팀의 7-6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첫 연승과 위닝시리즈를 이주찬의 손으로 직접 일궜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접전이 펼쳐진 경기. 롯데 야수진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남은 선수가 이주찬이었다. 이주찬은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김태형 감독이 점찍고 스프링캠프를 모두 완주했다. 시범경기 기간 잠시 2군으로 내려갔지만 다시 1군으로 올라왔고 결국 개막엔트리까지 승선했다. 2021년 육성선수로 입단해 1군에 3경기만 나섰던 이주찬에게 올해는 남다를 것이라는 암시였다.
이후 이주찬은 간간히 기회를 잡았다. 남다른 수비력을 인정 받았고 이따금씩 보여주는 파워 덕분에 1군 엔트리에 승선했다.지난달 30일 사직 NC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그리고 이주찬은 다시 한 번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상황이 유리하지는 않았다. 10회말 2사 2루 끝내기, 마운드의 김호준도 부담되지만 경험이 부족한 이주찬도 부담을 안고 타석에 서야 했다. 김호준의 초구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했고 2구째 슬라이더는 또 지켜봤다.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였다. 3구 째는 파울로 걷어냈고 4구째 포크볼은 지켜봤다. 그리고 5구, 김호준의 128km 포크볼을 정확하게 맞췄고 이 타구는 3루 위를 스쳐 지나가는 끝내기 안타로 이어졌다. 두산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이주찬의 끝내기 안타 기록은 바뀌지 않았다.
이후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으면서 데뷔 첫 끝내기 순간을 만끽했다. 온몸이 흠뻑 적은 채 취재진과 마주한 이주찬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미소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는 “너무 많이 좋았다. 코치님께서 대타로 나갈 수도 있으니까 준비를 하라고 해서 준비를 계속 하고 있었다”라면서 “타석에 들어선 순간 제 나름대로 준비하고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섰는데 생각대로 또 안됐다”라면서 2스트라이크를 선점 당했던 순간을 전했다.
이때 벤치의 김태형 감독이 이주찬을 향한 원포인트 레슨을 펼쳤다. 이주찬은 “벤치에서 감독님께서 보시더니 타격때 몸이 바깥쪽으로 빠진다고 해서 안으로 넣는 식으로 타격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반대쪽으로 친다는 생각을 하고 타석에 들어갔는데 그게 덜 빠져나가서 (페어지역) 안쪽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원래라면 파울이었을텐데 감독님께서 보여주셔서 타구가 안쪽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라고 웃었다.
사실 이주찬은 끝내기 안타 순간을 반신반의 했다. 그는 “사실 파울 같았다. 그런데 페어가 되어서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료들은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이날 만루홈런을 친 윤동희는 “3루 위로 타구가 지나가는 것을 똑똑히 봤다”라면서 끝내기 안타를 의심하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이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을 이주찬도 알고 있다. 이날 끝내기 안타로 보답을 한 것 같다고. 그는 “제가 엄청 잘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감독님께서 계속 믿어주신다. 얼마 전에도 경기에 나섰는데 감독님이 기대하는 모습을 많이 못 보여드렸다. 그래도 오늘 하나 해서 다행이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이주찬은 현재 키움에서 5할2푼4리(21타수 11안타)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이정후 후계자’ 이주형의 친형이다. 이주찬은 대학(동의대)를 거쳐서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문했지만 이주형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입단했다. LG에서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던 이주형은 지난해 키움으로 트레이드 된 이후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동생인 이주형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편이지만 서로 질투하지 않고 평소에도 야구 얘기를 서로 많이 나누는 절친한 형제다. 동생이 맹폭격을 가하고 있을 때 형도 못지 않다는 것을 이날 끝내기 안타로 보여줬다.
이주찬은 “시즌 중에도 동생이랑 연락도 한다. 시즌 초반에 동생은 아플 때 저는 SSG랑 개막시리즈를 하고 있었다. 그때 기회가 왔을 때 삼진을 당했다”라면서 “그때 동생은 ‘그냥 잘했다. 어쩔 수 없다’라고 얘기해줬다. 동생이 타격적인 얘기를 많이 해준다. 아무래도 동생이 더 잘치니까 제가 더 많이 물어본다. 동생이 요즘 너무 잘하는데 저도 너무 기분 좋다”라고 했다.
이날 이주형의 소식팀 키움도 김혜성의 끝내기 홈런으로 4-3 승리를 거뒀다. 이주형은 이날 5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연장 10회초 2사 1.3루에서 채은성이 큼지막한 타구를 슈퍼캐치 해내며 승리에 공헌했다. 취재진에게 “동생은 오늘 안타 쳤나요?”라고 물으면서 동생까지 챙기는 의젓한 형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이주찬은 이주형에게 “형 완전 밥은 아니다”라고 의기양양하게 한 마디를 전하기도 했다.
이주찬에게 더할나위 없을 2024년이다. 그는 “올해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 상황에 맞게 잘해야 한다.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잡으려고 열심히 할 것이다. 제가 잘하는 거 말고는 답이 없다”라고 강조하면서 올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