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에서 생존 경쟁이 벌어진다. 외국인 투수 2명 모두 심각한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1명은 교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케이시 켈리(35)와 디트릭 엔스(33), 둘 중 하나는 짐을 싸야 한다.
‘디펜딩 챔피언’ LG가 고전하고 있다. 최근 3연패 속에 공동 5위(25승23패2무 승률 .521)로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외국인 투수 2명의 동반 부진이다. 6년차 구단 최장수 외국인 선수 켈리가 10경기(56⅔이닝) 1승6패 평균자책점 5.72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1선발로 기대한 엔스가 11경기(56⅓이닝) 4승2패 평균자책점 5.43으로 부진하다. 규정이닝 투수 21명 중 엔스와 켈리가 평균자책점 19~20위로 하위권이다.
어느덧 시즌 50경기를 치르면서 전체 일정의 34.7%를 소화했다. 팀이드 선수든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올 시점이다. 켈리는 전년 대비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3km 떨어질 만큼 구위 저하가 뚜렷하고, 엔스는 직구와 커터를 뒷받침할 만한 결정구 부재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가기 위해선 더 이상 고삐를 늦출 수 없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2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팀 전력의 40% 이상 차지하는 외국인 원투펀치가 전부 안 좋다. 둘 중 한 명은 교체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어떻게든 선수를 살려 쓰는 게 현장이 해야 할 일이지만 구단에 최대한 빨리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물밑에서 대체 선수 영입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김윤식이 팔꿈치 토미 존 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이지강이 어깨 통증으로 이탈하는 등 대체 선발 자원도 마땅치 않아 두 선수에게 재정비할 시간을 주기도 어렵다. 염 감독은 “몸이 안 좋거나 피로도가 쌓였으면 재정비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문제가 아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 방법을 충분히 제시했다”며 “외국인 선수는 결국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6년차 켈리의 경우 구위 하락과 투구 레퍼토리 변화를 위해 포크볼 구사 비율을 늘릴 것을 주문받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염 감독 조언을 받아 포크볼로 재미를 봤지만 올 시즌 구사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엔스는 영입 직후부터 체인지업 장착에 대한 미션을 계속 받았고, 선수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구종 장착이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체는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시즌 중 외국인 투수 영입은 특히 더 어렵다. 미국도 구속 혁명에 피치 클락 여파로 투수 부상이 급증하면서 웬만한 선수는 쉽게 풀어주지 않는다. 마음 같아선 전원 교체를 하고 싶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잘 바꿀 수 있다면 다행인데 이제는 누구를 바꿔야 할지도 이제 LG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당초 교체 대상은 엔스였지만 켈리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누가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대체 선수 영입이 준비되기 전까지, 켈리와 엔스에겐 매 경기가 그야말로 생존 게임을 위한 승부가 됐다. 로테이션상 앞뒤로 나란히 붙어나오는 두 투수로선 서로를 의식 않을 수 없는 미묘한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 20~21일 대전 한화전도 두 투수가 연달아 나왔다. 먼저 나온 켈리는 5이닝 8피안타(2피홈런) 4볼넷 1사구 3탈삼진 8실점으로 난타당했다. 그 다음날 나온 엔스도 4⅓이닝 8피안타 1볼넷 4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크게 무너지진 않았지만,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내려갔다. 둘 다 계속 헤매고 있으니 선택을 해야 할 LG의 고민도 더 커진다.
LG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후 재활 중인 불펜 필승조 함덕주가 6월말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염 감독은 “함덕주가 돌아올 6월말부터 선발진이 다시 세팅돼야 하고, 타선도 올라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에 나아갈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버터야 한다”고 말했다. 6월말까지 앞으로 약 한 달가량 시간이 남아있다. 그 사이 3~4번의 선발등판이 켈리와 엔스의 운명을 좌우한다. 외국인 원투펀치로 의기투합하며 시즌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생존 경쟁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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