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젊은 거포로 떠오르고 있는 김범석(20)은 지난 16일 잠실 키움전을 끝으로 최근 5경기에서 선발 포수로 나서지 않고 있다. 주전 포수 박동원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3경기를 선발 포수로 나섰지만 아직 투수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5경기 모두 베테랑 허도환이 선발 마스크를 썼고, 김범석은 21일 대전 한화전에 승부가 기운 6회부터 1루에서 포수로 옮겨 남은 3이닝을 수비했다.
지금 당장 포수로서 비중은 낮다. 지명타자가 아니면 1루수로 뛸 수밖에 없지만 아직 수비가 서툴다. 21일 한화전에선 5회 2사 2,3루에서 이도윤의 직선 타구를 잡지 못했다. 잘 맞았고, 타구 속도가 빠르긴 했지만 정면 타구라 못 잡을 게 아니었다. 1루 미트를 맞고 뒤로 빠진 타구는 안타로 기록됐으나 실책에 가까운 플레이.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에서 2점을 내주며 0-8로 벌어졌고, LG의 경기 흐름도 완전히 넘어갔다. 4-8 패배.
하지만 아직 나이가 20살밖에 되지 않았고, 타고난 타격 재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고정적으로 출장할 수 있는 수비 포지션이 있어야 한다. 지명타자만 치는 것보다 어떻게든 수비를 나가서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2일 한화전을 앞두고 염경엽 LG 감독은 “선수를 키워나가는 과정이고, 분명 실수는 일어날 수 있다. 그 실수를 안고 가야 내년에 범석이가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신입사원이 처음부터 부장이 될 수 없듯이 실수라는 경험을 쌓지 않고 성장한 선수는 없다. 우리 팀에서 대표적인 케이스가 (오)지환이다”고 말했다. 오지환도 데뷔 초반 수많은 실책과 성장통을 거듭한 끝에 지금 KBO리그 최고 유격수가 됐다.
오지환의 성장 과정을 수비코치로 지켜봤던 염경엽 감독은 “범석이가 지명타자만 하면 선수 개인뿐만 아니라 팀의 미래 가치도 떨어진다. 1루수로만 쓸 수도 없다. 우리 팀에는 이재원(25)이라는 카드도 있다. 둘이 1루에서 겹치게 할 순 없다. 그래서 범석이가 포수를 해야 한다. 범석이만 생각하면 포수를 포기하고 1루만 시켜도 되는데 우리 팀의 미래 가치를 봤을 때는 재원이와 범석이가 같이 커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022년 85경기에서 홈런 13개로 잠재력이 꿈틀댔던 우타 거포 이재원은 시속 170km대 타구 속도를 낼 수 있는 메이저리그급 파워를 자랑한다. 컨택과 선구안에 약점을 드러내며 완전히 꽃피우지 못한 채 내달 10일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할 예정으로 빨라야 2026년 1군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이다.
하지만 염 감독은 지난 봄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재원에 대해 “컨택이나 잔기술은 범석이가 더 많이 갖고 있지만 힘은 재원이가 더 좋다. 타구 스피드는 우리나라 최고다. 공을 맞히는 컨택 면만 늘어나면 땅볼만 쳐도, 인플레이 타구만 만들어도 3할을 쉽게 칠 수 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크게 보고 있다. 시즌이 진행 중인 지금도 김범석을 이야기할 때 심심찮게 이재원을 언급하며 포수 김범석, 1루수 이재원으로 우타 거포 기둥을 둘이나 세우는 게 LG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과업으로 여기고 있다.
염 감독은 “범석이와 재원이가 나중에 클린업에 들어가줘야 한다. 20홈런 우타 거포 2명이 생기면 팀이 3~4년 후에 훨씬 세진다. 좌타 라인은 충분히 잡혀 있으니 범석이와 재원이가 크면 타선의 좌우 밸런스가 엄청나게 좋아진다”며 “내가 언제까지 (LG 감독으로) 있을지 모르지만 있는 동안 팀의 비전과 방향을 잡아주는 것도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그 다음에 감독할 사람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재원은 2년 뒤 전력이지만 김범석은 즉시 전력으로 이제 LG 타선에 없으면 허전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5번 지명타자로 나선 22일 한화전에선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올해 28경기 타율 3할7리(88타수 27안타) 5홈런 19타점 OPS .878로 타격 잠재력을 뽐내고 있다.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도 꼽힌다.
지난 21일 한화전에선 상대 선발투수 문동주에게 5이닝 동안 유일하게 안타를 뽑아내기도 했다. 4회 2사 후 문동주의 3구째 몸쪽 투심 패스트볼에 몸통 회전으로 좌중간 안타를 만들어냈다. 문동주도 “(김범석이) 잘 치더라. 인정한다”며 “몸쪽 깊게 던지려고 했는데 투심이 밋밋하게 들어갔고, (김범석이) 확실히 잘 쳤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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