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차기 사령탑으로 김경문(66) 전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이 급부상하고 있다. 구단과 만남을 가졌고, 큰 변수가 없다면 지휘봉을 잡을 게 유력하다.
한화 관계자는 31일 보도된 김경문 감독 유력설에 대해 “여러 후보 중 한 분”이라고 밝힌 뒤 “이런저런 추측들이 많아서 선수단도 혼동이 올 것 같아 빨리 새 감독 선임을 하려고 한다. 오늘 박종태 신임 대표이사께서 취임해 함께 새 감독 선임에 대해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한화는 지난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같이 물러나려던 손혁 단장이 박찬혁 전 대표의 만류로 남아 실무를 그룹과 함께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나섰고, 정경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임시 지휘봉을 잡았다.
시즌이 진행 중인 시점에 감독 교체가 이뤄지면서 후보는 현재 소속된 팀이 없는 야인들로 제한됐다. 새 감독 선임 작업은 한화그룹이 적극적으로 주도했고, 일찌감치 야구계에서 명망이 높은 인물 3명으로 빠르게 추려졌다. 손혁 단장이 후보군들을 직접 만나 면접 과정을 거쳤다.
처음부터 1순위로 꼽힌 김경문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그룹의 낙점을 받은 분위기다. 김 전 감독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지난 2004~2011년 두산, 2011~2018년 NC에서 무려 15년간 팀을 이끈 베테랑이다. 1군 14시즌 통산 1700경기를 이끌며 896승774패30무(승률 .537)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10회, 한국시리즈 진출 4회로 성적을 내는 데 확실한 능력이 있는 감독이다.
두산에서 8년간 6번이나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그 중 한국시리즈 진출만 3번이었다. 2011년 6월 두산에서 사퇴한 뒤에는 두 달이 흘러 제9구단으로 창단한 NC의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돼 2013년부터 1군 지휘를 이끌었다. 2014~2017년 NC를 4년 연속 가을야구로 지휘했고, 2016년 구단 최초 한국시리즈 진출도 해내며 신생팀을 빠르게 리그에 안착시켰다.
비록 4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삼키며 ‘우승의 한’을 풀지 못했지만 강력한 카리스마와 선수 보는 안목이 뛰어나며 뚝심으로 선수 키우기에 일가견 있다. 두산 시절 육성선수 신분이었던 김현수를 2년차에 1군 주전으로 발탁해 키웠고, NC에선 투수로 입단한 나성범을 타자로 바꿔 리그 대표 거포로 육성시켰다.
국가대표 감독 경력도 풍부하다. 두산 감독을 맡던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 사령탑으로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쓰며 한국야구 중흥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선 노메달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KBO리그 현장을 떠난 지 6년이 됐고, 도쿄올림픽을 치른 지도 3년째가 되면서 현장 감각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그룹에선 경험이 풍부하고, 2025년 대전 신구장 개장에 맞춰 상징적인 인물로 김 감독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감독은 2020년 시즌 후에도 한화 사령탑 유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한화는 김 전 감독 외에 또 다른 후보들도 만났다. 그 중 우승 경력이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는 개인적인 사유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고, 자연스럽게 김 전 감독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다. 계약 세부 사항을 조율하면 오는 일요일(6월2일) 대구 삼성전을 마친 뒤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정경배 감독대행 체제로 치른 지난 28~30일 대전 롯데전에서 싹쓸이 승리를 거뒀다. 최원호 전 감독 체제 마지막 6경기에서 5승1패를 거두며 상승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는데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최근 9경기 8승1패로 고공 비행 중이다. 어느덧 5위 NC에 2.5경기 차이로 따라붙으며 5강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편 한화는 31일 오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구단 사무실에서 신임 박종태 대표이사의 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구단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박 대표이사와 전 박찬혁 대표이사의 이취임식으로 진행됐다.
신임 박종태 대표는 취임사에서 "지난 3년6개월 동안 한화 이글스의 도약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주신 박찬혁 대표, 손혁 단장을 비롯한 우리 임직원, 선수단 모든 분들의 노력과 헌신과 희생에 감사드린다"며 "구단주이신 회장님을 비롯해 우리 이글스를 사랑하시는 팬들과 한화 이글스 모든 구성원들은 한화 이글스와 더불어 행복하길 희망한다. 그 행복의 길은 360도 여러 방향이 있겠지만 우리는 승리의 길 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신임 대표는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준비한 모든 것을 토대로 우리는 승리의 길을 갈 것이고, 그 승리의 자양분으로 한화 이글스는 높이, 멀리, 오래 비상할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가 쌓은 토대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저와 더불어 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