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달(Moon)' 감독이 떴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경문 감독이 이번에도 역시 등번호 74번을 택했다.
한화는 제14대 사령탑으로 김경문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2026년까지 계약 기간 3년으로 계약금 5억원, 연봉 합계 15억원으로 총액 20억원에 지난 2일 한화와 계약을 완료했다. 지난 2018년 6월 NC에서 중도 퇴진한 김경문 감독에겐 6년 만의 KBO리그 복귀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이후 3년 만의 현장 복귀이기도 하다.
한화는 3일 오후 2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홍보관에서 김경문 감독 취임식 및 기자회견을 연다. 시즌 도중에 선임된 감독은 보통 취임식을 생략하기 마련인데 한화는 월요일 휴식일을 맞아 김경문 감독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날 선수단 상견례를 한 뒤 취임식을 갖고 4일부터 열리는 KT 위즈와의 원정경기를 위해 수원으로 이동한다.
취임식을 앞두고 한화는 김경문 감독의 이름이 적힌 오렌지색 유니폼을 준비했다. 등번호는 예상대로 74번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베어스 사령탑 때부터 등번호 74번을 계속 썼다. 행운의 숫자 ‘7’과 불행의 숫자 ‘4’를 합친 숫자를 조합해 인생과 야구에는 길과 흉이 공존한다는 자신의 인생 철학을 담았다. 두 번째 팀인 NC 다이노스와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낼 때도 74번을 사용했다.
한화는 감독대행을 맡던 정경배 수석코치가 등번호 74번을 사용했지만 김경문 감독에게 넘겨줬다. 정경배 코치는 세 자릿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남은 번호인 92번을 달 예정이다.
김경문 신임 한화 감독은 1958년생으로 대구옥산초-부산동성중-공주고-고려대를 거쳐 1982년 원년 OB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포지션은 포수로 1982년 MVP 투수 박철순과 함께 원년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을 장식했다. 1990년 태평양을 거쳐 1991년 OB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 미국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1994년 삼성 배터리코치로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1998년 친정팀 OB로 자리를 옮겨 2003년까지 배터리코치를 맡았다.
2003년 시즌을 마친 뒤 김인식 감독의 후임으로 두산 사령탑에 선임되면서 감독 인생이 열렸다. 2001년 우승 이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로 주춤한 두산이었지만 김 감독 체제에서 2004년 부임 첫 해부터 3위로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선수 보는 안목으로 유망주들을 키워내며 경쟁 체제를 구축한 김 감독은 육상부, 화수분으로 대변되는 두산 야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2005년, 2007~2008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해냈지만 우승의 한을 풀지 못하고 2011년 6월 자진 사퇴로 두산을 떠났다. 8년간 6번이나 가을야구를 이끌면서 2015년부터 시작된 두산 왕조의 발판을 다졌다.
이후 2011년 8월 제9구단으로 창단한 NC의 초대 사령탑에 선임됏다. 김 감독은 특유의 선수 발굴 및 육성 능력으로 신생팀을 빠르게 리그에 안착시켰다. 2013년 1군 진입한 NC는 2014년 두 번째 시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2016년에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그러나 전 소속팀 두산에 4전 전패를 당하면서 우승에 실패했다. 2018년 6월 중도 퇴진하기 전까지 NC에서 1군 6시즌 중 4번의 가을야구를 이끌었지만 우승의 한을 풀지 못했다.
두산과 NC에서 1군 14시즌 동안 무려 10번의 가을야구 진출, 4번의 한국시리즈 진출로 확실한 성적을 냈다. 통산 1700경기를 지휘하며 896승774패30무(승률 .537). 역대 감독 통산 승수에서 김응용(1554승), 김성근(1388승), 김인식(978승), 김재박(936승), 강병철(914승) 감독에 이어 6위에 올라있다. 500승 이상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김영덕(707승), 류중일(691승), 김태형(667승), 조범현(629승), 이광환(608승), 선동열(584승), 염경엽(526승) 감독까지 모두 13명이다. 이 중에서 유일하게 김경문 감독만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다.
김경문 감독은 “앞으로 한화가 우승할 수 있는 좋은 선발들이 있다. 선발 쪽에 좋은 투수들이 많이 있으니까 나머지 부분을 시즌 마치고 좀 더 보완해서 (내년에) 정상 도전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화팬분들이 지금 한 경기, 한 경기 최고의 응원을 해주신다. 그 팬들한테 한화 야구도 조금 더 짜임새 있는 야구를 보여드리고 싶다. 성적이 밑에 있는데도 진짜 너무나 열심히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진짜 좋은 결과로 보답해드리고 싶다. 한화 팬들께서 성적에 관계없이 너무나 최고의 응원을 보내주시고 있다. 타팀에서, 또 바깥에서 야인으로서 있으면서도 부럽더라. 내가 1982년 OB 소속으로 대전에서 뛰었다. 그리고 고등학교(공주고) 때 대전에서 시합을 했고, 그런 추억도 있다. 한화 팬들께서 응원을 최상으로 최강으로 해 주시니까 저는 팀을 잘 꾸려서 꼭 정상에서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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