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 아닌데?" 텐 하흐, 7000억 날리고도 당당..."이적시장 재앙? 내가 협상한 거 아냐"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6.03 19: 01

자신감 하나는 대단하다. 에릭 텐 하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이적시장 실패에 자기 책임은 없다고 항변했다.
영국 '더 선'은 2일(이하 한국시간) "텐 하흐는 높은 이적료를 사용한 이적시장 대실패는 자기 탓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맨유가 4억 파운드(약 7011억 원)를 날린 것에 대해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보도했다.
맨유는 지난 시즌 내내 고개를 숙였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 시즌 리그 4위와 리그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내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2년 차 들어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조별리그 꼴찌를 기록하며 탈락했고, 리그에서도 8위까지 추락했다. 

공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었다. 맨유는 리그 38경기에서 57골을 넣는 동안 58골을 내주며 득점보다 실점이 많았다. 어디 하나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
굴욕적인 기록도 여럿 세웠다. 맨유는 2023-2024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85골이나 허용했고, 무려19번이나 패했다. 이는 1978-79시즌 이후 46년 만의 최다패 기록이다. '꿈의 극장'이라 불리는 올드 트래포드에서도 9번이나 무너지면서 한 시즌 홈 최다 패배 타이 기록까지 쓰고 말았다.
경질설에 시달리던 텐 하흐 감독은 마지막 순간 반전을 쓰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2-1로 꺾고 통산 13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부순 승리였다. 맨유는 시즌 막판 부진에 빠지면서 리그 8위까지 추락한 팀이고, 맨시티는 역사적인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달성하며 두 시즌 연속 더블을 정조준하는 팀이었다. 당연히 맨시티의 2시즌 연속 FA컵 제패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알레한드로 가르나초가 상대의 치명적인 실수를 놓치지 않고 선제골을 터트렸고, 코비 마이누가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후반 막판 제레미 도쿠에게 추격골을 허용하긴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맨유는 남은 시간을 잘 버텨내며 지난 시즌 FA컵 결승전 패배를 그대로 되갚아 줬다.
이제는 할 얘기가 생긴 텐 하흐 감독. 그는 "만약 맨유가 나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면 난 다른 팀으로 가서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것이다. 그게 내가 해왔던 일"이라며 큰소리를 쳤다. FA컵 결과와 상관없이 경질을 고려하던 맨유 보드진도 텐 하흐 감독의 미래를 다시 생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텐 하흐 감독은 비판받는 이적시장 실패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나섰다. 맨유는 텐 하흐 감독 부임 이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약스에서 함께했던 안토니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는 물론이고 카세미루와 라스무스 호일룬, 메이슨 마운트, 안드레 오나나 등을 데려오며 거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대부분 기대 이하였다. 1억 유로(약 1494억 원)를 주고 영입한 안토니는 2023-2024시즌 리그 1골 1도움에 그쳤고, 7000만 파운드(약 1226억 원)를 투자한 카세미루도 레알 마드리드 시절 모습이 아니다. 특히 마운트는 6000만 파운드(약 1053억 원)의 몸값에도 불구하고 고작 리그 513분을 뛰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텐 하흐 감독은 자신이 아니라 구단 보드진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지불한 가격은 실제로 매우 높다. 하지만 난 책임이 없다. 구단이 잠재력이 좋지만, 결국엔 영입하지 못한 선수들을 포함해 모든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므로 우리의 영입 정책이 재앙 같았던 건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다"라며 발을 뺐다.
또한 텐 하흐 감독은 맨유라는 팀이 더 단단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게 부정적이지만,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클럽의 기반은 더욱 견고해졌다. 외부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분석을 내릴 것"이라며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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