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 아니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황선홍 감독이 대전하나시티즌으로 돌아왔다.
대전은 지난 3일 제15대 사령탑으로 황선홍 전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낙점했다. 대전 구단은 "성적 부진으로 K리그1 1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타파하며 새로운 변화와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외 리그와 국가대표 팀에서 선수, 지도자로 풍부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황선홍 감독이 선수단을 통솔하는 리더십과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4년 만의 대전 복귀다. 현역 시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간판 스트라이커'였던 황선홍 감독은 2008년 부산에서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디뎠다. 2011년부터 포항을 이끌며 2013년에는 정규리그와 FA컵 2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5년 동안 포항에 리그 99승, 3개의 트로피(정규리그 1회, FA컵 2회)를 선사하며 K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명성을 떨쳤다. 2016년에는 FC서울을 이끌고 또 한 차례 K리그1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대전과 인연도 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2020년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새롭게 출발하는 대전하나시티즌의 기업 구단 전환 이후, 첫 사령탑을 맡았다. 하지만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한 채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U-23 대표팀을 맡았던 황선홍 감독은 다시 한번 대전의 손을 잡으며 K리그 무대로 돌아오게 됐다.
강등 위기에 처한 대전의 소방수로 나선 황선홍 감독. 그는 5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마이크를 잡은 황선홍 감독은 "대전으로 돌아오게 돼 매우 기쁘다. 다시 한번 선택해주신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절실한 마음으로 위기를 빨리 극복하고 팀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발휘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다음은 황선홍 감독과 일문일답.
- 취임 소감.
대전으로 돌아오게 돼 매우 기쁘다. 다시 한번 선택해주신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절실한 마음으로 위기를 빨리 극복하고 팀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발휘하겠다.
- 지금 대전의 문제는 무엇일까.
첫 경기부터 다 지켜봤고, 최근 경기도 봤다.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중압감 때문에 심리적으로 쫓기다 보니 불리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 게 최우선이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는 공을 어렵게 가져온 뒤 공격권을 빨리 넘겨주는 횟수가 많았다. 선수들과 이야기해서 개선하겠다.
- 4년 만에 다시 대전으로 돌아온 소감은.
상당히 많이 고심됐다. 대전이 아니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초대 감독으로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다. 항상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함께하고 싶었던 팀이다. 초대 감독으로서 지금 위기를 넘기고 싶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창단 때 목표했던 탑 레벨 팀으로 가는 데 초석을 다지려 한다.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팀을 만들어 나가겠다.
- 지금 선수단을 평가하자면. 곧 이적시장이 열린다.
시즌 중반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모두 만족스럽게 세팅할 수는 없다. 지금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격력이다. 공격 쪽에 파괴력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추진하고 있다. 다만 시즌 중반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전력강화팀과 소통해서 방안을 빨리 찾도록 하겠다.
- K리그1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계약 기간은 비공개인 이유가 있는지.
제일 시급한 문제가 강등권 탈출이다. 분명히 목표나 비전에 대해서 궁금해 하실 것 같다. 그것보단 1차적으로 빨리 강등권을 벗어나고 팀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다음 목표는 그 이후에 밝히도록 하겠다. 지금은 모두가 반드시 강등권에서 빨리 벗어나 안정을 찾는 게 1차 목표다. 계약 기간에 대해서는 양측의 합의가 있었다. 언급하기에 적절치 않다.
- 많은 고심 끝에 수락했다고 했다.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가 부담이 됐을 것 같다.
귀국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팬 여러분과 선수들에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쓰리고 아프다. 착잡하다. 쓰러져 있을 것이냐 다시 일어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자신을 믿고 다시 도전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대전 팬들 걸개도 걸려 있더라. 싸울 텐가 포기할 텐가. 난 전자를 선택했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
- A매치 휴식기 동안 어떤 점에 중점을 맞출지.
축구에서 공격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수비나 조직력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스리백과 포백이 갈리고 있다. 시간이 많진 않지만,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려 하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차근차근 해나가려 한다. 전체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그에 맞춰 조직을 구성하는 게 첫 번째다.
- 팬들의 여론이 부정적이다.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충분히 어떤 의견인지 잘 안다. 우려하시는 부분도 잘 안다. 냉정하게 따지자면 굉장히 힘든 시즌이 될 거라는 사실도 안다. 상황이 급하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겠다. 운동장에서 증명하는 것 말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을 믿고 응원해 주시면 절대 실망시키지 않고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조금 지켜봐 달라. 응원 부탁드린다.
-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순위까지 올라가야 안정권이라고 생각하는지.
1차적 목표는 중위권 진입이다. 순위를 지금 여기서 몇 위를 하겠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 과정을 탄탄하게 해서 강등에 신경 쓰지 않고 다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 눈 여겨본 선수가 있는지.
부상 선수가 많은 가운데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선수들이 잘 성장해야 대전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부탁하자면 어린 선수들이 운동장이나 경기장에서 실패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적으로 플레이하길 원한다. 적극적인 마인드로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올림픽 예선을 마친 뒤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팬들이 어느 정도 지켜봐주길 바라는지.
팬분들께서는 올 시즌 끝날 때까지 지켜봐주시면 좋겠다. 나도 축구인이기 때문에 쉬고 싶어도 눈이 TV로 가더라. 쉬는 것보다는 다른 게 더 좋았다. 그러면서 시간을 보냈다. 재충전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는 운동장에서 에너지를 쏟아내겠다.
- 4년 만에 대전을 오니 어떻게 달라졌는가. 어떤 축구를 만들어 나가고 싶은지.
라커룸과 운동장을 다녀봤는데 그렇게 많이 변한 것 같진 않다. 익숙한 면이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안정될 것 같다. 우리 팀의 철학을 얘기하자고 하면 위닝 멘탈리티를 기본으로 지배하고 주도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 감독을 처음 시작했을 때 한국 축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조금 투박하고 확실치 않아도 직선적으로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 보니 정확성이 없으면 굉장히 어려운 시대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환경과 날씨, 경기장 컨디션 여러 요소가 있다. 물론 스쿼드상 지배하고 주도하는 축구가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선수도 수급이 돼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대전의 철학은 지배하고 주도하는 축구가 돼야 하지 않나 싶다. 그걸 기반으로 팀을 만들어 나가겠다.
- 축구 철학이 바뀐 계기가 있는가.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 현대 축구 흐름이 그렇다. U-23 대표팀이나 A대표팀을 하면서 많이 느꼈다. K리그는 잔디 상태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선수들이 카타르 같은 곳에서 경기를 하다 보면 많이 행복하다고 하더라. 앞으로 축구는 점점 그렇게 변해갈 거다. 정확성이 떨어지면 많이 뛰어야 하고 힘들어진다. 정확성이 발전해야 좋은 축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한국 축구가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 성공과 실패가 엇갈렸던 한 해다. 대전 복귀가 감독 커리어에 어떤 의미인지.
지도자는 안주도 없고, 100% 만족도 없다. 끊임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거다. 여러 상황은 진행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과정 속에 있다. 매 경기를 이기고 매 대회를 우승하려 노력할 것이다. 내 마음 속으로는 실망감이 없지 않지만, 너무 얽매이지 않겠다. 또 다른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나아가려 한다.
- 올림픽 진출 실패로 커리어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감독 입장에서는 항상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갖고 일을 한다. 지금도 이전에도 마찬가지다.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해나가야 한다. 대전과 함께라면 언제든지 성공 신화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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