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6년 공백을 우려했나…역시 명장은 명장, 마이너부터 아마야구 현장까지 찾은 '야구 열정' 있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6.07 08: 50

역시 명장은 명장이다. 프로야구 6년 현장 공백이 무색할 만큼 노감독의 감은 살아있었다. 한화 이글스 사령탑 데뷔 3연전을 스윕승으로 장식한 김경문(66) 감독에게 현장 공백은 기우였다. 
김경문 감독 체제로 전환한 한화는 지난 4~6일 수원 KT전을 모두 이겼다. 3경기 합산 스코어 26-4로 KT를 압도, 공수주에서 몰라보게 달라진 경기력으로 ‘명장의 귀환’을 알렸다. 단 3경기이긴 하지만 확실히 팀이 달라진 게 보인다. 
과거 두산, NC 시절 보여준 김 감독의 야구가 한화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안치홍을 시즌 첫 2루수로 투입하고, 유로결을 주전 중견수로 깜짝 기용하며 노시환에게 경기 후반 휴식을 부여하는 등 3연전 내내 폭넓은 선수 기용으로 팀 전체에 긴장감을 넣으며 모두에게 적절한 동기 부여를 했다. 위기 상황에서 확실히 끊어가는 투수 교체로 넘어갈 뻔한 경기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경기를 마치고 한화 김경문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6.06 / jpnews@osen.co.kr

4회말 수비를 마치고 한화 김경문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4.06.06 / jpnews@osen.co.kr

6일 KT전이 그랬다. 0-0 동점으로 맞선 7회초 1사 후 채은성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발 빠른 이원석을 대주자로 넣었다. 다음 타석을 생각하면 중심타자 채은성을 빼기 쉽지 않았지만 승부처라고 판단한 김 감독은 과감하게 대주자 카드를 꺼냈고, 이게 제대로 적중했다. 최인호의 2루타 때 이원석이 홈을 파고들어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올렸다. 
7회말 투수 교체는 더욱 놀라웠다. 1-0 리드 상황에서 필승조 이민우가 내야 안타와 실책, 볼넷으로 무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김규연으로 투수를 바꿨다. 김규연은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 처리한 뒤 계속된 1사 1,3루에서 멜 로하스 주니어를 1루 땅볼 유도했다. 잘 맞은 타구를 1루수 김태연이 잡고 1루를 찍은 뒤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아내며 더블 아웃으로 이닝 종료. 위기 상황을 잘 넘긴 김규연은 시즌 첫 홀드로 큰 자신감을 갖게 됐다. 
시즌 중 갑작스럽게 부임해 아직 선수 파악이 제대로 안 됐을 것 같은데 김 감독은 적재적소의 기용으로 경기 흐름을 장악했다. 기존 코칭스태프와 경기 중에도 계속 이야기하며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는데 결정을 내리는 것은 감독이다. 명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없다면 이렇게 물 흐르는 듯한 선수 기용이 이뤄지기 어렵다. 
7회초 2사 2루에서 한화 이원석이 최인호의 선제 1타점 적시 2루타에 득점에 성공하며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동료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4.06.06 / jpnews@osen.co.kr
7회말 동점 위기를 넘긴 한화 김규연이 동료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4.06.06 / jpnews@osen.co.kr
김 감독이 한화에 부임할 때 많은 이들이 현장 감각을 우려했다. 지난 2018년 6월을 끝으로 NC 사령탑에서 물러나며 KBO리그를 떠난 뒤 6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맡은 것도 벌써 3년 전이다. 2020년대 들어 40대 젊은 감독들이 대세가 된 리그에서 어느덧 66세가 된 김 감독의 현장 공백에 대한 우려는 당연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난 3일 취임식에서 “현장을 떠난 시간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야구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여러 곳을 다녔다”며 “야구가 많이 변했다. 예전이랑 다르고,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싶어 미국 마이너리그를 찾아가서 봤다. 내가 처음 감독할 때는 40대 초반으로 어렸다. 이제 최고령 감독으로 컴백을 하니 책임감이 든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고 이야기했다.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다음해인 2022년 김 감독은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연수 코치로 5개월을 보냈다. 루키팀부터 더블A, 트리플A 그리고 도미니카공화국 트레이닝 캠프까지 다양한 레벨에서 새로운 야구 문화와 기술을 둘러보며 견문을 넓혔다. 60세가 넘어서 뭔가를 공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김 감독은 스스로 배움을 찾아 나섰다. 
6회말 수비를 마치고 한화 김경문 감독이 류현진을 격려하고 있다. 2024.06.06 / jpnews@osen.co.kr
7회말 동점 위기를 넘긴 한화 최재훈이 김경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4.06.06 / jpnews@osen.co.kr
경기를 마치고 한화 김경문 감독이 코칭스태프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6.06 / jpnews@osen.co.kr
한화 감독에 부임하기 전까지는 국내 아마추어 야구 현장에도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지방 소도시에서 열리는 대학리그까지 직관할 만큼 한시도 야구를 놓지 않고 지켜봤다. 야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KBO리그는 떠나있었지만 다양한 곳에서 야구를 보고 공부했기에 6년 공백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의 현장 감은 전혀 죽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고집이 세지고, 변화에 둔감해진다. 자신만의 성공 경험에만 의존하기 마련이지만 김 감독은 다르다. 취임식 때 “전보다 선수들에게 많이 다가가 소통하겠다. 때에 따라선 형님도 되고, 아버지처럼 선수들이 야구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는데 진짜였다. 예전에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강성 이미지였지만 지금은 덕아웃에서 계속 박수를 치고 독려하며 웃는 얼굴로 젊은 선수들과 스킨십하고 피드백을 준다. 경직됐던 한화 덕아웃 분위기도 김 감독이 오고 나서 많이 밝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감독이 내정된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한화팬들은 반대 시위를 했다. 6년의 현장 공백과 66세 노감독의 올드스쿨을 우려했던 게 머쓱할 만큼 김 감독은 빠르게 변화하며 감을 찾았다. 무엇보다 여전한 승부사적 기질로 어수선하던 팀을 단기간에 수습했다. 이제 팀을 더 깊이 파악하고, 더 높이 끌어올리는 일만 남았다.
경기를 마치고 한화 김경문 감독이 류현진, 채은성과 승리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4.06.06 / jpnews@osen.co.kr
한화 김경문 감독. 2024.06.06 /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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