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가 아닌 현역 선수의 헌액은 이제껏 그 예를 찾기 힘들다. LOL e스포츠 전설의 전당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도 지난 1936년 야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설립됐기 때문이다.
현역 선수의 헌액. 말 그대로 그는 이제 리빙 레전드,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대한민국 e스포츠, 아니 글로벌 e스포츠사에 '페이커' 이상혁은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이상혁은 지난 6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전설의 전당' 헌액식에서 1호 헌액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앞서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달 23일 T1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을 초대 헌액자로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혁은 e스포츠 태동기를 이끌었던 '황제' 임요환, '폭풍' 홍진호 등 의 존재감을 넘어선 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e스포츠씬 전체의 선도자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e스포츠씬 그는 NBA의 마이클 조던, 축구의 메시와 맞먹는 인지도와 업적을 남겼다.
LoL e스포츠 최고 대회인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무려 4회나 우승을 차지하며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선수다. 2013년 처음 출전한 롤드컵에서 정상에 올랐으며 2015년과 2016년에는 유례 없는 2연속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23년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에서도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리면서 이상혁은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자랑했다.
이외에도 이상혁은 국제 대회인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 2016년과 2017년 2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고 한국 지역 프로 리그인 LCK에서도 10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로 남아 있다. 이상혁은 LCK에서 가장 많은 935경기(세트 기준)에 출전, 631승을 기록했으며 3000킬과 5000어시스트를 넘긴 유일한 선수이다.
초대 '전설의 전당' 헌액 행사는 상헌 라이엇게임즈 아시아태평양 e스포츠 총괄 개회사를 시작으로 존 니덤 라이엇게임즈 e스포츠 사장, 이정훈 LCK 사무총장의 축사에 이어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대표의 축사가 이어졌다.
존 니덤 라이엇 게임즈 사장은 "페이커라는 이름은 e스포츠의 대명사"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그의 전설의 전당 최초 헌액을 축하했다. 라이엇 게임즈 오상헌 아시아태평양 e스포츠 총괄은 "전설의 전당 최초의 헌액자 '페이커' 이상혁은 LOL e스포츠가 전 세계적 인기를 끌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었다. 투표인단의 선택은 당연히 그였다"라고 최초 헌액 배경을 설명했다.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이상혁이 초대 헌액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LoL e스포츠 팬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선수다. 유일무이, 전무후무 수식어를 써도 모자라다. 모든 길은 페이커로 통한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행사를 통해 이상혁만을 위한 전설의 전당 유니폼 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 벤츠가 마누팍투어(manufaktur, 개인 맞춤형 제작) '메르세데스- AMG SL 63 4MATIC+'를 이상혁에게 증정했다.
헌정 영상이 끝나고 이상혁은 현충일에 진행된 행사를 의식하면서 "뜻 깊은 날, 받아 더 의미있는 것 같다"면서 "너무 많은 분들이 메시지를 남겨주셔서 감동적이다. 감사드린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상혁은 "18살에 데뷔할 때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월급 200만원이 좋았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은 그것보다 팬들의 사랑이 동기부여가 됐다.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팬 분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면서 "해가 지날수록 e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관심이 많아진다. 길에서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다. 때로는 불편하지만 김사한 일이다. 당연히 그럴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지치지 않고 달려온 지난 11년을 돌아봤다.
덧붙여 이상혁은 "집을 가면 팬 분들의 주신 선물로 꽉 차있다. 집 크기를 키우는 것도 팬 분들의 선물을 보관하기 위해서다. 종종 팬 분들이 정성을 담아 주시는 선물은 감사한 마음에 꼭 보관하고 싶어 집을 크게 마련했다"며 팬들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지난 세월에 대한 평가를 묻자 그는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미숙하고 생각도 지금과는 달랐다. 많이 성장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면서 "LOL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성장했다. 주변에서도 나로 인해 영감을 얻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지난 10년이 길다고 하는데, 나는 짧다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 많은 경험을 했는데 삶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LOL이었다"라고 LOL이 자신에게 차지하는 존재감을 전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