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소속팀 팬들의 거센 야유에 첫 타석 초구 홈런으로 응수했다. 베이스를 돌며 격한 세리머니로 포효한 알렉스 버두고(28·뉴욕 양키스)가 보스턴 레드삭스에 비수를 꽂았다.
버두고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를 양키스 선수로 방문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스턴에서 4년을 뛰었던 버두고에겐 친정 방문이었다.
하지만 보스턴 팬들은 버두고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1회초 그가 첫 타석에 들어서자 환호 대신 야유를 보냈다. 보스턴에서 4년간 493경기 타율 2할8푼1리(1884타수 529안타) 43홈런 206타점 OPS .761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워크에식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6월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 무성의한 주루 플레이로 문책성 교체를 당했다. 7회 2사 1루에서 요시다 마사타카의 1루 쪽 빗맞은 땅볼 때 2루로 슬라이딩을 하지 않고 서서 들어가다 포스 아웃돼 추격 흐름에서 허무하게 이닝이 끝나며 팀이 졌다.
8월6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선 원래 선발 라인업에 포함돼 있었지만 갑자기 빠졌다. 홈경기를 앞두고 경기장 출근 시간이 늦었고,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이 책임을 물어 벤치에 앉혔다. 한 번이 아니라 상습적인 지각에 코라 감독이 더는 참지 못한 것이다.
결국 보스턴은 지난해 12월 버두고를 라이벌 양키스로 트레이드하며 투수 3명을 받았다. 불펜 요원 그렉 와이서트와 마이너리그 투수 리차드 피츠, 니콜라스 주디스를 받는 조건으로 버두고를 내보냈다. 트레이드된 후 버두고는 “선수들을 위해 싸우는 애런 분 양키스 감독과 함께해 기쁘다”며 코라 감독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으로 뒤끝을 보여줬다.
양키스 선수로 다시 돌아온 펜웨이파크에서 4번타자 우익수로 나선 버두고는 야유를 뚫고 첫 타석 초구 투런 홈런으로 응수했다. 5회 1타점 2루타에 이어 9회 1타점 우전 적시타까지 5타수 3안타 4타점 맹활약으로 양키스의 8-1 완승 이끌었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버두고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좋든 나쁘든 트레이드에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내게 더 좋은 일이었다”며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것이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양키스에서 버두고는 69경기 타율 2할6푼6리(256타수 68안타) 9홈런 41타점 22볼넷 39삼진 출루율 .319 장타율 .438 OPS .757로 준수한 활약을 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 3할2푼4리(71타수 23안타) 4홈런 OPS .896으로 찬스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양키스의 메이저리그 전체 1위(50승22패 승률 .694) 질주에 기여하고 있다.
코라 감독과 불화설에 대해 버두고는 “몇 가지 사소한 일로 부딪쳤을 뿐 괜찮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항상 모든 것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 코라를 존경한다”며 “미디어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일을 부풀리고 싶어한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부딪쳤지만 남자답게 대화하면서 화해했다. 언론에서 우리 사이를 나쁘다고 보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분 양키스 감독은 “버두고를 영입해 좋았는데 기대 이상 활약을 하고 있다. 타석에서뿐만 아니라 선수단 내에서도 훌륭한 선수다. 새로운 환경을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양키스 내부 규율에 따라 수염을 말끔하게 정리하는 등 보수적인 양키스 팀 분위기에도 잘 녹아들었다. 몇 년 전부터 주장 애런 저지와 앤서니 리조가 버두고 영입 필요성을 주장할 정도로 양키스 선수들도 호감을 갖고 있었다고. 보스턴에선 문제아 취급을 받았지만 양키스에선 분위기 메이커로 변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