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패배 기억 오래 남을 것" '16살 영건' 김영원, '3년 만의 우승' 강동궁보다 더 주목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4.06.25 10: 56

'16살 영건' 김영원의 돌풍이 우승자인 강동궁(44, SK 렌터카)보다 더욱 시선을 끌었다. 
김영원은 24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 결승전서 세트스코어 2-4(15-4, 4-15, 15-13, 10-15, 13-15, 8-15)로 패했다. 
프로당구 PBA 최연소 우승에 도전한 김영원이었다. 초등학교 졸업 후 드림투어를 통해 프로 세계에 뛰어든 김영원은 이번 시즌 1부 투어에 데뷔했다. 지난 2023-2024시즌 5차 투어 때 와일드카드로 1부 무대를 밟아 보긴 했으나 정식 데뷔 시즌 개막전부터 무서운 저력이 나왔다.

[사진]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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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은 이번 대회서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하나카드)를 비롯해 김영섭, 황득희(에스와이), 부라크 하샤시(튀르키예·하이원리조트) 등 강호들을 연거푸 제압하며 관심을 모았다. 
김영원은 결승 무대 첫 세트에서는 초구를 하이런 7점으로 연결하는 등 5이닝 만에 15점을 털어내 상대 강동궁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2세트를 내준 뒤에도 3세트를 다시 따내 단순한 돌풍이 아니란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아쉽지만 김영원의 패기도 강동궁의 구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김영원은 첫 세트와 3번째 세트를 잡아내 경기를 유리하게 끌어가는 듯 했으나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김영원은 세트스코어 2-2로 팽팽하던 5세트에 13-11로 앞서다 뒤집기에 당했다. 6세트에는 5, 6이닝을 공타로 넘기며 승기를 넘겼다. 결국 8-15로 밀린 채 우승 트로피를 내줘야 했다. 
[사진]PBA 제공
김영원은 준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아쉬움에 울먹였다. 그는 "결승전이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이날 패배가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결승에서 승리하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강동궁 선수가 6세트 2점을 남겼을 때 지금까지 노력한 게 떠올랐다. 당구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가슴이 벅차올랐다. 힘들었던 기억이 났다"고 눈물을 흘린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김영원은 "최근에 나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당구장에서 홀로 연습했다. 다른 선수와 연습 환경이 다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연습하는 선수들이 많지는 않다"면서 "나는 아침 8시에 일어난 뒤 당구장 문을 연다. 어두운 당구장에 테이블 하나만 불을 켜두고 연습했다. 오후 7시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그런 과정이 쉽지 않았다. 패해서 분한 마음은 전혀 없었다. 분해서 운 건 전혀 아니다"며 웃어보였다.
[사진]PBA 제공
상대 강동궁에 대해 "꺾는 것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다비드) 마르티네스 상대로는 자신 있었다. 강동궁 선수는 PBA에서 우승을 많이 하셨다. 경험 많은 선수"라면서 "경험 차이가 크게 난다. 완벽한 경기를 하지 못한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고 돌아봤다. 
128강을 목표로 삼았다는 김영원이다. 김영원은 "아버지가 먼저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잘했다. 무력한 경기만 보여주지 말라'고 하셨다"면서 "아버지가 제일 고마운 사람이다. 대회마다 나를 챙겨 주셨다. 운전도 해주셨고, 멘털 관리도 도와주셨다. 나도 한 경기씩 승리하면서 높은 순위로 올라가고 있다는 게 의아했다. 잠도 잘 못 잤다. 방송 경기 울렁증은 경험으로 이겨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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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은 "기본 공을 실수 없이 치는 게 내 장점이다. 하지만 약간만 까다로운 공을 만나도 다소 무너진다. 난구 득점 확률을 높여야 한다"면서 "결승에 한 번 올라왔다. 이제는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 한 번 결승을 밟아봤기 때문에, 다음에는 더 쉽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한편 강동궁은 2021-22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이후 무려 약 3년(1099일) 만에 3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PBA 다승 단독 4위로 올라선 것이다. 우승 상금 1억원을 더한 강동궁은 누적 상금 4억 원(4억 5750만 원∙4위)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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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궁은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했다. 팬들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승과 멀어지면서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다. 부진할 때 좋아하는 친구 (조)재호는 잘했다.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앞으로 독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공을 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새롭게 다졌다. 당구를 더 진지하게 바라봐야 했다.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했더니 운도 따라줬다. 우승해서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상대 김영원에 대해 "김영원 선수가 정말 대담하고 패기 있게 공을 치더라. 살짝 부담됐다"면서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초반에 안 풀릴 수 있다고 봤다. 내가 치고 나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김영원 선수는 예상과 달리 초반부터 정말 잘 치더라. 당황스러웠다. 어린 선수와 대결하는 것은 항상 부담스럽다"고 칭찬했다. 
[사진]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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