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현장에서 선수들을 가르칠 때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양상문(63)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투수코치로 영입한다. 김경문(65) 감독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인사로 후반기부터 양상문 전 감독은 1군 투수코치로 한화 덕아웃에 들어온다. 조만간 계약이 완료되는 대로 구단의 공식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후반기 첫 경기인 오는 9일 고척 키움전부터 김경문 감독을 보좌한다.
지난달 3일 한화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경문 감독은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변화를 줬다. 선임 당시에는 시즌 중 급격한 변화에 따른 선수단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코칭스태프를 유지했다. 하지만 시즌 중에라도 필요시 코치진 보강 의사를 전달했고, 후반기 시작에 맞춰 새로운 수석코치, 투수코치와 함께하기로 했다.
김 감독이 올 때부터 예상된 변화이긴 했지만 양상문 전 감독이 투수코치로 합류할 줄은 누구도 몰랐다. 양 전 감독은 KBO리그에서 감독만 3번이나 지낸 ‘거물급’ 인사다. 2004~2005년 롯데, 2014~2017년 LG, 2019년 롯데에서 팀을 지휘하며 선수 보는 눈과 뚝심으로 리빌딩 능력을 발휘했다.
2018년에는 LG 단장으로 프런트 수장 경험도 있다. 프로야구 1군 감독과 단장을 모두 지낸 야구인은 양 전 감독을 비롯해 박종훈(LG 감독, 한화 단장), 염경엽(넥센·SK·LG 감독, SK 단장), 장정석(키움 감독, KIA 단장), 손혁(키움 감독, 한화 단장), 이숭용(SSG 감독, KT 단장) 등 6명밖에 되지 않는다.
감독을 하다 다른 팀 코치로 들어가는 케이스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감독과 단장을 모두 거쳐 코치로 현장에 돌아온 것은 양 전 감독이 최초다. 60대 중반을 향하는 나이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양 전 감독의 현장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지만 김경문 감독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현장 복귀였다.
김 감독과 양 전 감독은 프로 무대에선 접점이 별로 없었다. 선수 시절인 지난 1990년 태평양 돌핀스에서 양 전 감독이 투수로, 김 감독이 포수로 1년을 함께한 것이 전부였다. 지도자가 되어선 늘 따로 떨어져 지냈고, 상대팀 감독으로 자웅을 겨뤘던 시간이 길다. 하지만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부산동성중, 고려대학교 1년 선후배 사이로 인연이 오래 됐다.
김 감독은 “어릴 때부터 (양 전 감독이) 대연초등학교에서 야구 하는 것을 봤다. 그 다음 동성중, 고려대에서 만났다. 동생 같이 가깝게 지낸 사이”라면서 “지금 방송도 잘하고 있지만 지도자는 현장에서 선수들을 가르칠 때가 가장 좋다. 현장이 그리웠을 거다. (양 전 감독이 와서) 나도 고맙다. 서로 좋은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김 감독이 개인적인 인연으로만 양 전 감독을 부른 건 아니다. 양 전 감독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감독뿐만 아니라 투수코치로서의 경험도 풍부하다. 2019년 롯데 감독으로 물러난 뒤에도 2021년부터 최근 4년간 SPOTV 해설위원으로 지근거리에서 KBO리그 현장을 체크하며 꾸준히 감각을 익혔다.
한화는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등 3년 연속으로 투수 최고 유망주가 입단하는 등 마운드에 유망주가 가장 많은 팀이다. 젊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지만 아직 완성형 투수들이 아니다. 크고 작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 김 감독도 “우리 팀에 젊은 투수들이 많다. 그동안 코치들이 잘해놓은 것도 있고, (양 전 감독이) 물어볼 것도 물어보면서 잘해줄 것이다”고 기대했다.
한편 김 감독은 양 전 감독과 함께 새로운 수석코치도 영입한다고 밝혔다. 기존 정경배 수석코치, 박승민 투수코치는 4일 대전 KT전까지 전반기를 마치고 보직 이동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정경배, 박승민 코치에겐 미안하게 됐다. 못 믿은 게 아니고, 그동안 잘해줘서 고맙다고 얘기했다. 인생이 돌고 도는 건데 이런 감독의 결정에 미안하고, 이해해달라는 말을 했다”며 미안함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