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돌아온 ‘괴물 투수’ 류현진(37)이 7이닝 2실점 호투에도 패전투수로 전반기를 마쳤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전이었던 2012년처럼 승운이 따르지 않는다. 평균자책점 전체 8위에도 다승 23위. 또 10위 추락 위기에 놓인 한화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류현진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3일 대전 KT전에 선발등판, 7이닝 7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8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한화가 2-3으로 지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수비가 반복됐고, 타선마저 류현진이 내려간 뒤 2점을 따라붙는 것에서 끝났다.
장마철 우천 취소로 9일간 푹 쉬고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1회부터 3개의 아웃카운트 모두 삼진으로 잡고 시작했다. 5회까지 한 점도 주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투구였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사이드를 폭넓게 쓰면서 위아래 느린 커브를 활용하면서 타자들의 눈과 타이밍을 쉴 새 없이 흔들었다.
강백호는 1회 류현진의 커브에 배트가 헛돌아 삼진 아웃되더니 3회에도 4연속 커브 이후 바깥쪽에 들어온 직구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3회 정준영을 상대로는 1~3구 연속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직구 3개로 루킹 삼진 요리 했다. 우타자 몸쪽 꽉 차는 직구로 잡은 루킹 삼진만 3개로 제구가 칼같았다.
총 투구수 104개로 스트라이크 69개, 볼 35개. 트랙맨 기준으로 최고 시속 148km, 평균 144km 직구(43개)를 비롯해 커터(26개), 커브(23개), 체인지업(12개)을 고르게 섞어 던졌다. 우타자 몸쪽 커터와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9개의 내야 땅볼 아웃을 유도했다. 전형적인 류현진다운 투구로 안정감을 보여줬다.
그러나 경기 내용도 전형적인 한화 패배 패턴이었다. 6회 선두타자 최재훈이 안타를 치기 전까지 KT 선발 웨스 벤자민에게 막혀 노히터로 끌려다녔다. 0의 행진이 이어진 가운데 6회 선취점을 내주는 과정에서 수비도 흔들렸다. 류현진은 6회 선두 로하스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강백호를 2루 땅볼을 유도했다. 4-6-3 병살타가 될 코스였지만 우중간 안타로 이어졌다. 속도가 빠르긴 했지만 정면으로 온 원바운드 타구였다. 하지만 2루수 황영묵은 몸을 옆으로 돌려 글러브 핸들링으로 포구하려다 타구를 잡지 못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무사 1,3루로 바뀌었다. 여기서 류현진은 장성우에게 좌익수 뜬공을 이끌어냈다. 짧은 뜬공이었고, 3루 주자도 발이 빠르지 않은 로하스였다. 그런데 로하스가 3루에서 홈으로 뛰었고, 좌익수 요나단 페라자의 홈 송구가 홈플레이트 옆으로 벗어나며 희생플라이가 됐다. 홈에서 충분히 아웃될 만한 거리였지만 제대로 된 승부조차 되지 않았다. 송구도 부정확했지만 제자리 포구로 송구에 힘도 싣지 못했다. 페라자의 수비 약점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 2개로 선취점을 내준 류현진은 7회 황재균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추가 실점했다. 그래도 7회 이닝 끝까지 104구를 던지며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류현진의 전반기 성적은 16경기(92이닝) 5승5패 평균자책점 3.62 탈삼진 80개 퀄리티 스타트 10번. 국내 투수 중에선 퀄리티 스타트 공동 1위, 평균자책점·이닝 2위, 탈삼진 공동 4위에 올랐다. 계약이 늦어지면서 스프링캠프에서 준비 시간이 부족했고, ABS를 비롯해 KBO리그의 달라진 환경에 시즌 초반 고전했지만 5월14일 대전 NC부터 최근 8경기에선 리그에서 유일한 1점대(1.84) 평균자책점으로 류현진다운 클래스를 회복했다.
그러나 전반기 평균자책점 8위에도 불구하고 다승은 공동 23위에 머물렀다. 3점대 평균자책점 투수 12명 중 최소 승수로 운이 없다. 9이닝당 득점 지원이 4.6점으로 규정이닝 투수 19명 중 5번째로 적다. 한 번에 12득점을 지원한 5월19일 대구 삼성전을 빼면 3.6점에 불과하다. 무득점 2경기, 1득점 2경기, 2득점 4경기, 3득점 4경기로 3득점 이하 지원이 12경기나 된다. 수비 실책 8개에 불펜이 날린 승리도 3번. 타선, 수비, 불펜 모두 뒷받침되지 않았다.
무려 12년 만에 돌아왔지만 한화의 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2012년 류현진은 27경기에서 182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66에 퀄리티 스타트 22번을 해냈지만 9승9패로 두 자릿수 승수에도 실패했다. 평균자책점 5위에도 다승은 공동 15위. 당시 한화 타선은 류현진이 나온 날 무득점 4경기, 1득점 7경기, 2득점 5경기, 3득점 4경기로 3득점 이하가 20경기나 될 정도로 타선이 돕지 못했다. 불펜이 날린 승리도 2번 있었다. 그해 한화는 한 번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며 8위로 마쳤다.
그로부터 1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사이 5번이나 꼴찌를 더한 한화의 현실은 여전히 갑갑하다. 지난해부터 FA 영입도 하고, 외국인 선수도 바꿨지만 개막 10경기 반짝한 뒤 추락을 거듭했다. 시즌 중 감독까지 교체했지만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김경문 감독 선임 후 비교적 순항했지만 최근 3연패로 11승12패1무(승률 .478)가 되면서 순위가 9위로 내려앉았다. 만약 4일 대전 KT전을 패하고, 10위 키움이 고척 LG전을 승리하면 한화가 꼴찌로 전반기를 마치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