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는 홍명보 감독, "난도질당하는 것 같았다" 대표팀 감독직 수락한 이유는? [오!쎈 울산]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4.07.10 22: 48

"저는 저를 버렸다. 이제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홍명보(55) 차기 대표팀 감독이 그간 거절했던 감독직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울산HD는 10일 오후 7시 30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광주FC와 맞대결을 펼쳐 0-1로 패배했다. 이희균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패배한 울산이다.

이날 팬들의 눈과 귀는 경기 결과보다는 홍명보 감독의 입에 쏠렸다. 지난 7일 그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기 때문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이후 무려 5개월 만에 임명된 정식 감독이다. 경기 전 만난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 질문에 "킥 오프 30분 전이다. 경기 후에 다 말씀드리겠다"라며 당장 답을 피했다.
경기가 종료되고 시작된 기자회견. 홍 감독은 "솔직한 심정은 가고 싶지 않았다.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홍명보 감독은 "2014년 이후로 10년 정도 됐다. 어려운 시점도 있었고 울산에서 3년 반 동안 좋은 시절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10년 전 국가대표, 축구인 홍명보의 삶의 무게를 그때 내려놓을 수 있어 홀가분한 것도 사실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2월부터 제 이름이 저의 의도와 상관없이 전강위, 축구협회, 언론에 나왔다. 정말로 괴로웠다. 뭔가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었다.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라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꾸준히 대표팀 감독 후보에 이름이 오른 것이 괴로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5일 수원FC전만 해도 감독직 거절 의사를 밝힌 홍 감독이다.
홍명보 감독은 "7월 5일 이임생 이사가 집앞에 찾아왔다. 2~3시간 기다린 이사를 뿌리치지 못했다"라며 "그때 처음 만났다. 이임생 이사가 'MIK Made In Korea'라는 기술 철학을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발표 당시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제가 행정 일을 하며 그 일에 큰 관심이 있었다. 당시 해당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나왔다. 전 축구 대표팀, 특히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이임생 이사가 그 말을 하며 '행정은 한계가 있다. 정책이라는 건 만들고 실행이 중요하다' 현장에 있는 사람이 진행하는 것이 좋다. 그 안에서 실행하기엔 국가대표, A팀 감독이 실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는 제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저는 계속 저에게 질문했다. 두려움이 가장 컸다. 제 축구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한편으로는 제가 전에 실패했던 과정과 그 후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하지만, 반대로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정말 팀을 새롭게 만들어,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라며 '도전'을 수락 이유로 밝혔다.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그는 "이임생 이사를 만나고 밤새 고민하고 고뇌한, 저에겐 정말 긴 시간이었다. 대표팀을 하지 않는다고, 왜? 저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10년 만에 즐거운 축구를 하는데 결과적으로 저를 지키지 않는다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저를 버렸다. 이제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제가 팬분들께 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던 것, 마음을 바꾼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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