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무능함·무책임함" 축구지도자협, 정몽규 회장 사퇴 촉구...'홍명보 선임 과정+박주호 법적 대응'에 분노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7.12 12: 09

한국지도자협회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KFA는 지난 7일 "축구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감독 울산HD 감독을 내정했다"라고 알렸다. 그리고 하루 뒤 홍명보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약 5개월 만에 수장을 찾은 한국 축구다. 대표팀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빠르게 새 감독을 찾아 나섰지만, 오랫동안 난항에 빠져 있었다. 

대한축구협회(KFA)가 1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축구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는 정몽규 회장 및 주요 임원진이 참석하며 위르겐 클린스만(60)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경질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회의결과 발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회의를 앞두고 생각에 잠겨 있다. 2024.02.16 / dreamer@osen.co.kr

임시 감독 체제만 두 번을 겪었다. KFA는 연달아 정식 감독 선임에 실패하며 3월 A매치는 황선홍 감독, 6월 A매치는 김도훈 감독에게 맡겼다. 다행히 대표팀은 이 기간 3승 1무를 거두며 무난하게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 진출했다. 
KFA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중심으로 감독 선임을 진행했지만, 제시 마시 감독과 협상이 결렬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내부적으로도 잡음이 많았다. 지난달 말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하했다. 대신 이임생 기술이사가 감독 선임이라는 중책을 이어받았고, 지난주 유럽을 방문해 다비트 바그너, 거스 포옛 감독을 직접 만나고 왔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이임생 이사의 최종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이임생 이사는 8일 브리핑에서 "5일 낮에 귀국했다. 어떤 결정이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지 많이 고민했다. 밤 11시경 홍명보 감독을 집 앞에서 만났다. 한국 축구의 철학과 게임모델을 연결해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 연계와 발전을 위해 헌신해 달라는 부탁을 몇 차례 드렸다"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울산 HD 홍명보 감독 107 2024.05.12 / foto0307@osen.co.kr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구회관에서 이임생 기술이사 주재로 홍명보 축구대표팀 차기 감독 내정 관련 브리핑이 진행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 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대표팀을 이끌면서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던 홍 감독은 10년 만에 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하게 됐다.이임생 이사가 브리핑 후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7.08 / soul1014@osen.co.kr
이로써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임기는 오는 2026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이임생 이사는 "단기간에 평가하기보다는 핵심인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다. 전술적 부분을 보완하고자 최소 두 명의 유럽 코치를 요청했고, 홍명보 감독도 동의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울산 팬들은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데다가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기에 홍명보 감독의 선택에 배신감을 느꼈다. 홍명보 감독의 마지막 경기였던 10일 광주전에서도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마지막 박수는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적임자인지 아닌지를 떠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다.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한 박주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럴 거면 전강위는 필요없었다며 지난 5개월간 노력이 너무 허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무것도 없다", "난 하나도 몰랐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자 KFA 측은 왜곡된 주장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가 다시 한번 KFA를 직격했다. 지도자협회는 이전에도 '축구지도자들을 더 이상 들러리로 활용하지 말라'며 정몽규 회장을 비판한 바 있다. 이번엔 "한국축구 퇴보시키는 정몽규 회장은 즉각 물러나야!"라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아시안컵 4강 탈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축구협회(KFA)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한다.이날 전력강화위원회에 이어 클린스만 감독 거취에 관한 결론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KFA는 지난 13일 "이번 주 내로 전력강화위원회가 있을 것이고 최종적인 결정 사항은 조속히 발표하도록 하겠다"며 신속한 판단을 예고했다.전력강화위원회를 앞두고 축구팬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02.15 / dreamer@osen.co.kr
[이하 한국축구지도자협회 입장문 전문]
대한축구협회는 7월8일 울산 HD 홍명보 감독을 신임 국가대표 감독으로 발표하였다. 우리는 축구협회의 발표가 지난 5개월간의 무능과 반복되던 시행착오를 종결짓는 매듭이 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이는 더 심한 혼돈과 또 다른 기만의 서막이 되고 말았다.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정몽규회장은 저에게 모든 기술파트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줬다”고 하면서 “그래서 홍명보 감독으로 정해졌다. 부회장에게만 보고했고, 아직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무엇인가 숨겨야 할 일이 없다면 모든 권한과 책임을 준 회장에게 과정과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상식적이다. 
만약 그의 말대로 회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중차대한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고 기자회견까지 했다면 월권이다. 반면, 회장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감독선임 문제를 보고도 받지 않고 기술위원장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하게 했다면 그런 회장은 있으나 마나 하여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사)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지난 7월 1일자 ‘정몽규회장에게 드리는 고언’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축구협회 시스템을 사유화하거나 농단하지 말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시 대한축구협회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합리적 결정을 해야할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과 결과가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즉, 이번 신임 대표팀 감독 선임과 발표 과정은 역대 감독 발표와는 모든 것이 이상하고 비정상적이었다. 그리고 ‘보안’이란 이유로 규정과 절차적 시스템을 모두 내팽개쳤다. 축구협회는 스스로 규정과 절차를 어기는 이런 졸속행정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와 지도자에게는 규정과 규칙을 준수하라며 휘슬을 불 수 있는 권위가 있는가?   
정몽규 회장은 2013년 취임한 이후, 국가대표 감독 선임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변경해왔다. 기술위원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전력강화위원회 다시 기술위원회로 바꾼 것이다. 이는 정몽규 회장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협회를 운영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런 행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그간 대표팀 감독 선임업무를 관장해온 전력강화위원 11명 중 절반 이상이 빠져 5명만 남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위원장을 다시 선임하고, 위원 역시 추가하여 해당 위원회가 이 일을 매듭짓게 하는 것이 상식이다. 만약 기술위원회로 이관하려 했다면 남아있는 전력강화위원의 동의를 얻어 이사회를 거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이런 절차는 철저히 무시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를 마치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는 정몽규 회장 및 주요 임원진이 참석해 위르겐 클린스만(60)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경질 여부를 논의했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비롯한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2024.02.16 / dreamer@osen.co.kr
정몽규 회장은 지난 7월 5일 “절차적 정당성보다 감독에게 필요한 덕목이 중요하다”고 했다. 상식적인 국민과 많은 축구인들은 이 말에 귀를 의심했다. 이제서야 우리 축구인들은 제대로 알게 되었다. 즉 작금의 한국축구가 겪고 있는 숱한 위기와 혼돈이 축구협회 회장의 이런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절차적 정당성은 내부의사 결정권자들에게는 예측 가능한 시스템속에서 집단지성을 발휘하게 하고 외부적으로는 국 내, 외 지원자들에게 공정하고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축구지도자협회는 대한축구협회 및 정몽규 회장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첫째, 일부 외국인 지원자는 면접에서 무려 50여 쪽에 달하는 PPT 자료를 발표하였다고 한다. 그러한 PPT 발표 및 두 외국인 감독과의 면접 결과를 선임 과정에서 누구와 공유하고 결과에 어떻게 반영하였는가? 
둘째, 모두에게 공평해야할 할 면접기준이 특정 후보 앞에서만 왜 갑자기 주관적이고 자의적 해석으로 바뀌어야 하였는가? 한국축구발전을 위한 선한 의도로 그러했다면, 그럴수록 선한 의도를 증명할 길은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는 것 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축구협회는 무엇이 그리 다급하여 비정상적 절차로 ‘밤 11시경 후보자 자택인근 카페’에서 면접 대신 ‘감독을 맡아 달라’고 부탁해야 했는가? 
셋째, 비록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아니지만 현재 아마추어, 학원, 프로축구에 몸담고 있는 수많은 축구지도자들은 최고의 영예인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을 목표로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유럽에서 명장 반열에 오른 유수한 지도자들 역시 그러했다. 우리 지도자들에게는 협회 행정의 절차적 정당성이야말로 그나마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의 사다리이다. 그럼에도 정몽규 회장은 여전히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지 않은가? 
아시안컵 4강 탈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축구협회(KFA)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한다.이날 전력강화위원회에 이어 클린스만 감독 거취에 관한 결론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4.02.15 / dreamer@osen.co.kr
절차와 시스템에 의한 집단지성은 간혹 느리고 시끄럽고 때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여지지만 그런 시행착오 과정속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그에 따른 결과는 정당성을 부여받아 궁극적으로는 국민적 지지를 획득한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이런 상식을 망각하였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결정을 정몽규회장이 ‘충성스런’ 부하에게 전권을 쥐어준 ‘독단적 결정’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고 마음대로 결정하였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모든 절차는 뒤죽박죽되고 협회의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로서 영예로와야 할 대한민국 국가대표 신임 축구감독이 선임되는 자리에서 팬들은 축하와 지지 대신 야유와 질책을 그리고 신임 감독은 해명과 변명을 하게 만들었다. 
또한, 우리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이런 일련의 과정속에서 축구협회의 무능한 행태를 비판한 특정 축구인에게 ‘법적 대응’하겠다고 한 대한축구협회에 실망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표한다. 이번 사태는 대한축구협회가 평소 축구인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즉 선수와 지도자에게는 존중(Respect)을 강요하면서 정작 협회는 전혀 선수와 축구인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조그마한 비판도 들으려 하지 않고 견디지 못하는 협회는 발전하지 못한다. 
축구협회의 무능과 잘못을 비판하는 축구인에게 법적대응 운운하는 일이 향후 다시 재발한다면 우리 지도자협회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축구지도자 그리고 축구인과 함께 대응해 나갈 것이다.
많은 축구인들이 개탄한다. 역대 이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축구협회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이런 총체적 난국을 조장하고 더 큰 혼란만 가중시키는 책임이 전적으로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에게 있음을 명백히 밝힌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이 모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즉각 회장직에서 사퇴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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