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가 바뀌지 않으면 좋은 감독은 오지 않는다...'놓친 감독' 제시 마시, '전설' 박지성 말 새겨들어야 하는 이유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4.07.15 06: 29

제시 마시 감독(51)은 미국축구연맹(USSF)를 '저격'했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새겨들어야 한다.  
미국 'ESPN'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제시 마시 감독은 미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없다고 밝혔다"라고 전했다. 
제시 마시 감독이 지휘하는 캐나다는 14일 오전 9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2024 3·4위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루과이에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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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후반 추가시간 수아레스에게 극장 동점골을 내주며 2-2로 비겼다. 그런 뒤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하며 다 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최종 4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마시 감독은 부임한 지 두 달 만에 캐나다 축구 역사를 새로 쓰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마시 감독을 놓친 한국으로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그 역시 한국 대표팀 부임을 원했기에 충분히 선임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대한축구협회(KFA)의 협상력 부족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은 "사실 마시와 3월에 접촉했다. 하겠다고 얘기한 상태였다. '다른 곳도 있지만, 나는 한국이다'라고 했다. 처음에 마시를 추천했을 때 별로 관심이 없어서 협상이 끌렸다. 누군지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라고 폭로했다.
마시 감독의 국적은 미국이다. DC 유나이티드, 시카고 파이어 등 미국 MLS 소속 클럽에서 활약했다.
현재 미국은 새로운 대표팀 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은 홈에서 열린 이번 코파 대회에서 조별리그 1승 2패의 성적을 기록,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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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국은 그렉 버홀터 감독과 이별을 택했다. 지난 11일 미국축구연맹(USSF)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버홀터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한 미국이다.
미국은 빠르게 다음 감독을 찾았다. 12일 영국 '디 애슬레틱'은 "위르겐 클롭 감독은 버홀터가 경질된 뒤 USSF로부터 대표팀 감독직을 제안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라고 보도했다. 
펩 과르디올라와 함깨 현재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 클롭을 향해 미국이 구애를 펼쳤으나, 클롭은 휴식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고 알려졌다.
미국 매체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USSF의 디렉터 맷 크로커는 새 감독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매체는 "버홀터 감독 선임 당시 크로커는 업무를 맡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잉글랜드 축구에서 광범위한 경험을 가지고 USSF에 합류한 웨일스 출신의 크로커는 이제 적절한 후임자를 찾아야 한다. 이번에는 실수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라며 감독 선임 작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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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에 따르면 크로커는 "이번에는 몇몇 후보를 정해 집중적으로 탐색할 계획이며 우리가 찾고 있는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자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것이다"라고 입장 밝혔다.
크로커는 "미국 출신이든, 다른 나라 출신이든 국적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프로필에 맞는 감독을 찾는 일이다. 승리를 이끌 수 있고 젊은 선수들을 발전시킬 열정이 있는 감독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지만, 미국 국적인 마시 감독에게 '미국 대표팀 감독을 맡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은 피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마시 감독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는 "관심없다"라고 답했다. 마시는 "난 당분간 캐나다 대표팀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난 미국 감독 자리에 관심없다"라고 선을 확실히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USSF 조직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도 미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일엔 전혀 관심 주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의견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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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3일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은 KFA에 쓴소리를 뱉었다. 평소 자기 의견을 밖으로 쉽게 내뱉지 않는 박지성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박지성은 거침없이 의견을 밝혔다.
12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기획 프로그램 'MMCA 플레이: 주니어 풋살'에 참여한 박지성은 취재진과 만나 "첫 번째로 드는 감정은 슬픔이다. 한국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아직도 축구라는 분야에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라며 KFA를 향한 실망감을 이야기했다. 
KFA는 지난 7일 "축구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감독 울산HD 감독을 내정했다"라고 알렸다. 뒤이어 13일 KFA는 "이사회 승인을 통해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공식 선임했다. 홍명보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성에 들어간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5개월 동안 감독을 찾아 나선 KFA는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려 수많은 외국인 감독과 접촉했고 실제로 한국 감독직에 크게 관심을 보인 이도 있었다. 하지만 KFA는 홍명보 감독을 택했다.
논란이 많았던 결정이다.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했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박주호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 시간 가량 열변을 토하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박지성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축구인으로서 너무 슬픈 상황을 맞이하고 있고, 마음이 상당히 아픈 상태다"라고 전했다. 
그는 "박지성은 "가장 슬픈 건 뭐 하나 확실한 답이 없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2002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는 상당히 변했고, 앞으로 상당히 많이 변해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이렇게 받았다"라고 말했다.
박지성은 "과연 어디까지 이래야 하는 것인가. 협회에서 일한다는 게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고,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돼가고 있다. '저 안에 들어가면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남겼다"라며 KFA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박지성은 "현재 나온 이야기들로만 봤을 땐 도무지 나올 수 없는 답을 안고 있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분명히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은 있지만, 내부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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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 이 상황을 아무런 해결책 없이 넘어가면 안 된다"라고 주장하면서 "언제 어떻게 이 해결책을 제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지가 필요하다. 여기서 멈춰서 한국 축구가 끝나는 걸 모두가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절차와 프로세스가 없는 감독 선임이 계속되고 있다. 박주호 전강위 위원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임시 감독은 무려 '투표'로 뽑았다. 구체적인 이유없이 진행된 임시 감독 선임이다. 
이런 행태가 계속 된다면 '좋은 감독'은 오지 않는다. "조직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도 미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일엔 전혀 관심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마시 감독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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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시 감독은 "캐나다에서 정말 행복하다. 이 조직의 리더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 이 팀과 함께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면 이보다 행복하기 힘들 정도"라며 캐나다 감독직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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