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반장 뽑나?" 김영광, 이영표·박지성 따라 박주호 지원사격..."도덕적이지 못하면 다 나가라"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7.16 15: 09

"초등학교에서 반장을 뽑는 게 아니다."
대한축구협회(KFA)의 행보를 두고 축구계 레전드들의 쓴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 김영광(41)이 직격 비판을 날렸다.
김영광은 16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도덕적으로 어긋난 행동을 하신 분들은 다 나가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팬분들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와 협회의 여러 이슈로 인해 마음도 상하고 상처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아시안컵 4강 탈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축구협회(KFA)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한다. 2024.02.15 / dreamer@osen.co.kr

김영광은 먼저 카메라 앞에 나선 이유를 말했다. 그는 "사실 어떻게 보면 (박)주호가 총대를 메고 얘기한 거다. 선배로서 보고 있는 것도 힘들었다. (박)지성이 형도, (이)영표 형, (이)동국이 형, (조)원희도 그렇고 다들 소신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라며 "난 '도덕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만 피해 안 보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성격도 아니다. 그런 걸 보면 지나치지 못해서 이런 발언을 하게 됐다. 축구팬분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축구인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자신의 생각도 가감없이 밝혔다. 김영광은 홍명보 감독 선임 문제와 협회 문제 등에 대해 "체계 문제로 말이 많았다. 안타깝고 죄송하다. 과연 이게 맞는가.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으니 항상 급하게 감독을 구하게 된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아니고 다수결 뽑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시스템 변화가 없으면 또 똑같이 흘러간다. 이번 기회에 정리되길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15일 오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 감독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홍명보 감독은 자신과 함께할 외국인 코칭스태프 선임 관련 업무를 소화할 예정이다. 홍명보 감독이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07.15 / ksl0919@osen.co.kr
15일 오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 감독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홍명보 감독은 자신과 함께할 외국인 코칭스태프 선임 관련 업무를 소화할 예정이다. 홍명보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2024.07.15 / ksl0919@osen.co.kr
홍명보 감독에 대한 솔직한 심경도 얘기했다. 김영광은 "개인적으로 홍명보 감독님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 판단은 많이 아쉽다. 대체 왜 수락하셨는가. 대부분 안 된다고 생각했을 거다. 수락한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대표팀 감독은 신중하게 선임돼야 한다. 팀을 잘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신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이다. 지금 팬들이 분노하는 포인트는 그게 아니다.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너 해'라는 식이라 팬들이 어이없어하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김영광은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어이가 없을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본인이 보기에 '내가 도덕적이지 않고 사건 발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스스로 나가야 한다. 그게 한국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며 "난 이런 말을 할 위치에 있는 사람도 영향력 있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축구를 사랑하고 팬분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말한다. 한국축구와 팬들의 마음을 봐서라도 나가는 게 맞다"라고 힘줘 말했다.
정몽규 KFA 회장도 언급했다. 김영광은 "회장님도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볼 텐데 넘어갈 생각 말고 심각하게 검토하길 바란다. 여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 생각하시고 실망한 축구팬들에게 결과로 보여줄 때다. 더 돌아설 사람이 없게끔 좋은 판단을 내리면 좋겠다"라며 "이런 질타를 나쁘게 여기지 말고, 이번 기회로 클린한 협회가 돼야 한다. 많이 바뀌어서 축구팬들이 다 공감할 수 있는 한국축구가 되길 바란다"라고 부탁했다.
KFA는 지난 13일 홍명보 감독을 축구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공식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사회 서면결의에 참여한 23명 중 21명이 선임에 찬성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절차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주호가 "회의 내용을 거친 정확한 절차는 절대 아니다. 난 안에 있으면서도 이게 뭔지 모르겠다.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 아무것도 없다. 홍명보 감독님도 안 하신다고 했는데 하게 됐다.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주장하며 불을 붙였다. 여기에 KFA가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문제가 더 커졌다.
이후로도 이영표와 박지성, 이천수 등 한국축구의 전설들이 연이어 목소리를 냈다. 이영표는 "우리 축구인들의 한계를 봤다. 나를 포함해서 우리는 행정을 하면 안 된다"라고 쓴웃음을 지었고, 박지성도 "한국축구가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천수는 "선배들이 못났다. 박주호에게 미안하다"라며 고개 숙였다. 이동국과 조원희 역시 KFA의 대응을 비판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홍명보 감독은 15일 외국인 코치 선임을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대표팀 감독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후배들의 목소리에 대해 "선후배를 떠나 한국 축구를 위해 누구든지 다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나쁘지 않은 현상이다. 이제 이것들을 어떻게 잘 담아서 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의견들을 잘 받아서 좋은 것들은 팀에 잘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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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박주호, 김영광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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