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패로 金 놓친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유도 종주국' 日-승자도 "오심 소동 벌어질 것+변화 필요"[파리올림픽]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4.07.30 19: 25

올림픽 유도 결승전에서 나온 석연치 않은 판정에 승자도 '종주국' 일본의 매체들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국 여자 유도 대표팀 허미미(21, 세계랭킹 3위)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 결승전에서 크리스티안 데구치(캐나다, 세계 랭킹 1위)에게 연장전(골든 스코어) 끝에 반칙패(지도 3개)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지도 2개를 안고 있던 허미미는 연장전에서 위장 공격 판정으로 지도 하나를 더 받으면서 패배가 확정됐다.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유도 57kg 결승 한국 허미미와 캐나다 크리스티안 데구치의 경기가 열렸다.허미미(22, 세계 랭킹 3위)는 크리스티안 데구치(캐나다, 세계 랭킹 1위)에게 골든 스코어 끝에서 연장전서 지도 3개로 반칙패를 당하면서 은메달을 획득했다.한국 허미미와 캐나다 데구치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24.07.29 / dreamer@osen.co.kr

허미미는 한국 여자 선수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조민선(당시 66kg급) 이후 28년 만의 금메달을 노렸지만 아쉽게 패배했다. 그래도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정보경(48kg급)의 은메달 이후 8년 만에 한국 유도에 메달을 선사했다. 한국 유도는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허미미의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1위의 데구치. 그는 허미미와 마찬가지로 캐나다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데구치와 허미미는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맞붙은 바 있다. 당시엔 허미미가 연장전 끝에 지도 3개를 얻어 반칙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유도 57kg 결승 한국 허미미와 캐나다 크리스티안 데구치의 경기가 열렸다.허미미(22, 세계 랭킹 3위)는 크리스티안 데구치(캐나다, 세계 랭킹 1위)에게 골든 스코어 끝에서 연장전서 지도 3개로 반칙패를 당하면서 은메달을 획득했다.경기를 마치고 한국 허미미와 캐나다 데구치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7.29 / dreamer@osen.co.kr
데구치와 허미미는 시작하자마자 날카로운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다. 1분여도 지나지 않아서 두 선수에게 모두 지도가 주어졌다. 허미미의 안다리 후리기 시도에 데구치가 버텼다. 허미미는 안다리와 업어치기를 번갈아 시도하면서 앞서갔다. 그러나 위장 공격으로 지도를 얻으면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데구치는 무리하지 않고 낮은 중심을 통해 버텼다.
골든스코어 시작 이후 허미미가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그래도 데구치의 철벽 같은 수비를 이겨내지 못했다. 지도가 2개인 허미미가 계속 공격을 시도했다. 골든스코어 내내 수비적이었던 데구치에게 지도가 주어졌다.
이제 대등한 상황서 진짜 의미의 연장전이 시작됐다. 허미미가 지친 데구치 상대로 계속 몰아쳤다. 데구치는 다리에 쥐가 난 듯 불편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심판은 갑작스레 위장 공격을 선언했다. 결국 허미미는 지도 3개로 패하면서 금메달을 놓치게 됐다. 결승 내내 제대로 된 공격도 한 번 하지 못한 데구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패배였다. 규정상 오류는 없다지만, 누가 봐도 허미미가 몰아쳤고 데구치는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 위장 공격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유도 57kg 결승 한국 허미미와 캐나다 크리스티안 데구치의 경기가 열렸다.허미미(22, 세계 랭킹 3위)는 크리스티안 데구치(캐나다, 세계 랭킹 1위)에게 골든 스코어 끝에서 연장전서 지도 3개로 반칙패를 당하면서 은메달을 획득했다.허미미가 아쉬워하고 있다. 2024.07.29 / dreamer@osen.co.kr
유도 '종주국' 일본의 매체들도 석연치 않았던 판정에 결을 같이 하는 분위기다. 허미미를 상대로 이긴 데구치도 판정에 문제가 있단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일본의 히가시스포웹은 30일 "이번 대회 유도에서는 일본 선수에게도 불리한 판정이 잇따랐다. 오심 소동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큰 소동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더 다이제스트는 "유도 남자 73kg급 일본 하시모토 소이치도 8강 연장전에서 지도 3개를 받고 반칙패를 당했다. 일본 팬들은 '하시모토가 공격했는데 이상하다', '유도가 이런 경기였나?'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허미미는 의연했다. 그는 "위장 공격일 줄은 몰랐다"면서도 "경기의 일부니까 어쩔 수 없다"라고 밝혔다.
금메달을 목에 건 데구치는 시상대에서 마음껏 웃지 못했다. 그는 반칙승이 선언된 뒤에도 미소를 짓지 않았고, 잠시 허공을 바라봤다. '캐나다 유도 최초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역사를 쓴 선수에게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었다.
데구치는 기자회견에서 판정 이야기가 나오자 "꽤 어려운 질문이다"라며 "지난 3년간 유도는 많이 바뀌었다. 난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게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데구치는 "(마지막) 페널티에 대해선 따로 할 말이 없다.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도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jinju21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