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美 선전' 남수단, 韓 축구인이 '키다리 아저씨'[파리올림픽]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4.08.01 14: 39

 지난달 28일 프랑스 릴 피에르 모루아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농구 C조 조별리그 경기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국제농구연맹(FIBA) 33위에 불과한 남수단이 16위 푸에르토리코에 90-79로 승리했다. 
올림픽 본선에 처음 진출한 남수단이 새로운 역사를 만든 순간이었다. 코트 위에 있던 선수들 뿐만 아니라 남수단 선수단과 함께 했던 모든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남수단은 이미 올림픽을 앞두고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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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연습 경기서 100-101로 패했다. 단 한 점 뒤졌을 뿐이다. 특히 남수단은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선보였고 3점슛은 33개를 시도해 14개를 꽂아 넣으며 미국을 강력하게 몰아쳤다. 그리고 푸에르토리코에 승리를 거뒀다. 
 
남수단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지난 2011년 수단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13년이 지났지만, 연이은 내전으로 인해 자국 내에 실내체육관이 한 곳도 없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도 농구 종목에서 급속도로 경쟁력을 키운 건 신체적인 장점에다 굳은 의지를 결합한 결과다.
남수단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딩카족은 전 세계에서 평균 신장(남자 1m90㎝·여자 1m80㎝)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무대에서 활약했던 루올 뎅 남수단 농구협회장의 키가 2m 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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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남수단 농구의 기틀을 세운 게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남수단에서 축구를 가르치던 임흥세 감독과 현지 교민회장 출신 김기춘씨가 의기투합해 남수단 올림픽위원회(SSOC)를 창립했다. 이 과정에서 산하 단체로 농구를 포함한 9개 종목 협회를 함께 만들었다.
농구공과 유니폼 등 기본적인 훈련 장비조차 없어 한국 스포츠계가 도움을 줬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이에리사 현 국가스포츠정책위원장의 주선으로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 남수단에 자금과 스포츠용품을 전달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각 구단에 부탁해 수집한 프로 선수들의 유니폼을 전달했다. 그 덕분에 남수단 농구대표팀 출범 초기엔 선수들이 한국 프로농구팀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훈련했다. 
또 이번 파리올림픽을 앞두고는 국내 스포츠 브랜드 낫소가 농구용품을 후원하는 등 도움을 줬다.
임흥세 SSOC 부위원장은 “농구대표팀의 승전보에 남수단 전역이 축제 분위기가 됐다”면서 “대한민국 스포츠의 따뜻한 후원이 밑거름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 남수단 체육계 관계자 모두가 감사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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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남수단은 미국과 조별리그 2차전서는 103-86으로 패했다. 하지만 누구도 처음 참가한 팀이라고 보기 어려울 치열한 모습을 선보였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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