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아-김경아 뒤를 이은 '삐약이', 4강 상대 中 탁구 여제 넘으면 '신화'가 써진다 [오!쎈 IN 파리]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4.08.02 05: 49

신유빈은 1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히라노 미우(일본, 세계 랭킹 13위)를 세트스코어 4-3(11-4 11-7 11-5 7-11 8-11 9-11 13-11)으로 제압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신유빈은 3세트까지 내리 따내며 쉽게 경기를 풀었다.  0-3으로 밀린 상황서 히라노는 노련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갑자기 옷을 갈아입겠다고 요청해서 시간을 끌어 어떻게든 신유빈의 흐름을 저지했다. 부상 치료 목적도 있었지만 긴 시간 경기 중지를 통해 신유빈의 흐름을 힌들었다.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어린 신유빈을 흔들었다. 어떻게 보면 지독하다고 볼 수 있는 히라노의 방식이었다. 실제로 히라노의 옷 갈아입기로 인한 타임스톱 이후 신유빈은 거짓말처럼 4-6세트를 내줘 3-3 동점이 됐다. 여기에 마지막 7세트에서 신유빈은 10-11로 뒤져 매치포인트를 내줬다.

이때부터 신유빈은 내리 세 점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말 그대로 신유빈이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던 장면. 신유빈은 이미 임종훈과 딱을 이룬 혼성복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4강에서 금메달을 딴 우승후보 중국을 만나지 않았다면 결승진출도 충분히 가능한 기량이었다.
특히 이날 히라노 상대로 보여진 모습은 이전의 '삐약이'와 다른 진화 버전이었다. 여전히 앳된 외모와 간식 먹방으로 화제를 모으면서도 탁구 선수로 완전히 성장했다. 특히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노련한 히라노에게 당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오히려 매치 포인트마다 대처가 돋보였다.
2000년생은 히라노는 항저우 단체전서 신유빈에게 악몽을 선사한 바 있다. 상대 전적 자체는 1승 1패지만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4강 1-2로 뒤진 상황서 신유빈을 잡아냈다.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막판 집중력 부족으로 게임스코어 1-3으로 무너졌다. 신유빈 입장에서는 너무나 분했을 패배.
그러나 1년만에 신유빈은 달라졌다. 1~3세트를 잡은 기세도 기세지만 상대가 노련하다 못해 비겁하게 느껴질 수 있는 꼼수를 보여준 상황서도 흔들렸지만 중요한 7세트에서는 제 기량을 뽐냈다. 아직 어리지만 승부처서 노련한 마인드컨트롤로 상대의 수를 이겨낸 것이다.
신유빈은 이날 승리로 한국 여자 탁구 선수 중 역대 3번째로 여자 단식 4강에 진출한 선수가 됐다. 중국과 중국계 귀화 선수가 지배하고 있는 탁구계에서 신유빈 이전에 한국 대표팀으로 4강에 오른 선수는 현정화(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김경아(2004년 아테네 올림픽) 밖에 없다. 
2004년생 신유빈이 벌써 쟁쟁한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엄청난 업적이지만 신유빈은 아직 활약할 시간이 더 많았다는 것이 더 놀랍다. 4강전 상대는 중국의 천멍 세계 랭킹 2위 천멍은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서 단체전과 단식을 석권한 중국의 탁구 레전드. 중국에서는 당닝 이후 최고의 탁구 선수라는 극찬을 듣기도 했다.
실제로 천멍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회 연속으로 ITTF 그랜드 파이널 단식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아직 세계 선수권은 없지만 상대적으로 노장인 1994년생의 나이에도 쑨잉사, 왕만위 등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8강서도 세계 랭킹 15위 소피아 폴카노바(오스트리아)를 4-0으로 압살했다. 3게임에서는 11-0으로 한 점도 내주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히라노 이상으로 노련한데다가 중국 탁구의 자존심을 지킨 여제를 만나게 된 신유빈. 그는 지난 3월 싱가포르 스매시 8강에서 천멍과 처음 맞붙어 1-4로 패한 바 있다. 히라노 이상으로 노련한데다가 중국 탁구의 자존심을 지킨 여제 천멍과의 4강전. 히라노의 노련함에도 기세로 이겨낸 삐약이가 중국의 탁구 여제도 이겨내면서 한국 여자 탁구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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