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와도 같았던 '구토 투혼' 김원호, "경기 막판 헛구역질이 나오더니 그만..." [오!쎈 IN 파리]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4.08.02 04: 54

세계 랭킹 8위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은 1일(현지시간) )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치른 대회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전에서 세계 랭킹 3위인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과 맞대결서 2-1(21-16, 20-22, 23-21)으로 승리하면서 결승행에 성공하면서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김원호-정나은은 상대 전적서 절대 열세(0승 5패패)를 기록하고있던 선배 서승재-채유정조 상대로 올림픽 4강전서 첫 승을 거두면서 역대급 자이언트 킬링에 성공했다. 결승 상대는 4강서 2-0 완승을 거둔 세계 랭킹 1위 정쓰웨이-황야총 조이다. 김원호-정나은조는 조별리그서 정쓰웨이-황야총조에 0-2(13-21, 14-21)로 패배한 바 있다.

앞서 열린 8강서 서승재-채유정은 홍콩의 탕춘만-체잉슈 조에 2-0(21-15 21-10)으로 낙승을 거뒀다. 곧바로 이어진 경기에서 김원호-정나은 역시 말레이시아의 천탕지에-토이웨이 조를 2-0(21-19 21-14)으로 꺾으면서 태극 전사 맞대결이 성사됐다. 상대 전적서는 서승재-채유정조가 압도적인 상황.
하지만 막상 경기에 가니 접전 끝에 김원호조가 웃었다. 선배들을 상대로 너무나 큰 무대서 첫 승을 신고한 김원호-정나은은 2008 베이징올림픽 이용대-이효정조를 마지막으로 멈췄던 혼성 복식 금메달에 도전한다. 길영아 전 삼성생명 감독의 아들이자 이용대의 제자로 유명했던 김원호는 이제 한국 배드민턴의 새 역사에 도전하게 됐다.
한국 배드민턴 전체를 봐도 혼성 복식 메달 자체도 2008년 이후에는 나오지 않았다. 태극 전사들의 자체 4강 맞대결로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 첫 메달을 확보하게 됐다. 최소 은메달이고 결승전 결과에 따라 베이징 올림픽 이후 멈췄던 금빛 라켓을 다시 노릴 수 있는 상황이.
서승재-채유정 조가 검은색 유니폼, 김원호-정나은조가 하얀 유니폼을 입고 나섰다. 경기 시작 직후 양 팀은 서로 호흡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양 팀 모두 치열한 서브를 주고 받으면서 접전이 이어졌다.
예상과 달리 김원호-정나은조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통해서 1세트 8-5까지 먼저 달아났다. 김원호의 스매쉬가 연달아 들어가면서 분위기를 가져왔다. 여기에 정나은도 연신 몸을 날리면서 상대의 공세를 저지하면서 선배들의 맹공을 막아냈다. 이 둘의 호흡 덕에 21-16으로 1세트는 김원호조가 가져왔다.
2세트는 그래도 선배들이 매서웠다. 김원호조가 잠시 경기를 뒤집긴 했으나 승부처마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서승재-채유정이 앞서갔다. 서승재-채유정은 팽팽한 점수 공방전 끝에 21-20으로 리드를 잡은 상황서 추가점에 성공하면서 1-1로 세트 균형을 맞췄다.
3세트도 역대급 명승부였다. 10-5로 서승재-채유정조가 먼저 달아났으나 김원호조가 내리 5점을 따면서 균형을 맞췄다. 이후 오히려 김원호-정나은조가 주도권을 잡고 먼저 매치포인트 20점에 도달했다. 서승재-채유정이 브레이크했으나 김원호-정나은은 끝내 투지로 내리 2점을 따면서 23-21로 경기를 매조지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원호는 "사실 아직도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이겼는지 진짜 잘 모르겠다"라고 실감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보였다.
정나은 역시 "솔직히 나도 믿기지가 않는다.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 우리가 예선(1승 2패)부터 힘겹게 올라왔는데 결승행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고 털어놨다.
상대 전적서 0승 5패로 절대 열세인 선배들 상대로 첫 승을 거둔 김원호는 "상대가 우리보다 위라고 인정하고 처음부터 더 파이팅넘치게 적극적으로 뛰었다. 오히려 패기 넘치게 해서 상대를 압박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나은은 "사실 경기를 뛰면서 결승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예선보다 긴장이 덜 됐던 것 같다"라고 밝게 웃었다.
이날 김원호는 엄청난 활동량을 보였다. 그러다가 오히려 3세트 막판에는 제대로 뛰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경기 막판에는 자꾸 헛구역질이 나오더라"라면서 "그냥 한번 나오는 줄 알았는데 이러다가 매트에서 할 것 같아 레프리를 불러 봉지에 구토를 하고 경기를 다시 뛰었다. 선수로 보여줘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멋쩍게 이야기했다.
이런 김원호를 지킨 것은 정나은. 김원호는 "구토하는 장면에서 사실 나는 끝난 상태였다. (정)나은이에게 그냥 너에게 맡기겠다고 말하고 뛰었다. 동생한테 부담을 줬는데 오히려 잘 다독이면서 뛰어줘서 너무 고맙다"라고 고마워했다.
정나은은 "오빠가 나를 믿겠다고 말하더라. 솔직히 부담이었지만 그 상황에서는 내가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오빠를 다독이면서 경시를 해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승전 상대는 세계 최강. 김원호는 "솔직히 예선에서는 그냥 상대도 안 됐다. 그래도 한국 선수를 이기고 올라간 결승인 만큼 남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투지를 불태웠다.
[사진] 파리(프랑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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